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환경 & 교육/기타

[연재] 장흥숙의 인생강좌(30)

양식 빌리기

 
 


장흥숙
삼천리·대양바이오테크 주 고문

 
어느 날 장자의 집에 쌀이 한 톨도 없이 떨어져서 식구들이 굶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장자는 감하후(監河候)한테 가서 양식을 빌리기로 하였다. 그러나 감하후는 난색을 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식량을 빌려달라구요? 알겠습니다. 머지않아 세금을 거둘텐테 선생에게는 그 세금을 받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자연이 빌려주는 것이 아니겠소?”

이 소리를 들은 장자는 천연덕스럽게 감하후에게 말했다. 
내가 이리로 오는 중에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지요. 바로 수레바퀴 자국에 붕어가 헐떡이며 나를 부르고 있었어요. 붕어는 나에게 “나는 동쪽 바다의 작은 신하요. 내게 한 모금의 물만 주시면 살 수 있소. 도와주시오.” 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붕어에게 “좋다. 남쪽의 오와 월나라의 왕에게 가서 촉강의 물을 왕창 밀어서 보내 마시게 해주지. 그러면 되겠나?” 하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붕어는 나에게 “예끼 여보슈, 난 지금 한 동이의 물도, 넘실대는 강물도 필요 없소. 한 모금의 물이면 족하단 말이요. 그렇게 말하려거든 차라리 건어물점에 가서 나를 찾는 것이 나을 것이요!” 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장자는 감하후에게 크게 꾸짖었다.
“물이 없어 당장 죽어가는 붕어의 심정을 헤아려 보기나 했는가? 그대는 그 붕어를 안주거리로만 생각했겠지! 사람은 사람이어야지, 돈이 되어 버리면 어떻게 하냐구! 이 인간아!”

목이 마른 붕어에게는 한 동이 물이나, 넘실대는 강물도 필요없다. 당장 한 모금의 물만 있으면 목숨을 건지게 된다. 남쪽의 강물을 틀어 흐르게 해주겠다는 장자의 말을 듣고 건어물점에서 자기를 찾아보라고 비웃는 붕어의 말은 우리를 섬뜩하게 하고 있다.
이치는 상황에 맞아야 한다. 겉만 그럴싸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이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