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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영신문/176호

안철수 생각 <1>

 

내 딸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창립한 안철수 의원은 전국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다양한 민생의 현장속에서 듣고 느끼고 배우며 정책과 비전을 현실화하고 구체화 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과거에 내가 기업가나 교수로서 기술과 경제 이야기를 나누던 언론인들과 달리 정치 영역에서는 말 속에 담긴 ‘의도’와 ‘배경’에 훨씬 집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딸을 포함한 미래세대가 꿈을 키우고, 행복을 느끼며,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어가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앞으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
 자신에 대한 기대가 온전한 지지인지, 일부의 지적처럼 환상이나 거품이 낀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 자신이 지금까지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과 ‘흔적을 남기는 삶’을 추구했지만 과연 정치 현장에서도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에 대한 엄정한 평가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부끄러움 없이 살려고 최선을 다했으니 이런 공격이 무서워서 해야 할 일을 피하진 않을 것”이고 “중요한 것은 과연 내가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 많은 국민들의 지지가 진정한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다.
 어떤 일이든 처음엔 부진하거나 실수가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남들보다 한 해 먼저 입학하는 바람에 몸집이 작고 적응도 늦어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지 못했다. 성적표에서 ‘수’나 ‘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갈수록 나아지긴 했지만 중학교 때까지도 성적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고등학교 3학년 무렵이 되어서야 서울의대에 갈 수 있는 실력이 됐다. 회사를 차린 후에도 수많은 실수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다. 다만 같은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않는다는 철칙은 지켰다.
 역대 대통령 중 단 한 사람도 비극적 결말을 피하지 못한 나라에서, 모략과 음해가 난무하는 정치판에 나서 싸우기엔 권력의지가 약해 보이고, 잘할 수 있는 다른 가치 있는 일이 더 많아 보인다. 반면 우리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개혁의지는 예사롭지 않아 보이고, 여야의 어떤 후보에게서도 희망을 찾지 못한 채 상당수 유권자들의 기대에도 이유가 있어 보인다.
 30대 후반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제의받은 적이 있고 이후 장관, (정부위원회) 위원장 등 정치권과 정부쪽에서 여러 차례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사양했다. 기업인으로서 정부와의 이해 충돌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공적 역할이 정부산하 위원회의 비상임위원 정도라고 생각해서, 장기적 국가정책을 자문하는 정책기획위원회와 미래기획위원회 등에는 참여했다. 진로를 결정할 때 항상 세 가지를 생각한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열정을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정치 쪽도 의미가 있는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열정을 갖고 몰입하거나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40대까지는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고 봤다.
 오세훈 시장이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체제 유지와 사회 안정을 위해 소외계층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했고, 한나라당은 주민투표를 만류했어야 했다.
 행정 혼란, 세금 낭비 등 잘못에 대해 제대로 대가를 치르지 않고 한나라당에서 다시 시장직을 차지하게 된다면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교훈을 얻어야 한나라당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