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장흥숙의 인생강좌<32>

목숨의 무게

 

장흥숙 삼천리·대양바이오테크 주 고문

아주 먼 옛날 자비심이 많은 왕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매에게 쫓기던 비둘기 한 마리가 궁전에 날아들었다. 이에 왕은 얼른 비둘기를 품에 안아 매에게서 보호하였다. 그러자 매는 왕에게 “대왕, 내 저녁거리를 주시오.”라고 요구하였다. 왕은 매에게 말했다. “비둘기를 돌려줄 순 없다. 나는 이미 생명을 가진 것을 널리 보호하겠다고 맹세하였기 때문이니라.”   매는 다시 강하게 항의하였다.   “좋소. 그렇다면 묻겠소. 당신은 비둘기에게만 자비심을 베풀고 나에게는 베풀지 않는 거요? 도대체 내 먹이를 뺏는 이유가 뭐요?”   왕은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매에게 이야기하였다.

“그렇더라도 내가 어찌 비둘기를 너에게 내주겠느냐? 뻔히 죽음을 아는데…. 그 대신 곡식을 받으면 안되겠느냐?”  

 

매는 다시 강하게 요구하였다.

 

“안돼요. 나는 날고기를 먹어야 살 수 있소. 곡식은 있으나 마나요. 빨리 비둘기를 내게 넘기시오.”

 

왕은 깊이 생각하다가 드디어 자기의 살을 떼어주기로 하였다.

 

“날고기는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법. 그렇다면 내 어찌 다른 목숨을 해칠 수 있으리오. 나는 이왕 늙어서 곧 죽을 몸이니 내 몸을 나눠주리라.”

 

이렇게 큰 결심을 한 왕은 곧 허벅지의 살을 듬썩 베어서 매에게 주게 되었다. 그러나 매는 저울을 들이대면서 비둘기와 같은 무게의 살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저울의 추는 조그마한 비둘기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래서 왕은 양쪽 발꿈치와 엉덩이와 가슴살까지 베어서 저울에 올렸다. 누가 봐도 조그마한 비둘기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그러나 끝내 저울대는 수평이 되지 않았다.

 

마침내 왕은 온몸을 다 주기 위하여 저울 위에 몸을 올려놓으려다가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왕은 두 번, 세 번 몸을 일으켜서 간신히 몸을 저울 위로 올려놓았고, 비로소 저울이 수평을 이루었다. 그래서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크게 깨닫고, 감탄하고 말았다.

 

“아, 비둘기의 목숨이나 사람의 목숨이나 그 무게는 같도다.”

 

이 이야기는 위대한 인류의 스승께서 수행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뭇 생명들도 똑같이 중요한 것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생명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도 깊이 느껴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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