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위에 세우는 공정한 복지국가-2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는 세 가지 필수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리기경주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아요. 우선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모든 선수들이 같은 선에서 동시에 출발해야 합니다. 즉, 출발선에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죠. 그리고 달리는 과정에서 어떤 반칙이나 특권도 허용하지 않고 공정하게 겨루게 하는 규칙이 있어야 하고, 그게 잘 지켜지는지 심판이 감시해야겠죠. 마지막으로 결승선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눠졌을 때 패자를 그냥 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기득권이 대물림되고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대학을 나왔냐는 것으로 그 사람의 인생이 좌우되는 경향이 아직 강하죠. 다음으로 경쟁 과정에서 공정한 질서가 지켜지고 있나요? 중소기업과 대기업 문제, 골목 상인과 대기업 문제를 보면 답이 뻔하지 않습니까? “불필요한 규제가 철폐되는 것은 좋지만 감시 기능은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열심히 성실하게 했는데도 실패했다면 그 사람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게 실리콘밸리의 미덕입니다.
그건 우리 경제의 성장 전략과 관련이 있는데요. 지난 50여 년의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는 주로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썼습니다. 가진 돈이 얼마 없다 보니 아무 곳에나 투자하면 가진 것을 다 잃어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추격자 전략을 쓰는 나라에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정체기를 맞지 않았습니까? 이대로는 3만 달러 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우리보다 더 무서운 추격자 중국이 쫒아오고 있지요. 이제 과거의 전략은 통하지 않아요. 이제는 선도자(First Mover) 전략이 필요한 때가 왔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문화가 안 바뀌면 이게 잘 되지 않습니다. 어떤 천재가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 내도 성공할 확률은 10% 정도 될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 처음 시도는 실패하죠. 그런데 한 번 실패로 그 사람이 완전히 버려지면 그 모습을 보는 주위의 다른 천재들은 다시는 시도하려고 하지 않게 됩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려 하겠죠. 그러면 결국 우리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 없어요.
거기에 전쟁과 정치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어떤 분의 설명을 인용했어요. 전쟁과 정치는 적과 싸운다는 점은 같답니다. 그런데 전쟁은 적을 믿으면 안 되는 것이고, 정치는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상대방의 궁극적인 목적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있다는 기본적인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적을 믿으면서 싸우는 것, 기본적인 믿음은 가지면서 대결하는 것이 정치라는 얘깁니다. 이런 믿음 위에서 소통의 정치를 추구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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