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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호>[환경]산사태 위험지 대도시는 없다

[131호] 2011년 8월 4일 목요일 발행

산사태 위험지 대도시는 없다

우면산 산사태 1등급 판정, 위험지로 지정 안돼

전국 위험지 74개소 중 대도시는 부산 뿐

각종 공사로 절개지 늘어 위험지역 증가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연간 강수량의 4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서울 도심의 한복판, 방배동 삼성레미안 방배아트힐이 8차선 건너 우면산에서 쓸려온 토사에 의해 기둥만 남고 4층 이하 동은 졸지에 흉가로 변했다.
 
국내 자연재해 사망자 중 산사태로 인한 사망은 22.7%(’02년 기준)를 차지한다. 산사태 피해 규모가 큰 이유는 토사붕괴가 집중강우에 의해 돌발적으로 발생해 예측이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다.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지도 않은 서초구에서만 지난 집중호우로 지금까지 사망 16명, 부상 20명, 안전대피 413명, 주택침수 2428동(완파 1동), 상가침수 1187동, 공장침수 35동, 농경지침수 5ha의 피해신고가 접수되었다.
본격적인 조사가 완료되면 피해집계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내 산사태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산사태 발생지를 직접 방문해 7가지 기준인자(경사도, 경사길이, 경사위치, 사면형태, 임상, 토심, 모암)를 조사해서 각 항목별 점수를 합산하여 1등급에서 4등급까지 위험도를 판정하여 산림청에 제공하고 있다.

합산 점수가 181점 이상이면 산사태 재해 위험성 최상등급인 1등급이 부여되며, 121~180점은 2등급, 61~120점은 3등급, 60점 이하는 산사태 위험성이 낮은 4등급으로 분류된다.

서초구의 삼성래미안 방배힐 아파트 방면 우면산 기슭은 총점 183점으로 1등급 위험지역이다. 그러나 서울시장이나 서초구청장에 의해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27일 이전에도, 복구작업과 원인조사가 진행 중인 현재도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적은 없다.
 
산림청은 과학원의 판정등급을 홈페이지에 고시하며, 강우량에 따른 지역별 위험수위를 해당 지자체에 실시간으로 통보한다. 산림청 정보를 토대로 산사태 위험지를 지정하고 강우량 위험수위 통보에 따라 산사태 주의보 혹은 경보를 발령하는 결정권자는 지자체 시장·군수·구청장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인기가수 아이유의 소속사 로엔엔테테인먼트가 사용하던 건물은 바닥이 완전히 주저앉아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산림청이 위험지역이라 통보한 바 있고  토양과 숲이 물을 품는 한계치를 벗어나 터진 산사태는 결국 대규모 민원발생의 여지를 안고 있다.

강우량에 따른 산사태 경보 기준은 시우량이 30㎜ 이상이거나 일 강우량 150㎜ 이상, 혹은 연속 강우량이 200㎜ 이상일 경우다.
현재 전국에서 시·군·구청장에 의해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곳은 총 74개소, 69.75ha이다. 이중 위험수위가 가장 높은 1등급 지역은 7개소 27.08ha, 2등급은 20개소 10.5ha, 3등급은 47개소 32.17ha이다.

지역별로는 강원도가 32개소, 14.03ha로 가장 많이 지정돼 있으며, 전남이 13개소 10.80ha, 경북이 13개소 6.31ha로 그 뒤를 잇는다. 이밖에 부산이 4곳 3.10ha, 충북(3.15ha)·충남(2.10ha)·경남(2.24ha)에 각각 3곳, 대전(3.00ha)·울산(0.02ha)·전북(25.00ha)에 각각 한 곳씩 지정돼 있다.

1등급 위험지 7곳 중 강원도 홍천군에만 서석면 생곡리를 비롯해 국유림 3곳이 있고, 나머지는 화천면 하리의 공유림 1곳, 전북 완주군 봉동면과 경북 청송군 안덕면, 울진군 후포면의 사유림 3곳 등이다.

이번 폭우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서울·경기지역 중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단 한곳도 없으며, 대구, 인천, 광주 등의 대도시와 제주지역도 위험지로 지정된 곳은 없다.

그러나 이번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해서 자신의 거주지가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더 이상 없다. 더구나 이들 대도심은 각종 신규공사가 난립한 상태라 위험지는 점차 증가추세이다.
  

심화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