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예방 전도사 이창기박사 별세
연구사에서 보건안전연구원장,국립환경과학원장 역임
마약원료 사용한 제약회사 정체 밝혀낸 메사돈 사건
마약연구 행정 1세대 이창기 박사 88세로 이승 하직
한국도 마약 안전지대가 아닌 현실에서 이미 20여년 전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한 ‘마약이야기’를 출간한 이창기박사(1936년생)가 88세로 지난 8월3일 별세했다.
일송(逸松) 이창기(李昌紀) 박사는 1959년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1975년 원광대학교에서 약학박사, 미국지구환경대학원(EEU)에서 명예환경과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보건사회부 국립화학연구소 연구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후 내무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공기사, 연구관. 국립보건원 마약시험과장, 분석4과장. 보건사회부 약정국 마약과장, 약무과장, 약품수급담당관, 국립의료원 약제과장, 약정국장, 약무식품국장을 역임했다. 국립보건원 안전성 연구부장, 국립보건안전연구원장(초대), 국립환경연구원장(4대원장,89-93년) 등을 거쳐 1993년 34년간의 공직을 마감했다. 이후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충북대학교 초빙교수,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상근부회장,한국환경한림원 회원,중앙약사심의위원 을 지냈다.
국내에서 최초로 각종 독성시험과 의약품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하였으며 이 연구로 과학기술처장관이 수여하는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실시하게된 이후 한국에서 개발한 신약도 동등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 제약 후진국이란 오명을 벗어나게한 계기를 마련했다.
이창기박사가 공직생활 6년차인 1965년 메사돈 파동의 본질을 밝혀낸 것은 분석과학자의 획을 긋게 한 사건이다,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생산 판매된 진통제인 매사돈으로 인해 마약중독자가 급증한 사건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이창기약사가 메사돈의 정체를 밝혔다. 제약사들이 전국민을 마약 중독자로 만들었던 우리나라 제약사의 가장 비윤리적인 사건이다. 제약회사 관련약사가 마약 합성기술을 제공하고 합성원료를 다른 제약회사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는 행위도 밝혀졌다.
이박사의 메사돈 성분 확인으로 합성원료들의 유통경로가 밝혀지고 15개사의 제약사가 폐쇄되었다.(동미제약,대광제약,협동산업,태성화공,태양제약,동국제약,삼초제약,유니온제약,영신제약,건설약품,관서제약,영남화공,국도제약,백십자약연,미림약연) 아울러 공무원, 업자 등 66명이 구속되었고, 보건 담당 관리자 7명도 파면되었다. 1965년 당시 메사돈으로 인한 마약중독자는 1만5천명에서 2만명으로 추산하였지만 전문가들은 10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하였다.
이창기박사는 메사돈을 검출하여 마약화를 방지케 한 공로로 대통령 소성훈장을 받았다. 최근에는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 약대인 상’(2019년)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마약 이야기’와 ‘환경과 건강’이 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상근부회장에 재직중에 출간한 ‘마약 이야기’는 마약에 대한 연구와 마약행정의 경험등 40여년간 모아온 자료를 정리했다.
이 책은 마약의 정의, 약물남용, 약물의존성(중독)에 대하여 쉽게 설명해주고 마약의 남용유래, 각국에서의 남용실태, 생산국과 마약조직, 전쟁과 마약, 국제간의 밀수거래, 국내외에서 발생한 마약사건과 잘못된 마약정책의 교훈들을 들려준다.
환경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한 권이혁 박사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이창기 박사가 공직에서 수행했던 정책추진 사항과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 성과에 대해 전문지, 학술지등에 기술한 글들을 모은 것으로 제약 선진국으로 가는 과도기의 제약발전사, 식품위생관리의 선진화, 21세기 선도 환경공학기술개발연구 등이 정확한 역사기록으로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밝힌바 있다.
메사돈 사건이 사회문제가 된 60여년이 지난 현재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3년 기준 검거된 마약사범은 17,817명으로 ’19년에 비해 무려 71.1%p 급증했다. 특히, 17,817명 중 재범인원은 8,821명으로 재범률은 무려 49.5%에 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 해상 마약밀수 단속 현황 > 자료에 따르면 , 밀수 건수가 2017 년 60 건이던 것이 2023 년 1,072 건으로 약 16.8 배 폭증했다 . 같은 기간 마약밀수 적발 인원도 38 명에서 461 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
마약의 종류별로는 양귀비의 경우 2022 년 8,157 주 ( 株 ) 에서 2023 년 1 만 6,955 주로 두 배 넘게 증가하였고 , 대마 또한 2022 년 35g 이었으나 2023 년 577g 으로 약 17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의료용 마약류 처방환자도 늘어나면서 오남용 사례도 함께 증가하는데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된 의료기관이 2022 년 89 개에서 2023 년 163 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의사들이 자기 자신에게 마약류를 처방하는 ‘ 셀프 처방 ’ 과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마약류를 처방받는 ‘ 의료쇼핑 ’ 문제가 이어지면서 ‘ 의료인 마약사범 처벌 강화 ’, ‘ 마약류 안전망 구축 ’ 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고 있어 故 이창기박사의 마음을 아리게 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장 재임시에는 수처리 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두오존, 액화 이산화염소 시장개척을 위해 기존 방청제나 수처리제와의 차별 점에 대한 연구를 진행시키기도 했다.(환경경영신문 2020.1.28.일자)
이창기박사의 별세로 역대 22명의 국립환경과학원장중 성유운(1대),지달현(2대),심응기(3대),이창기(4대),서윤수(5대),조병환(6대),심영섭(7대),김종석(8대),최덕일(11대) 전 원장등 9명이 이승을 하직했다.
역대 환경부장관(청 6명,처 6명,부 21명)을 역임한 33명 중 환경청장 1대 박승규,3대 청장 최수일, 환경처장관 1대 조경식, 2대 허남훈,3대 권이혁 장관등 5명이 별세했으며 환경부 시절의 장관 21명중에는 별세한 인사가 없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