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외국의 수법(水法)과 물관리 제도 (69)

칠레

물 시장 평가와 민영화

(3)물 시장에 관한 평가

칠레 수법은 물 시장(water market)을 활성화시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물 거래(water transaction)는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이처럼 수리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칠레 정부가 지하수 수리권을 새로 발부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미국 서부 주는 대개의 경우 지표수와 연계되어 있는 지하수는 지표수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데 비해, 칠레 수법은 지하수 수리권과 지표수 수리권을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표수 수리권과 무관하게 지하수 수리권을 새로 허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표수 수리권을 사오기 보다는 새로 지하수 수리권을 신청해서 얻어내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로 인해 지하수층이 하강하고 지표수가 영향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리권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미국 서부의 경우와 달리 칠레의 수리권자는 물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아니하기 때문에, 수리권자가 구태여 물을 이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수리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이다.

칠레의 물 시장이 성공적인지 실패인지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많은 논쟁이 있다. 물 시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는 1981년 수법 제정을 배후에서 추진한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는 많이 과장된 평가라는 비판이 있다. 칼 바우어는 칠레의 물 시장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relatively inactive’)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수리권 거래가 이루어진 것은 대개 농업용수 사이에서였기 때문에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물이 사용되도록 한다는 물 시장의 원래 취지는 달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우어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칠레에서 물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첫째, 칠레의 하천은 짧고 가파르게 흐르기 때문에 유역간 물 이전(移轉)이 어렵고, 운하가 물 흐름을 고정화시켜 놓았으며 저수(貯水) 시설 또한 부족하다. 둘째, 수리권에 관한 등기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는 등 법적 기반이 미비하다. 셋째, 물을 사고 파는 물품으로 보는 것은 대부분의 농부에게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고 있다. 넷째, 과연 물이 부족한지, 그리고 과연 물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일관적이지 못하다.

실제로 수리권자들은 물을 파는 적이 거의 없다. 그들은 비록 물이 남더라고 하더라도 잉여분(剩餘分)의 물을 시장에 내어놓지 않고 그 대신 이따금 닥쳐올 수 있는 가뭄에 대비해서 그대로 갖고 있다. 이들은 또한 언젠가는 물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바우어는 1981년 수법이 가져온 가장 큰 공헌은 물 시장이 아니라 물에 대한 재산권을 보장함으로써 물 이용에 투자할 동기(investment incentive)를 부여한 것이라고 본다.

 

6. 수도사업 민영화

(1)민영화

1990년 전에는 칠레에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상하수도 사업은 공공 섹터의 소관이었다. 국가가 소유하고 국가가 운영하는 13개의 수도사업체가 각 지역의 상하수도를 관장했는데, 이들은 공공시설부에 속해 있었다. 1990년에 정부는 물 사업을 민영화하기로 결정하고 1단계 조치로 이들 13개 사업체를 공사(公社)로 독립시켰다. 1998년에 민간자본이 이들 회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가했고, 이에 따라 세계의 유수한 물 회사가 자본참여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4년에는 칠레 전체 물 수요자의 95.5%에 대해 민간회사가 물을 공급하게 되었다.           

12개 지역에 참가하고 있는 물 사업체를 보면 아래와 같다.

산티아고 지역	Aguas Andinas	완전민영화
1지역(이끼께)	ESSAT	30년 양허계약
2지역(안또파가스타)	ESSAN	30년 양허계약
3지역(꼬삐아뽀)	EMSSAT	30년 양허계약
4지역(라 세레나)	ESSCO	30년 양허계약
5지역(빨파라이소)	ESVAL	완전민영화
6지역(랑까구아)	ESEL	완전민영화
7지역(딸까)	ESSAN	30년 양허계약
8지역(꼰셉시온)	ESSBIO	완전민영화
9지역(떼무꼬)	ESSAR	30년 양허계약
10지역(뿌에르또 몬뜨)	ESSAL	완전민영화
11지역(꼬이아이께)	EMSSA	30년 양허계약
12지역(뿐따 아레나스)	ESMAG	30년 양허계약

칠레의 물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체를 지분별로 보면 아래와 같다.

Agbar	39.6%
Thames Water	19.8%
Consorcio Financiero	16.8%
Solari Group	8.6%
기타 회사	10.7%
마이푸 지방정부	4.5%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마이푸 지방정부만이 직접 수도사업을 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은 모두 민간회사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계속>
제공 | 한국수자원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