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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호>[환경]중소업체 보호 제도 상수도 발전 발목 잡나

[131호] 2011년 8월 4일 목요일 발행

중소업체 보호 제도 상수도 발전 발목 잡나

코팅시설만 갖춰도 직접생산업체

정작 중요한 파이프 생산기술은 뒷전

중기청, 다수의 영세기업 보호가 우선

 
코팅은 제품 포장단계의 작업일 뿐이라는 업계의 주장과 PE관 생산업체 중 파이프 공정시설까지 갖춘 업체는 한 손에 꼽히기 때문에 생산공정시설에 포함시카면 대부분의 중소업체를 보호할 수 없다는 중기청 및 중기협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수도용 도복장 강관에 대해 서울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와 수공이 중국산 원자재를 막을 대책이 없어 중국제 강관이 전국에 범람하고 있다는 문제점에 이어 중소기업청의 강관 직접생산 기준이 오히려 수도관 품질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중기청은 제품을 직접생산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직접생산확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기청에 직접생산 사실을 확인받은 업체는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중소기업자간 경쟁 입찰 및 천만 원 이하의 소액 수의계약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여 조달계약을 체결한 후 대기업이나 하도급 업체의 생산제품을 납품하거나 수입제품을 납품함으로써 직접생산하는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 직접생산확인제도에서 규정하는 강관 직접생산 인정 기준에 정작 파이프 생산시설은 제외돼 수입제품 및 하도급제품 판매를 제대로 막을 수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중기청에서 규정한 PE(압축식 폴리에틸렌)피복강관의 직접생산 정의에 따르면 원재료인 파이프 및 PE분말, 또는 아스팔트분말을 보유·생산시설과 인력을 활용하여 강관 내·외면 녹 제거(쇼트블라스트기), 예열(예열기), 관 외부피복(T다이형 및 0다이형 압출식 폴리에틸렌피복기 또는 분말융착식피복기), 관 내부도장(내부 도장기) 등의 각 공정을 거쳐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즉, 쇼트, 예열, 외부피복, 내부도장을 위한 생산공정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생산직 상시근로자가 3인 이상(대표자 제외)이면 직접생산 기준을 충족한다.

그러나 이 경우 정작 수도관 제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파이프 생산은 직접생산공정에 포함되지 않아 수입제품이나 하도급제품 등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코팅은 녹을 방지하기 위한 후반 작업일 뿐 강관의 내구성과는 무관하다. 누수사고는 파이프 공정 기술의 문제이므로 오히려 파이프 생산공정을 갖추어야만 직접생산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코팅은 제품 판매 마지막 포장 단계이지 핵심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외부피복의 경우 압출식과 분말융착식 두 종류의 피복기를 둘 다 허용하고 있지만 압출식 피복 시설의 경우 60~70억 원 이상의 설치비가 들어가는 반면, 분말융착식 피복 시설은 압출식의 1/10 수준인 6억 원 정도만으로도 생산시설을 갖출 수 있다.

70억 원 대의 압출식 시설과 100억 원대 이상이 소요되는 파이프 생산공정 시설까지 갖출 경우 설비투자비용은 분말융착식 코팅시설만 갖춘 업체에 비해 수십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파이프 생산 의무가 없어 값 싼 파이프를 구입해 코팅만 해도 입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파이프 생산시설부터 압출식 코팅시설까지 제대로 갖춘 건실한 업체가 입찰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강관의 품질 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영세 업체를 보호하려는 중기청의 제도가 지나치게 관대해 상식적으로 제대로 된 생산시설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는 업체들까지 자체생산을 인정하고 있어 수도용 강관 시장의 발전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기청은 직접생산 기준을 마련하기 전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당시에도 이 문제는 업체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이었다. 결국 중기청에서는 다수를 보호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PE관 생산 업체 중 파이프 공정시설까지 갖춘 업체는 한 손에 꼽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일 파이프 생산까지 직접생산 범주에 넣는다면 이 제도는 중소기업 보호법이 아니라 대기업 보호법이 될 것이다”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제품의 품질 보증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마땅한 대책이 없다.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은 이름 그대로 중소업체의 판로 보장에만 신경 쓰고 있지, 정작 피해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관납 제품의 품질 저하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상황이다.
 

심화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