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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영신문/178호

귀태에 발목 잡힌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참 한심하다.
참으로 어이없다.
참, 참, 답답하다.
 국민의 생명줄을 놓고 대립각을 펼치고 있는 국회현장은 참으로, 참으로 서글프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관련법 상정을 위한 공청회자리에서이다.
 제 317회 임시국회 제 1차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예고된 2시보다 30분 늦게 신계륜위원장의 개회에 따라 진행됐다.
 신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오늘 이 안건은 여, 야 이견 없이 모두가 동의하에 이뤄진 회의지만 본 안건과는 상관없이 발생된 문제."라며 회의를 진행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상민의원 단 한명만이 빈자리를 지켰으며 귀태를 불러들인 민주통합당에서는 가습기 피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장하나, 한정애, 한명숙, 홍영표의원과 진보정의 심상정의원, 그리고 위원장인 신계륜의원 등 모두 7명만으로 진행된 구제법 공청회였다.
법제연구원 박종원실장, 서울대 환경보건학 백도명교수, 서강대 로스쿨 이은기교수,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나정균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 강찬호 피해자 모임대표 등이 진술인으로 참여하고 가습기 피해자들 중에는 11살 산소 호흡기를 쓰고 휠체어에 몸을 싫은 아이도 방청한 색다른 분위기로 연출된 자리였다.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낙동강 내성천이나 제주도 강정마을도, 현대자동차 울산 철탑 농성장도 아니며 기륭전자 노동의 현장도 아니다.
 환경부 공식자료로는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환자 34건이 확인되었고  그중 10명이 사망했으며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소장의 자료로는 조사대상자 95명중 사망자가 33%인 31명이고, 증상발생에서 사망까지 평균 2,5개월로 짧은 시간 내에 건강의 치명적 손상을 입고 있다는 점에서 남, 북 이산가족 찾기와 같은 시간의 긴긴 여행으로 휘돌아 가기엔 너무도 급박한 피해구제 법안을 마련하는 자리이다.
 피해자 모임 강창호대표의 외침처럼 질병관리본부가 이미 지난 11년 4월 원인규명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인과관계를 규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햇수로 3년을 넘긴 시점에서 그 첫 공식 상임위 현장에 또 한 번 귀태에 홀려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개최됐다.
 폐 이식수술비에 1억 원, 한 달 치료비만 300만원, 그나마 이들은 산송장처럼 식물인간처럼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말이다.
 본지가 지난 177호에서도 눈물의 가습기 피해자 대책회의 현장을 르뽀식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기사화 한바 있다.
 적극적으로 추진한 장하나의원을 비롯한 심상정, 신계륜의원등도 눈물을 글썽이게 한 현대사회에서 또다시 만나게 된 비극의 현장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법안이 어이없게도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신을 불러들이는 귀태 발언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지난 5월 23일에는 보건복지부도 법을 시급히 만들어 달라는 의사를 표명했는데도 기획제정부의 불참과 유보적 태도로 긴급 예산마저 반영되지 못하고 만 사건이다.
 가습기피해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하여 매월 치료비 부담이 가정을 파괴하고 있는데도 2년간 국회는 침묵했고 정치는 겉돌았으며 정부는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나마 피해자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동분서주하다 박근혜정부에 와서야 국회에서 논의되자 작은 희망을 안게 되었다.
 그러나 방청한 피해자 가족들은 또다시 정치적 절망과 국가의 신뢰를 잃게 한 또 다른 귀신들의 현란한 말장난은 그 작은 희망마저 실망으로 점철시켰다.
 귀태란 시바 료타로의 조어로 의학적으로는 융모조직이 포도상 모양으로  이상증식하는 현상을 포도상 귀태로 정의하는데 태어나서는 안 될  불길한 의미로 통용된다.
 그런 말을 당당하게 원내 대변인이 언급한 것도 한심스럽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시급한 대처를 요하는 피해자들의 참담한 현실에서도 여야가 이견없이 합의해놓고도 또다시 빈자리가 되고 만 국회 환노위의 임시회의 현장은 우리나라 정치 현실의 불길한 조짐을 또 한 번 명확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상임위회의실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휠체어에 몸을 싣고 들어온 예쁘게 생긴 11살 소년의 해맑은 웃음과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는 천진한 모습은 오히려 바라보는 많은 어른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가습기가 국내 도입된 지 94년부터이니 올해로 21년째.
 그동안 독성물질로 시름시름 앓다가 이유도 없이 죽어간 환자들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정치인들의 가족들 중에도 국가 고위직 공무원의 친적들 중에도 그렇게 앓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비례대표 김상민의원은 나정균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 노형욱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등에게 가족을 잃었다는 심정으로 정책에 임해달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가습기 문제에 집중적으로 열정을 보인 의원들이 초선의원이면서 비레대표인 장하나, 김상민 의원 등인 것을 보니 역시 박찬종전의원이 던진 재선, 삼선 올라 갈수록 전과만 높아지지 국민의 편에 서서 일을 하는 모습은 증발되고 말았다는 말은 귀태라는 표현보다는 실감 있고 진정성이 높아 보인다.
 백승목 피해자 가족은 이렇게 울었다.
“딸아이가 죽었고, 기재부가 이렇게 힘이 있는 부처인줄 몰랐습니다. 신중한 검토라 하는데 신중함이란 내용과 시간이죠. 3년간 무엇을 했나요. 저렇게 귀여운 아이가 산소마스크를 쓰고 살아가고 있잖아요. 3년간 과연 무엇을 했나요.”
 지금 이 순간에도 신중한 검토 속에 기업이 죽어가고 아까운 목숨이 국가의 버림 속에 쓸쓸히 이슬이 되고 있다. 맑은 영혼이나마 이웃에게 남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