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에 부는 바람 ‘응원봉 축제’의 질문
을사년 새해 인사로 시 한 편 창공에 띄웠다.
‘귀를 열어도 귀를 닫아도 / 흐르는 물에 이슬 떨어지는 / 소리만 듣고 싶다
입을 열어도 입을 닫아도 / 향기 머금은 / 바람의 흔적으로 채색하고 싶다
굳이 냄새를 쫓지 않아도 / 풀잎 하나 병들지 않는 / 흙을 밟고 싶다’
분노는 어디가 분화구이며, 슬픔은 또 어디서부터 샘솟는 것일까.
2024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은 너무도 잔인하고 음울했으며 실낱같은 희망도 무자비하게 좌절시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리 축제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5일 전에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펼쳐지는 리우 카니발(RIO)이 연상된다.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는 세계 최대의 맥주와 순회 카니발 축제가 약 2주 동안 펼쳐진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사순절 단식을 앞두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 마지막 밤의 마디그라(Maridi Gras) 축제는 국가의 다양한 역사를 조명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베니스에는 가면의 가장무도회가 사순절 기간에 펼쳐진다. 일본 교토에서는 7월 한 달 동안 기온 마츠리 축제가, 음식 싸움에서 시작된 8월에 열리는 스폐인 부뇰축제, 아프리카 원주민과 유럽이 혼재된 2~3월에 열리는 콜롬비아 바랑키야 축제, 중국의 구정 설날의 축제 등이 관심을 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축제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까. 물론 서울 장미축제, 함평 나비축제, 신촌 물총축제, 수원의 정조대왕 능행차, 서울아리랑 페스티벌 등이 있지만 세계인의 주목을 그다지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유명 축제들은 대부분 예술인이 짜인 각본에 공연하고 관중이 바라다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들이 각자 고향의 향기를 풍기면서 함께 어울리며 거리의 모든 이들이 동참하고 있다.
관객도 출연자가 되어 거리를 지나면 함박웃음을 선물로 받아 가는 신명 나는 축제들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거리 축제는 언제부터인가 촛불 축제로 굳어지는 인상이다.
매년 펼쳐지지는 않지만, 광화문에서, 여의도에서, 용산에서 촛불 축제는 수만,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모이고 함께 촛불을 든다.
촛불시위가 촛불 축제로 절묘하게 번지는 양상이다.
촛불 축제의 기원은 매우 짧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는 최루탄과 돌팔매, 피와 총부리와 맞서는 거리의 비폭력시위였다.
촛불시위는 박근혜 탄핵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윤석열 정부에 와서는 촛불시위가 응원봉 축제로 굳어지는 듯한 인상이다.
2024년 12월에도 촛불 축제가 비교적 장기간 펼쳐졌고 해를 넘기고도 이어지고 있다.
집회에 동참한 주연들은 동원된 일부 국민도 있지만 절반 이상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기에 촛불집회가 아니라 응원봉 축제로 명명하고 싶다.
지난 12월의 여의도에는 응원봉을 든 청소년들과 여성들이 유독 많이 모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 동향’을 보면 남성은 연애, 결혼, 출산, 양육 등에 관심을 지니지만 여성은 사회 기여를 중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행복 수준이 낮은 여성은 인터넷 검색, 영화 등 매우 단조로운 삶을 살지만, 행복 수준이 높은 여성은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대적 전환이 분명하게 가르마를 타는 듯하다.
2024년도의 ‘한국인의 행복 조사’는 2, 3월경에 나올 예정으로 작금의 일련 사태를 겪으면서 행복도가 얼마나 변했는지 자못 궁금하다. 2023년 「한국인의 행복 조사」에서는 한국인 전체 평균의 전반적 행복감은 6.56점(응답 범위: 0~10점)으로 2022년도 6.46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소폭이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행복 수준이 높아진 바 있다.
전반적 행복감의 4개년 동향은 6.83(20년)→6.56(21년)→6.46(22년)→6.56으로 3년 연속 행복 수준이 하락하다가 2023년에 반짝 반등했다.
사회적 관계 및 사회적 자본과 행복과의 상관성에서는 상호신뢰할 수 있고, 관대하며, 서로 돕고 사는지에 대한 정도,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자유로운 정도가 행복 수준과 상관이 있다는 세계행복보고서 10년의 결과가 한국 사회에도 같게 적용되고 있다.
2024년 입소스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헝가리와 한국은 48%만이 행복하다고 답해 30개 조사 국가 중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가 가장 낮았다. ‘모든 부분에서 전반적으로 행복하다’라는 한국인들의 응답은 2011년 71%에서 2024년 48%로 대폭 줄었다.
가족과 친구는 세계 시민들의 삶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부분이었고, 국가의 정치와 경제, 개인 재정 상황은 가장 만족도가 낮은 분야로 확인됐다. 한국의 경우 다른 항목에 비해 자녀,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만 재산(39%), 사회 정치적 상황(23%), 국가의 경제적 상황(21%) 등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가족이라고 자녀를 군대에 보내지 않고, 좋은 직장에 슬쩍 취직시켜주고, 부족한 역량을 알면서 해외 유학으로 땜질하고,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으면서 상대를 비판하고, 모든 것을 소유할 듯 권력을 남용하는데 과연 우리의 국민은 행복해질 수 있으며 젊은 청춘들에게 꿈과 믿음을 심어 줄 수 있을까?
국회에서는 한 초선의원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불체포 특권과 세비를 포함한 각종 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이지만 소위원회라도 통과될지 의문스럽다.
정직한 사회, 자기 말에 책임지는 사회,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사회로 진화되어야만 흐르는 물에서도 해맑은 이슬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이는 어떤 지식에도 매이지 않아야 하며,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이는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이는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함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성 요한의 말씀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