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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진단- 김건하 한남대교수/하수처리 위탁운영 기후·안전·사람의 다차원적 지표체계로 전환해야

전문가진단- 김건하 한남대교수(전 대한상하수도학회장)

 

하수처리 위탁운영방식 대대적인 혁신이 절실

법은 전문성 인정, 감사행정은 단순노무로 판단

기후·안전·사람의 다차원적 지표체계로 전환해야

 

위탁은 늘었지만, 책임은 강화되지 않아

 

2022년 기준 국내 하수처리시설의 위탁운영 비율은 93.5%에 달한다. 절대다수의 시설이 민간위탁에 의존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운영성과, 자산노후화, 안전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43월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 하수처리시설 공사 및 운영실태 감사를 통해 현행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이 과도한 예산 지출을 유발한다며 적격심사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관리대행 사업에 협상방식을 적용하면서 평균 낙찰률이 98%에 달해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2012년 하수도법 개정으로 관리대행업 등록제를 신설하며 전문성 있는 사업자에게만 공공하수도 관리 업무를 대행하게 하려던 입법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이다. 법은 전문성을 인정했으나 감사행정은 이를 단순노무로 판단하며 제도적 혼란이 발생했다.

 

저가 입찰은 결국 인건비와 안전비용만 삭감

 

환경부는 20257공공하수도 관리대행업자 선정 및 대행성과 평가고시 개정안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 유지(기술 평가 후 가격 협상) 관리대행비 표준구성 세부항목을 지침에서 고시로 상향 전력비, 용수비, 보험료, 통신비를 대가 구성 항목에서 삭제하고 사후 정산 성과평가 결과를 재선정 시 가·감점에 반영 등이다.

여기에서 표준대가 체계를 고시로 상향하고 전력·용수·보험·통신비를 정산 항목으로 분리한 것은 운영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동비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산업계의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업계는 감사원의 지적을 하수처리 위탁시장의 전문성을 단순노무 수준으로 격하시킨 것으로 받아들이며, 고시 개정이 현실적으로 저가 수주 경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기술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최종 낙찰이 사실상 가격점수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구조에서, 인력 투입을 줄이고 안전 및 시설 정비 비용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경쟁이 왜곡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체 용역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정산 대상이 아닌 경쟁 입찰 대상으로 남아있어, 저가 입찰 시 결국 인건비와 안전비용을 삭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규모별 차등 계약체계와 성장사다리 모델 제시

 

학계에서는 현행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단기계약(3) 중심으로 인한 장기투자 유인 약화와 핵심인력 연속성 저하 저가경쟁 구조로 인한 품질·안전 리스크 증가 표준원가 미흡으로 간접비·안전·최저임금 반영 불충분 등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성장사다리(Growth Ladder) 모델이 제안되었다. 시설 규모에 따라 계약 기간과 평가 방식을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소형시설(500/일 미만):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과 기초운영 안정화를 목표로 3-5년 계약에 기술 60%/가격 40% 평가 적용

중형시설(500-50,000/): 역량 확대와 성능기반 운영을 목표로 5-10년 계약에 기술 70%/가격 30% 평가 적용

대형시설(50,000/일 이상): 장기운영과 성과·투자유도를 목표로 15-25년 계약에 기술 80%/가격 20% 평가 적용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연계

 

이러한 단계별 설계는 기업이 소형 시설에서 경험을 쌓고 중형을 거쳐 대형으로 성장하는 명확한 경로를 제공한다.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대형 시설에는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 투자를 유도하는 이중 효과를 노린 것이다.

 

성과공유의 핵심은 측정·검증 기반의 성과 산정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밀워키, 프랑스 DSP, 호주 Alliance 모델 등 선진국은 공통적으로 50:50에서 60:40의 성과 배분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성과공유의 핵심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측정·검증(M&V) 기반의 투명한 성과 산정이다.

국제 표준인 ISO 50015IPMVP(International Performance Measurement and Verification Protocol)를 적용해 에너지, 약품, 슬러지 처리 등에서 발생한 절감액을 객관적으로 검증한 후, 이를 공공과 민간이 나누는 방식이다. 재원 확보 방안으로는 ESPC(Energy Service Performance Contract) 모델도 제안된다. 에너지서비스 기업(ESCO)이 초기 투자를 선행하고 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로, 지자체는 초기 투자 부담 없이 고효율 설비를 도입할 수 있다.

