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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영신문/184호

국내 생수의 비밀

윤리 경영은 꿈도 꾸지 못하는 한국, 대기업은 신뢰할 수 있다고?
95년, 생수시장 개방을 위한 극한대립 속에 시판허용을 불허하던 당시 보사부의 음용수관리과가 환경부로 넘어오면서 생수시장 전면허용을 강행했다.
88올림픽 이후 무허가 생수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14개 허가업체보다 더 많은 40여 업체가 생수사업을 하기 시작했다.(지금은 먹는 샘물로 용어 통일)
다만 생수 전면허가 조건으로 20%라는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한다.
이 같은 조건은 당시 미운 오리새끼이던 생수가 국회 등 정치권 압력에 굴복 허가는 하지만 준조세 성격의 무지막지한 부과금을 동시에 부여한다.
당시 상황은 꿈의 사업이고 일단 시설만 하면 영원히 원료비가 안 들어가는 장사를 평생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업종을 전환한 기업인은 물론 아마추어 사업가들도 상당수 등장한다.
정치인은 안전한 정치자금 확보라는 최고의 사업으로, 퇴직 공무원들에게는 퇴직 후 자연 속에서 유유낙낙한 삶을 살수 있다는 심각한 착각 속에 전 국토는 지하수 취수를 위한 탐색전이 펼쳐진다.
결국 이 같은 허황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빚더미에 올려놓게 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환경경영신문 연재)
한 국가의 영도자에게도 지독한 허수를 맛보게 한 생수시장에 대해 올 국감장에서 터져 나왔다.
실로 15년 만에 터져 나온 목소리다.
이완영의원은 환경부 국감장에서 같은 제조공장에서 14종류의 다른 브랜드생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가격도 동일한 제품인데도 판매위치에 따라 최고 1.8배의 차이가 난다고 지적한다.
1995년까지는 중소업체가 샘물시장을 주도하였지만 현재는 조직력과 자본력 뿐 아니라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으로의 편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통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는 자사상표를 포기하고 대기업이 원하는 생산계약조건에 맞춰야만 회사운영이 가능하므로 불합리한 조건이라도 대형업체에서 원하는 계약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는 갑을의 종속관계에 놓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최초의 먹는 샘물 허가 조건처럼 1사 1브랜드로 회귀하자는 질의였다.
이날 국감장에는 증인으로 롯데그룹의 생수담당 간부들도 참석하여 이의원에게 호된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불씨를 남긴 장본인은 환경부에 있다.
판매경쟁을 주도한 대기업들이 만든 생산 공장 하나로는 경쟁력이 없고 다량의 수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영업 전략으로 환경부에 압력과 회유, 그리고 설득을 통해 정부가 1사 2브랜드 이상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은 15년이 흘렀고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도산하거나 대기업에 매각하고 종적을 감췄다.
우리나라 생수 1호인 다이아몬드도 끝내 LG생활건강으로 넘어갔다.
대기업들이 자사의 유통망을 가지고 생수가격을 저울질 하면서 소비자들을 농락하며 시장을 지배하였지만 해외에 수출하는 생수는 단 한곳도 없다.
지난 10년부터 올 여름에도 중국과 일본에 수출했던 진로퓨리스와 삼다수가 중국과 일본의 공영방송에 부적합 판정을 받아 반송 또는 소각처분 했다는 부끄러운 소식만 날아 올 뿐이다.
다만 국내 생수 중 유일하게 해외에 수출하고 있고 더구나 중국 최고 실세가 주둔하는 우리나라 청와대 영빈관과 같은 조어대에 수년째 납품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중국 방문 시 내 놓은 생수가 한국 물이라는 데에 놀라 귀국해서 생수를 배달해 달라고 한다. 그런데도 생수에 대한 진단과 분석 그리고 해법을 찾기 보다는 수수방관 세월만 낚기 바쁘다.
그 생수가 바로 태백약산샘물이다. 허위 광고라는 누명을 쓰고 고발당해 검찰조사까지 받았지만 결국 무혐의로 풀려난 중소기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와대 입성 이후 줄곧 마셨던 물이기도 하다.
일반 소비자가 약산샘물을 먹고 싶어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유통점에 진입하기 어려워 주문 배달형으로 영업을 하는 생수회사이다.
이완영의원은 대기업의 횡포로 발주물량을 잘 유지해 오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특정 중소 제조업체만 공급물량을 대폭 축소, 증정행사를 하기 위해 중소 제조업체의 재고를 보유토록 한 후 유통일자가 적게 남은 제품을 증정토록 강요, 원가에 가까운 값으로 납품하게 하는 행위 등 다양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진 외국의 생수회사들은 윤리적 생수라는 사훈을 걸고 세계 속의 생수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캐나다의 어스워터는 자사의 순수익을 개발도상국의 물사업에 기부하고, 옥수수를 이용해 만든 생분해성 병을 도입했으며, 영국의 리드패짓은 생분해성 병에 물을 담아 팔고, 영국 최초의 탄소 중립적 생수 판매업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미국의 에토스워터는 생수 한 병을 팔면 5센트가 개발도상국의 물공급사업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생수는 이미 대기업의 손에 놀아나면서 소비자 가격의 희롱과 중소기업을 을의 관계로 토막질 하기에 바쁘다.
그리고도 선진 경영,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홍보할 수 있
는지. 이들이 제조·판매하는 생수를 믿고 마실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