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길샘의 시 산책-김수원 시집<나는 아직 넘치지 않았다>

길샘의 시 산책-김수원 시집<나는 아직 넘치지 않았다>

 

시계 소리

 

              김 수 원

 

외롭지 않기 위해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떱니다

친구를 두고 옵니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등산을 합니다

숲을 두고 옵니다

 

외롭지 않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책을 덮습니다

 

책속의 아이들이 고독해집니다

 

외롭지 않기 위해 사랑을 하고

외롭지 않기 위해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는 자라

친구와 수다를 떨고

숲에서 산책하고

책을 삽니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영화를 봅니다

외롭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외롭지 않기 위해서 시게를 봅니다

 

시계의 초침 소리를

두고 옵니다

 

*‘숲은 어떤 필체일까요’<편지의 계절> 부분

얼음은 겨울의 상속자죠/서늘하지만 쉽게 녹아 순수하죠’< 녹는 꿈> 부분

살아온 기억을 모두 모아 믹서기에 갈면/잠은 무슨 색이 될까요?’ <회색 문> 부분

울음이 섞이면 나는 열두 색 크레파스/함부로 칠해서/더러워진 인형입니다’<비밀의 방> 부분

먼 바다는 드레스를 입은 신부처럼 청순했다/가까운 바다는 밤새 하얀 파도를 입었다가 벗었다’ <자다르 바다> 부분

그리움이 물이라면/그리움이 숲이라면/내 그리움은 한 권씩 쌓아 올린 책이 되겠지요/하지만 책은 계속 쌓이고/숲은 흔들리고/여름에 와르르 무너지겠지요’<여름에 쓴 책> 부분

숲은 무엇으로 자유로울까/나뭇잎은 왜 우주에서 가장 한가로워 보일까/벌목꾼이 밑둥을 찍어낸 그루터기에서/잎은 왜 어둠보다 빨리 올라올까’<숲의 하루>부분

하지만 사람은 빵이 아니어서/행성으로 산다는 건 외로운 일이어서/이것저것 넣고 치대며 반죽을 합니다/ 나는 블랙홀처럼 가운데가 깊이 파인 빵을 좋아합니다/속이 없기에 부드럽습니다’<빵을 만드는 일> 부분

비는 눈치를 모르네요/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비는 눈물보다 진해요/나는 비를 죄다 모아 당신 발에다 붓고 싶어요/! 욕하는 날은 꼭 비가 내리더라구요’<당신 떠나고, > 부분

 

-김수원/강원도 영월 산, 불교문예로 시, 한국시조문학으로 시조 등단, 시집바람의 순례계간문예 상상탐구 작가상-

 

 

(환경경영신문 http://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