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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영신문/184호

길샘의 독일로 떠나는 에코기행 5

철학자의 길을 걸으며
하이델베르크 넥카 강을 흐르는 다리 중 가장 아름다운 다리인 칼 테오도르 다리를 건너면 철학자의 길로 들어가는 작은 언덕이 나온다. 이 철학자의 길은 괴테나 헤겔같은 철학자들이 걸으며 사색을 했다는 길이라고 한다. 아침 일찍 다리를 건너 철학자의 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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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길로 가는 마을은 강 건너보다 부유층이 많이 사는 곳이다. 우리가 묵고 있는 지역이 그저 상가와 시청이 있는 도심이라면 철학자의 길옆으로 강을 따라 숲속에 있는 집들은 하나하나 저택이며 아름답게 잘 꾸며진 고급 저택이다. 철학자의 길로 접어들기 전에 이들 집들의 생김생김을 관찰했다.
나무와 화단과 잔디 아름다운 꽃들. 7월에도 이토록 많은 꽃들이 낯선 이방인을 반긴다. 주택구조가 다양하다. 같은 모양이 없다. 그러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택가 작은 도로에도 일반 아스팔트 포장보다는 돌들을 촘촘히 박아 배수와 차량이 빠른 속도를 줄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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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성된 길이기에 철학자들이 즐겨 산책한 길일까. 입구부터 푸른이끼와 마치 수도자들이 고행을 하기 위해 좁고 좁은 벽과 벽 사이처럼 세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차는 그런 길이다. 키보다 높은 돌담들을 돌며 계단을 올라간다. 몇 발자국 걷자마자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발자국 소리와 푸른 이끼가 피어나 있는 돌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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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맥주집 앞에서, 하이델베르크의 옛 거리의 풍경을 보면서 우리와 다른 무엇인가를 끄집어낸다. 가족들이 우리보다 더 활기차게 거리를 거닐고 그 가족 속에는 반드시 어린 아이들이 있으며 그 아이들 속에는 낯선 이방인같은 동양인 아닌 한국인 같은 어린아이들도 가족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빈 화분이 없고 그 속에는 쓰레기가 아닌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 있다. 간판은 앙증맞고 동화 속 풍경이 떠오르게 하며 지나는 사람들 손에 스마트폰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도 우리와 다른 풍경이다. 옷이나 구두나 모두 편하고 자유스러우며 평상복의 허름한 옷을 입었다. 화려한 외출복은 없다. 그래도 흉하지 않고 그래도 품격은 살아 있고 대화와 사색의 걸음걸음을 딛고 있는 그들이다.
어드메쯤 오르니 숨이 가쁘다. 그럴 즈음에 넥카강이 보이고 하이델베르크 성이 보이는 휴식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가 맥주 한 병을 마신 흔적도 보인다. 쓰레기통이 놓여 있고 나무의자와 나무 탁자도 놓여 있다. 담소를 나누거나 앉아서 흐르는 강물 속에서 역사의 다리를 건너고 건너온다. 나도 잠시 땀을 닦고 가져온 물 한 모금 마신다. 네카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바지선이 보인다. 선착장에는 출항을 앞둔 관광선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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