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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영신문/182호

봉사와 나눔의 미학

그는 인제의대를 졸업하고 한 집안의 기둥이었다. 이미 형은 신부가 되었고 누이도 수녀가 되었다. 어머니는
“왜 내 자식은 몇 명이나 데려가시냐”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의 눈물속의 애원도 뿌리치고 신부가 되어 내전으로 황폐해진 아프리카 수단으로 향했다.
하루 3백명의 환자를 맞이하고 벽돌을 구워 병원을 건립하고 백신을 보관하기 위해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 냉장고를 돌렸다.
학교도 지어 초, 중, 고 11년 과정을 가르쳤다.
그는 스스로 반문했다.
예수님은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건립했을까.
그리고 답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를 먼저 지었을 거라고.
쫄리 신부로 불리는 그는 톤즈인들이 자주 묻는 질문에
“예수님은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라고 답한다.
그러나 대장암 4기 진단을 받고 끝내 수단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청춘의 나이 마흔 아홉에 이승을 하직한 그는 고 이태석 신부이다.
주변에서 이 같은 인물을 만나기란 극히 드물다.
요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 털기가 슬픔으로 다가온다.
노태우는 공범이라 치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들도 실행하지 못한 전두환 비자금 수사는 국민들의 관심사는 될지언정 가슴에는 허탈과 냉소로 가득해진다.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를 한없이 추락시키고 임금의 위상을 가차 없이 내리친 그가 마지막 걸개로 있는 재산을 기꺼이 사회사업에 헌납하고 어두운 그늘에서 신음하는 백성들에게 고루 용서의 보은을 했다면 대한민국 통치자의 자존심은 그나마 살렸을 텐데 소화조차 되지 않는다.
현대사회의 빠른 급물살은 이 시대의 뼈대 있는 어른들을 양산하지 못했다.
허겁지겁 살면서 수단과 방법 구별 없이 오로지 출세와 부만을 쫒아왔던 불행한 시대의 격변기 사람들이다.
그래서 2세들 교육에서조차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어린 학생들만의 꿈과 사랑을 담지 못한 채 획일적 보편적 기계적 삶을 살게 하여 일그러진 사회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그 후유증이 지속된 것일까 웬만큼 살아가는 사람들조차 봉사와 나눔은커녕 아직도 돈과 권력의 언저리에서 눈만 껌뻑이며 노년의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쫓기듯이 살아간다.
하긴 나름대로 봉사와 나눔의 실천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고위공직자 출신도 있으니 그나마 이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걸어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대전시 급수부장출신의 고희정씨는 초록우산 대전지회장을 맡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12명 의 자식에게 매월 생활비를 건네주면서 편지로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있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 엔지니어링사에서 활동을 지속한다.
올해도 주민공동체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 돼지와 양, 소들을 보내주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삶을 돌아보며 봉사와 나눔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어린 손자들을 데리고 아프리카로 떠날 채비를 한다.
더 감격스러운 것은 서울시 수질과장을 지낸 김재민씨는 공직시절 때부터 뇌성마비 아이를 입양하여 아들로 입적시켜 소중하게 키우는 모습은 그 부부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던져준다.
그도 조합 전무로 박봉의 봉급을 받지만 이 자금으로 카톨릭에서 운영하는 장애우 입양가족 모임을 이끌어 가는데 달게 활용하고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입양을 받지 않아요. 왜 그런지 아우? 재산권 분쟁이 일어날까 염려돼서야.”

요즘 드라마 스캔들에서 남의 자식을 유괴하고 그 아이가 저질스럽게 탐욕으로 부를 축적한 생부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려는 부자지간의 소용돌이가 바로 이사회의 명확한 진단이고 오늘날 물질적 현상에 사로잡힌 사회현상이다.
오늘날의 어른들이 무지한 삶을 살았다면 이제 그들의 후손에게만큼은 이 같은 슬픔과 명예를 벗겨주는 새로운 대전환의 교육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엄하고 철저하게 시행된 잘못된 왕세자 교육이 결국 많은 부작용과 시대의 흑점으로, 어둡고 척박한 시절을 만들게 한 것을 역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종의 경우는 긴 세월동안 철저한 교육을 받고 대리청정까지 했지만 잦은 병치레로 정작 왕위에 올라서는 별다른 족적도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
양녕대군은 혹독한 교육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세자가 되었으며 체계적인 왕세자 교육을 받았던 연산군은 천하의 폭군으로 권좌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제 이 사회의 어른들은 20-30대의 젊은 자식들이 심각한 경쟁사회에서 꿈도 희망도 자신만의 청사진도 없이 파도타기를 하는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만이 지닌 소중한 꿈, 그리고 보석 같은 창의적 발상을 키워 가려면 교육에서 봉사학습과 나눔의 실천 운동을 체질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학습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지금 이 사회는 모두가 경쟁자이고 모두가 같으며 누구나 한 방향으로만 달려간다.
그래서 이태석 같은 신부가 더 위대해 보이고 더 감동을 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근자근 사랑의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이 더 삶의 기쁨을 얻는지 모른다.
지워지지 않고 오랫동안 그 고운 빛을 발산하는 것은,
봄에 핀 꽃들이 아니라.
가을에 지는 붉은 단풍잎이며 노오란 은행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