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시간들
운봉 신항식 교수 정년기념 회고집
회고집을 신간화재로 다루기란 극히 드물다. 개인의 치기적 포장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과거 회고집(자서전)을 다룬 것은 유한양행의 유일환박사 이후 운봉선생의 회고집이 두
번째이다.
여의도에서는 육감적 통계로 2주에 한권씩 포장된 자서전들이 쏟아진다.
특히 선거가 임박할 때면 어김없이 하루에도 2군데 이상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하지만 설익은 과실이라 비린내로 몇 장 훑어보고 어느 구석인가 처박혀 있다가 도서 기증시 나의 서재에서 동반 가출을 한다.
운봉선생은 참 활기차다. 기가 용솟음친다. 경쾌하다. 무엇이 육순을 넘어 칠십 고개를 치닫는 인물에게서 청춘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까.
얼마 전 스스로 초대한 인물들을 모아놓고 정년기념식을 열면서 회고집을 돌렸다.
부제목에서 퇴임이란 단어가 아닌 정년기념으로 붙였던 것도 나름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대다수 교수들이 자신이 평생 발표한 논문들로 사육판 호화양장으로 정렬한 흔적을 이 책에서는 찾을 수 없다.
다만 함께한 동료들과 제자들이 얼기설기 엮은 에세이식 횅가레가 전체를 차지한다.
서울대 후배이면서 같은 한국과학기술원 동료교수인 박희경교수는 “환경공학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세계적인 인물이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그것은 학자로서 해외저널 논문만 185편을 발표하고 국내 저널에 168편, (해외논문이 더 많다)특허출원이 25건, 박사 48명 석사
67명을 배출한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학열의 자취는 환경공학계에서는 가의 독보적이다.
신항식교수는 수자원공사 등 기업 현장에서 근무하다 1984년2월에 KAIST에 부임한다. 토목공학과 초창기 최창근, 이동근, 김진근,
구자공, 이인모 교수와 학과 발전의 핵심적 키워드로 활약 최근에 발표 된 QS 세계 대학교 Ranking에서 건설 분야 50위 이내의 수준으로
발전하게 한 중심인물이다.
동료교수였던 구자공박사는 건강한 호연지기, 근면/검소/투자로서 경제적 독립, 배려의 자상함, 특급의 소화조 분야의 환경공학자,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세계적 리더라고 평한다.
‘아니오’, ‘안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긍정적 사고를 지닌 재치 있는 교수였다는 김진근 박사의 말도 설득력을
갖는다.
여자에 대한 호감도가 서로 비슷함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당혹했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 하면서도 서로 자기에게 더 많은 관심을 끌어보려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면서 여자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갔던 친구이자
처남 매부사이(이전갑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환경 분야 최초로 학술적 공헌을 인정한 지식창조 대상을 작년 10. 24에 수상하였을 때는
가슴속의 잔잔한 파문이 오랫동안 지속된 인물(최용석),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돈과 힘으로도 할 수 없고 오직 진심으로 삶을
나눌 때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 인물(시드니에서 채소룡), 감희 닮고 싶은 교수(김도군), 학문에 대해서는 부주의를 용납하시지 않으시는 매서운
눈매와 언변의 소유자로 제자들도 엄격한 교육을 받아서인지 혼자서도 다 잘 해내는 팔방미인형 연구자(이우진), 종종 낮잠을 자지만 항상 듣고 있는
교수(윤여명), 매사에 현명하게 제자들의 앞길에 불을 지펴준 스승(서영화), 교수님에게 배워야 할 가장 큰 덕목은 학문이나 실험실 생활이 아니라
리더쉽(김구용), 대부분 교수들의 유머는 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썰렁한데 신교수의 유머는 공감대를 형성(김수한),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고 산과
함께 어울릴 줄 아는 분(장덕수), 온화한 카리스마를 지닌 젊은 교수(이체영), 인생의 등불(황유훈).
모두 24명의 동료, 친구, 제자들이 글쟁이들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써 내려간 신교수의 평은 한결같이 사랑이 베여있다.
억지로 치기적인 색깔로 위장한 글들이 아니라 오히려 표현력이 부족하여 그 마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진정성 있는 사랑의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운봉은 정년사에서 “나는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야단친 기억이 없다.
하지만 많지 않은 교수와 제자들이 각국에 산재해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술회한다.
대한환경공학회 회장 활동에서는 총무이사를 담당했던 건기원의 이현동박사의 창의성과 추진력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아낌없이 고마움을
표한다.
KAIST에서 보낸 시간은 행복했고 건설환경공학과에서는 포근했다고 말하는 신항식교수.
酒香百里 花香千里 人香萬里
“좋은 술 향기는 백리를 가고 향기로운 꽃향기는 천리를 가며 인품이 훌륭한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라는 옛
시를 읊조리며 자신의 걸어온 길에 많은 이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향기를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음을 담백하게 고백한다.
그래서 운봉 신항식 교수의 시계바늘은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시인/길샘 김동환>
-저자-
신항식, 윤정방, 이전갑외
24명/한국과학기술원간/262쪽/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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