새로운 성과지표(KPI) 체계로는 에너지효율: 전력원단위(kWh/) 전년 대비 5% 절감 온실가스 감축: 배출량(tCOe) 10% 저감 재해사고(안전): 총기록재해율(TRIR) 30% 감소 및 중대재해 0방류수질: BOD·COD·T-N·T-P 법정 기준 준수율 99% 이상 인력역량: 핵심인력 유지율 80% 이상, 교육 80시간/, 자격보유율 60% 이상 등이 제안되고 있다.

다만 기술적·정량적 지표 중심의 성과관리가 물복지, 형평성, 재난 대응, 사회적 신뢰 확보 등 공공서비스의 본질적 목표를 후순위로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공 KPI는 비용 절감을 넘어 '사회적 안전·복원력·지역 형평성'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가·계약·대가·성과의 통합 설계-성과공유 인센티브 도입

 

성과 달성 여부를 대가 및 인센티브와 직접 연계하는 보상-제재 체계를 확립해 지속가능한 위탁운영 시장을 위해서는 현재 분절된 제도들의 통합적 설계가 필수적이다.

 

첫째, 평가·계약·대가·성과의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환경부 고시의 별표1(평가 기준)과 별표4(표준대가), 계약기간이 각각 분리되어 운영되면서 제도적 공백과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통합 연동시켜 KPI 설정 공정한 평가 성과 입증 합당한 대가 지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운영사는 성과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이것이 차기 계약 시 실질적 가점으로 작용하며, 동시에 성과공유 인센티브를 통해 절감액의 50-60%를 배분받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소형중형대형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 구축이다. 모든 시설에 천편일률적인 3년 단기 계약을 적용하는 현재 방식은 장기투자 유인을 약화시키고 핵심인력의 연속성을 저해한다. 시설 규모에 따라 계약구조를 3년에서 최대 25년까지 차등화하여, 기업이 단계적 진입과 성장 경로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셋째, 안전·인력·기후를 중심으로 한 KPI 재편이다. 기존의 방류수질 준수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 온실가스 감축, 재해건수, 핵심인력 유지율 등 기후·안전·사람을 아우르는 다차원적 지표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과 달성 여부를 대가 및 인센티브와 직접 연계하는 보상-제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위탁운영의 역설: 공공 통제력 약화 문제

 

하지만 이러한 제도 개선 논의에는 냉철한 현실 진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상하수도 운영체계를 시장 종속적 공공서비스로 진단하며 문제를 제기한다. 위탁 비율이 93.5%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공은 직접 운영 역량을 축적하지 못한 채 단순한 계약 관리자로만 남았고, 그 결과 노후화와 기후위기 대응 능력 역시 구조적으로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 문제에 가깝다. 노후화된 시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노후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공공의 관리·투자·통제 능력이 구조적으로 약해진 것이 핵심이라는 진단이다. 지자체는 실질적 운영 경험을 상실한 채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장기 투자 계획을 수립할 역량마저 약화되었다.

 

특히 장기계약 도입이 독과점 시장을 제도적으로 고착화할 가능성도 경고되고 있다. 현재 대형 시설 운영이 소수 기업으로 집중되는 시장 구조에서 장기계약은 안정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장 독점의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장기계약 도입은 시장집중 규제, 공공 운영 역량 강화, 명확한 책임 분담 원칙 확립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진정한 개혁은 민간의 혁신 역량과 공공의 통제력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시장에서 생태계로

 

2024년 감사원 지적은 위탁운영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논란은 상하수도 위탁운영이 가격 경쟁 시장에서 성과·자산· 리스크 경영 생태계로 전환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환경부 고시 개정은 이러한 전환의 첫걸음이다. 협상방식을 유지하면서도 표준대가 체계를 신설하고 성과평가를 강화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고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기계약, 성과공유, 규모별 차등화, 자산관리, KPI 재설계 등 구조적 혁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물산업 경영자들은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비해야 한다. 단기 가격경쟁에서 장기성과경영으로, 비용 절감에서 가치 창출로, 시설 운영에서 자산 경영으로, 규제 준수에서 리스크관리로 경영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켜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쉽지 않지만 지속가능한 위탁운영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기술혁신 운영효율 절감재원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상하수도는 국민 생활의 기반이자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인프라다. 이 인프라를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은 단순한 용역이 아니라 공공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십이다. 이제 우리는 관리비 경쟁에서 성과·자산·리스크 경영으로 나아가되, 그 과정에서 공공성과 시장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길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감사원, "지방자치단체 하수처리시설 공사 및 운영실태" 감사보고서(2024. 3.)

