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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교육/환경경영

<126호>[연재]외국의 수법(水法)과 물관리 제도(71)

[126호] 2011년 5월 27일 금요일

 

칠레 편

수법개정논의

(1) 1992년 수법 개정안

 

1988년 국민투표에서 피노체트 대통령의 재임이 거부됨에 따라 1989년 12월에 총선이 이루어졌고 1990년 3월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섰다.

 

새 정부는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와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을 지속해나갔다. 그러면서도 새 정부는 군부정부 하에서 이루어진 정책이 지나치게 신자유주의적(neoliberal)이 아닌가 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1981년 수법이 그런 경우라는 비판이 정부 내에서 제기되었다.

 

1990년 새 정부는 물관리국으로 하여금 관련 부서와 협력해서 ‘국가 물정책’(National Water Policy)라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새 정부는 저명한 수법 변호사인 구스타포 만리께(Gustavo Manriquez)를 물관리국장에 임명했다. 그 때까지 엔지니어가 맡아 오던 물관리국장을 법률가로 임명한 것은 새 정부가 수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1992년 12월 정부는 수법 개정안을 기초해서 의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마련한 수법 개정 초안은 물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상당히 제한하려 했다.

 

첫째, 수리권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에 수리권의 구체적인 용도를 적시(摘示)하도록 했다.

둘째, 수리권 허가를 받은 후 5년 이상 물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물관리국은 해당 수리권을 보상 없이 회수해서 다른 구체적 용도에 할당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두 가지는 과거의 수법에 있던 원칙이었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칠레 정부는 이러한 제한이 결코 수리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리권자들, 특히 관개농업을 하는 수리권자들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항했다. 그 외에도 경제학자들과 보수파 정치인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수리권을 상실하는 ‘use it or lose it’ 원칙이 보상 없는 재산권 박탈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에 위반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정부의 의도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정부가 문제를 이렇게 다루는 것은 잘못됐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반대가 거세짐에 따라 정부의 의도대로 수법을 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이에 다른 대안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수리권세(世)(water right tax)와 미사용료(料)(non-use fee)이다.

 

수리권세는 원래 ‘시카고 보이‘들이 도입하자고 주장했던 것인데, 군부에서 이를 시행하는 데 행정적 비용이 많이 들고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포기했던 제도이다. 미사용료는 광업권자가 광물을 채굴하지 않으면 광업권을 반납하거나 매년 요금을 정부에 납부하도록 하는 칠레의 광업법에서 따온 것이다.

 

칠레 정부는 수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가 예상보다 완강함에 따라 ‘use it or lose it’ 원칙을 포기하고 대신 미사용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럼에도 개정안에 대한 반대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3년 12월로 예정된 총선이 다가오자 집권당은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총선 결과 집권당이 다시 승리했지만 수법 개정을 향한 열의는 전과 같지 않았다. 얼마 후 물관리국장이던 만리께는 경질되었고 엔지니어 출신인 움베르또 피나(Humberto Pena)가 새로이 국장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1996년 수법 개정안

1990년대 들어서 칠레는 환경문제에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이는 주로 외부국제사회의 압력 때문이었다. 1994년에는 국가환경위원회(National Environmental Commission)가 설치되었는데, 위원회의 권한은 다른 부서를 조정하는 것이라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환경문제가 중요성을 띠게 됨에 따라 수법 개정을 이와 결부시켜 보려는 움직임이 정부 내에서 일어났다.

 

1996년에 정부는 새로운 수법 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했는데, 1996년 개정안은 1992년 개정안보다 훨씬 온건한 것이었다.

 

정부의 개정안은 미사용료 제도를 도입하고, 수리권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물값 왜곡을 없애며, 또한 비(非)소모적 수리권이 야기하는 문제에 대처하려 했다. 개정안은 또한 유역 관리기구를 만들어서 취약한 물 관리 행정시스템을 보완하려고 했다.

 

<계속>

제공 |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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