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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연재/현대판 목민심서

문정호 전환경부차관의 현대판 목민심서 - 공직심서 04

http://no11.nayana.kr/~stop/bbs/board.php?bo_table=B04&wr_id=312

 


정책기획에 대하여


2.4. 객관적, 과학적으로 대안의 타당성을 분석하라

 

대안이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말한다. 정책결정과정에서 목표가 정립되고 상황이 분석되면 다음에는 여러 개의 가능한 대안을 탐색하고 그것들을 상호 비교·평가해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게 된다. 대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는 기술적 타당성과 경제적 타당성뿐만 아니라 실행가능성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어떠한 방법과 과정을 거쳐서든 대안들이 마련된 후에는 그중 어느 것이 문제해결에 가장 효율적이며 집행 가능한 것인지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여러 가지 대안들 중 어떤 것이 더 영향력이 있고 효과적인지를 판단해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분석과정을 거치지 않고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여 대안을 선택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곤 한다. 운이 좋으면 그중 하나라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지 라는 식의 요행을 바라는 자세라고 하겠다. 물론 때로는 공직자들의 직관에 의한 결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공직자들이 오랜 동안 담당한 분야에 종사하면서 축적한 경험 또한 소중한 자산이므로 그러한 경험에 토대를 둔 직관이 대안의 선택이나 문제해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관에 따른 선택은 위험을 동반할 가능성 또한 크다. 더욱이 공공정책은 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직관에 의한 판단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대안의 선택과정은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대안들에 과학적인 분석의 툴(tool)을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분석기법들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량적인 분석과 정성적인 분석에 모두 유용한 방법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과학적 기법에 대한 맹신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유의해야 할 일이다. 과학에도 분명히 어느 정도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과학은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하는데,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엔 그 분석결과는 중대한 결함을 갖게 된다. 또한 입력 값의 차이에 따라 결과 값의 차이도 클 수밖에 없고, 분석을 담당하는 사람의 전문성과 숙련도 등에 따라서 결과의 신뢰도도 크게 동요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과학적 분석의 결과를 활용하기 전에 다양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많은 경우에 대안을 분석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등의 참여가 효과적이다. 대안의 분석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담당했다면 분석결과를 검증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분야의 다른 전문가들 외에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대안을 발굴하는 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검증 단계에서도 크로스 체크(cross check)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잡아내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는 분석결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정책추진에 따른 불협화음을 줄임으로써 정책집행의 성과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대안분석 결과의 검증과정은 가급적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하튼, 대안을 분석하고 검증함에 있어 공무원이 모든 분야에서 전문적 지식을 확보하여 내용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과정을 객관적으로 주도하여 공정하고 상식이 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판단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