환경부, 공공하수도 관리대행업자 선정 및 대행성과 평가고시 개정안(환경부 고시 제2025-146)

대한상하수도학회, 상하수도 운영관리 혁신방안 토론회자료집(2025. 12. 10.)

 

감사원 지자체 하수처리시설 사후 관리·감독 허술하다 지적

 

감사원은 지난 24'지방자치단체 하수처리시설 공사 및 운영 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하수처리시설은 2021년 기준 전국에 4339곳이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시설 용량이 500/일 이상인 대규모 시설이 712곳에 이른다. 지자체 자체 운영 290, 민간 위탁 운영이 4049곳이다.(93.5%) 감사에서 적발된 위법·부당 사항은 총 8건이다.

지자체는 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업자를 선정할 때 현행법상 협상에 의한 계약이 아닌 낙찰률이 낮은 '적격심사' 방식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환경부가 제정한 선정 및 평가고시는 기술과 가격을 분리 입찰하게 한 후 가격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법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 결과 2019년 이후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체결한 하수처리시설 단순관리대행 용역 계약 총 200건의 평균 낙찰률이 98.32%(낙찰률이 100%인 건은 104)로 나타나 적격심사 방식 최저 낙찰률인 79.995%보다 약 18% 높아 낙찰률 차이만큼 단순관리대행 용역비를 절감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지자체에서 하수처리시설 재건축 사업을 특별한 사유 없이 정부고시사업이 아닌 민간제안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평택시 등 지자체 5곳이 2017년 이후 추진한 재건축 사업을 모두 민간제안사업으로 실시했으며, 이들 사업 모두 제안자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기술 및 가격경쟁 없이 사업자로 선정돼 비효율적으로 추진됐다.

감사원은 환경부에 하수처리시설 운영비 절감을 위해 단순관리대행 용역업체는 적격심사 방식으로 낙찰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지자체에서 노후 하수처리시설 재건축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할 때 사전계획을 세워 정부고시사업으로 추진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각각 통보했다.

 

이에 더해 환경부는 대행지침 개정으로 관리대행비 절감이 가능한데도 그대로 운영해왔다.

감사원이 전국 지자체로부터 2020~2022년 관리대행 하수처리시설 2896곳을 대상으로 약품비 등에 대한 일반관리비 및 이윤 지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 2677(92.4%)이 대행지침과 달리 전력비에 대한 이윤을 지급하지 않았다. 1699(58.7%)은 폐기물처리비에 대한 일반관리비를 내지 않았다.

대행지침에 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비 산정 기준을 정하면서 보험료를 인건비에 포함하도록 해 보험료를 별도 산정하지 않고 있었고, 보험료 사후정산에 대한 내용과 절차도 정하지 않고 있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보험료를 인건비와 구분해 산정하면서 실제 지급액과 차이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정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자체 101곳 중 52곳이 보험료를 사후 정산할 수 없어 예산을 절감할 수 없게 됐고, 36곳의 경우 보험료를 사후정산할 수 있는데도 이를 정산하지 않음으로써 2018년부터 20238월 말까지 26억여 원의 보험료가 과다 지급됐다.

 

감사원은 환경부에 지자체의 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비 산정 시 약품비와 폐기물처리비, 전력비는 직접 집행하는 방식 등을 통해 일반관리비 및 이윤에 계상하지 않도록 했다. 과다지급한 산재 보험료를 환수하는 방안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LH)1280억여원 규모의 평택 고덕하수처리시설 건설 공사를 하면서 드럼스크린 설비 결함을 확인하지 않은 채 준공한 사실도 적발했다.

감사가 실시된 202310월 현재까지 드럼스크린에서 제거되지 못한 부유물질 등이 생물반응조에 퇴적돼 지속적으로 분리막을 손상시키고 있었고, 이로 인해 하수처리시설이 당초 시설용량(108000/)70% 정도만 겨우 처리하고 있으며 평택시에 인수인계 하지도 못했다.

감사원은 LH 측에 드럼스크린 설비를 보완하고 손상된 분리막을 교체하는 등 고덕하수처리시설을 정상 가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공사의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업무담당자에게는 주의를 촉구하도록 했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김건하 한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