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의 문학산책-고경옥 시집 ‘눈 내리는 오후엔 너를 읽는다’
향香
고 경 옥
눈을 꼭 감고
수건에 한 겹 고요를 더 얹고
황토로 뒤덮인 찜질방에 눕는다
사람에겐 누구나 슬픔 하나씩 있는 것처럼
뼛속 깊숙이 향 하나씩은 품고 있나 보다
누군가 일어나 나가는데 오이 향이
또 누군가는 바다 향이
풀잎 향,박하 향, 가만 이건 커피 향 ......
일어나 나가려다 주춤 망설인다
바라건대 시향詩香이나 한 줌 부스스 날렸으면
◾ -물 말아 다시 한 수저 뜨면/밥알 사이사이에
한 수저 가득한 얼굴/여전히 입속으로 따라 들어옵니다-<시 ‘찬밥’ 부분>
시인은 찬밥을 말아 먹을 때에도 누군가의 얼굴이 비쳐지나 보다.
후루루 국수가락을 빨아 드리듯 찬밥도 꿀꺽 누군가를 떠 올릴 겨를이 없는데
물에 흥건한 밥알 사이사이에 그리움이 밑반찬이 되나보다.
세상을 걷다 보면 숲의 향기를, 바다의 향기를, 개천 향기를, 골목의 독특한 향기를 읽을 수 있다. 색으로 칠하면 다양한 색상으로 그려진다.
산업사회에서 또 다른 향기들의 덧칠로 원초적 향기를 맡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게 덧칠된 향기를 우리는 악취라고 명명하고 있다.
악취로 인한 민원이 한 해 4만건이나 발생된다.
풀잎만 먹고 들판을 거닐던 소 똥에서는 들판의 향기가 나지만 축사에 가둬 사료를 먹는 소 똥은 축산악취로 온 마을이 시끄럽다.
좁은 골목길을 오르며 맡았던 그 구수한 향기들이 그리워진다.
요즘 과학자들은 악취원인 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연구가 한창이다.
해변을 거닐어도, 하천길을 산책해도 향기보다는 덤벼드는 악취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고유의 향기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향기에 향기를 비빔밥으로 만들다 보니 원인도 모르는 괴물 ‘악취’가 탄생되었다.
악취의 원인 물질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종일 분석하는 것이 오늘의 일상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