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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2. 길샘 김동환 칼럼 - 소음분쟁으로 아이조차 키우기 힘든 한국

길샘 김동환 칼럼

 

 

소음분쟁으로 아이조차 키우기 힘든 한국

 

가족은 인간사회의 첫 번째 필수 세포이다. (교황 요한 23) 가정은 나의 대지이다. 나는 그곳에서 정신적 영양을 섭취한다. (펄 벅) 가족들이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은 이 세상의 유일한 행복이다. (퀴리 부인)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르다. (레프 톨스토이)  가족은 아이들의 첫 번째 학교이며 부모는 강력한 모델이다. (앨리스 스털링 호니그)

 

세계 각국의 국민에게 조사한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은 가족이라고 답했지만 유독 우리나라(한국) 물질적 풍요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2023 세계 행복보고서'(2021 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6년 연속 핀란드(7.804)이며 덴마크(7.586), 아이슬란드(7.530)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한국은 5,951점으로 57위이고 OECD 38개국 중에는 꼴찌에서 4번째이며 일본은 26, 가장 불행한 나라는 아프가니스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불편함과 고통도 있었지만 동시에 서로 돕고 배려하는 문화와 정신이 확산하여 행복감을 높여 주었다고 조사됐다.

 

사실상 한국의 다복한 가정은 증발한 지 오래이며 이산가족이고, 명절날조차 귀경길 풍경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한 지붕 아래 5 7, 10명 이상 살던 풍경은 동화에서 나오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최근 5년간 2만 명 넘게 사망한 무연고자는 매년 증가하여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2024 7월 기준 전체 생계급여 가구 수는 1,248,476가구로 이 중 1인 가구는 1,013,529가구로 전체의 81.2%를 차지하고 서울시민 10명 중 3.8명이 1인 가구이다. 여기에다 한국의 인구절벽은 심각 단계에서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출생아 수에서도 2019 302,676명에서 2023년에는 230,028명으로 2019년 대비 24.0%나 감소했다. 행복한 가정은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아이들이 함께하는 가정이다.

한국은 Z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행복감(각각 50%, 56%) X세대와 밀레니얼세대(46%, 45%)와 비교하면 약간 높지만, 한국의 행복 수준은 2011 71%에서 48%로 대폭 줄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라져가는 베이비붐을 재생시키고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상보육비용 확충, 맞춤 복지, 출산 지원정책 등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정책 속에서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들이다.

수년 동안(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초등생이 되기까지) 집안 현관에서부터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움직여야 하며,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사는 것이 바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단절과 냉담이다.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한다. 뛰는 것이 아이들의 운동이고 울고 웃으며 종알거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자란다. 그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라, 살살거려라, 뛰지 말라 제압만 하는 것은 아이들을 숨 막히게 하고 심리적 억압과 자유로운 영혼들을 가둬버리게 한다.

최근 젊은 지인의 사례를 들어보면, 아래층에 사는 사람의 성격도 모른 체 위층에 이사 온 날(이삿짐 업체의 짐 옮기는 소리에도 항의)부터 고통은 시작된다. 외출에서 돌아온 지 5분쯤 되었을 때 아래층에서 올라와 항의한다면 사람 사는 소리 자체가 싫은 이웃이다. 모든 신경을 위층의 인기척에 집중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조심해도 달리 방법이 없다.

종일 어린이집에 있다가 집에 온 2살 된 가벼운 몸무게의 아기가 걷는 발소리도 층간소음으로 들린다며 올라오는 이웃 세상에서 아이를 키울 주거 공간이 통제받고 있다.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는 저출산의 주요 요인 중의 하나다. 어린이가 누려야 할 평화로운 자유는 박탈하고, 자신들은 처음부터 고요한 세상의 어른이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이는 분명 어른들의 유아·아동 학대다.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주택 수는 1,881만 호로 집계됐으며, 이 중 아파트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비중이 78.3%에 달하고 있다.

주거 공간을 이웃과 공유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삶은 정신적 공유나 나눔이 없이 이웃 간 분쟁만 지속해서 발생시키고 있다. 층간소음은 분쟁을 넘어 살인·폭력 등 범죄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공동주택에서의 층간소음은 가장 빈번한 분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아이들을 키우려면 공동주택에서는 1층에서 생활하거나 단독주택에서 살아야 한다.

정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은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한 직접 충격 소음 중 1분간 등가소음도 기준을 낮(주간)에는 39dB, (야간)에는 34dB로 기존(주간 43dB, 야간 38dB)보다 4dB씩 강화했다.

2005 6월 이전 사업 승인을 받은 노후 공동주택 등에 대해서도 현재 적용하고 있는 보정치 5dB 2025년부터 2dB로 단계적으로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 대책은 미흡하고 그 틈새로 빡빡한 생활고에도 검증되지 않은 소음방지용 물품들을 구매해야 한다. 수백만 원씩 투자해야 하지만 정부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생활 습관 변화를 유도하여 층간소음 발생 빈도와 이웃 간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사전 예방 효과만 막연하게 기대할 뿐이다.

물론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은 이웃 간의 배려와 생활 습관의 자율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축구조물의 현실과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환경에서는 정겨운 이웃의 보살핌은 기대하기 매우 어렵고 또 다른 벽과 벽의 전달음만 들릴 뿐이다.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층간소음과 같은 제3의 생활비용이 증가하고 이웃 간의 소통을 위한 적응과 배려의 정신적 훈련도 필요하다.

장애자용 주차장을 별도로 설치하듯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대해 주택의 선택권과 주차장에서의 7세 미만의 가정에 대한 주차시설 등 소소하지만 다양한 현실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저출산·고령 사회정책 수립과 예산·기금의 편성과정에서 출생 등 인구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는 인구영향평가 제도 인구변화인지 예결산 제도 도입에 대한 총체적인 새로운 한국적 설계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전제된 사회문화가 형성되어야 하고, 이웃 간의 분쟁으로 인한 제3의 고통과 억압을 주는 층간소음에 대한 근본적 대책도 동반되어야 하는 그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사랑은 가족을 돌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마더 테레사-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