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24. 7. 길샘 김동환 칼럼 - 두뇌 속에도 플라스틱 조각이

두뇌 속에도 플라스틱 조각이

 

어린 날 놋수저를 엄마 몰래 숨겨 엿 바꿔 먹은 기억이 어슴푸레하다.

속살은 긁어내어 죽을 써먹고 금이 가면 촘촘히 실로 꿰미여 물바가지, 쌀바가지로 사용했던 박.

흥부전의 그 박이 우리 집 지붕 위에도 두둥실 영글기를 학수고대 기다리던 그 박을 우리는 왜 버려야 했나.

아버지 밥그릇만큼은 놋그릇이었는데 스테인리스스틸 그릇으로, 반찬 그릇도 사기그릇에서 냉장 보관이 쉬운 플라스틱 그릇이 일상화되었다.

풀떼기만 먹고 간신히 쥐어짜듯 나오는 젖에는 분명 미세플라스틱 따위는 없었던 순수한 모유였을 텐데.

 

스위스 비엔나 대학 연구원들은 생쥐가 플라스틱을 함유해 조제된 먹는 물을 섭취한 지 불과 2시간 만에 뇌에서 플라스틱 입자를 발견했다. 플라스틱이 혈액, 장기, 태반, 모유 및 위장 시스템을 포함하여 인체 대부분에 침투했음을 증명하는 연구이다.

현대인들은 아직도 플라스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창조와 혁신은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지만 비만, 당뇨병, 생식 장애 및 태아 그리고 아이들의 신경 장애와 같은 부정적인 건강에 미세플라스틱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플라스틱 입자가 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는 산업화 시대의 비극적 종말을 들여다보게 한다.

병원에서도 유리 수액병, 플라스틱 수액병, 플라스틱 수액 튜브 등 수액 치료 세트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인간이 플라스틱 세계에 갇혀버리고 말았다는 현실에 자지러지고 만다. 30개의 플라스틱 수액병, 수액 백 중에서는 20% 6개에서 검출되었다.

포도당 주사 등 단순한 영양제 주사를 맞으면서도 나의 혈관 속에는 이미 수십, 수백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나폴리의 연구자들은 동맥질환 환자의 혈관에서 제거된 지방 덩이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폴리에틸렌이나 폴리염화비닐(PVC)의 작은 입자로 오염된 침전물을 발견했다.

플라크(혈관 속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생기는 현상)에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 플라스틱이 포함된 사람들은 플라스틱 오염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향후 34개월 동안 어떤 원인으로든 뇌졸중, 심장마비와 사망을 겪을 가능성이 5배나 더 높다고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은 어느덧 우리 삶에 울타리를 겹겹이 쳐서 탈출할 수 없게 하고 말았다.

먹는 것에 굶주리지 않고 비만 체중이 증가하고 키도 훌쩍 크지만, 학교폭력, 가정폭력, 왕따의 세계는 좀비처럼 파고들고 신체적, 성적 폭력과 심리적 상처의 골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정치, 교육, 제도적 문제도 있지만 편리성에 의해 불러들인 미세플라스틱의 역공은 건강하던 사회구조를 망가지게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보다 안정적으로 사는 현대사회에서의 일상생활은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불안과 분노를 가슴에 쌓아두고 있으며, 발효되지 않은 온갖 감정들이 우울증과 무기력증, 공황장애, 분노조절 장애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미세플라스틱의 농간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많은 사람이 현재의 삶에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고, 다양한 심리적 고통 및 증상을 앓고 있는 등 현대인의 정신건강 상태가 상당히 우려되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응답자의 76.4%가 자기 삶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22년 조사한 만성질환 변화를 보면 남자의 비만 유병률은 비교적 가난의 고행을 했던 60에서 69세가 36.8%, 70세 이상은 29.8%지만 50~59세는 49.7%, 40~49세는 53.6%, 30~39세는 55.7%. 19~29세도 42.8%로 매우 높았다. 2013년과 비교하여 10여 년 후의 조사는 70세 이상만 3.6% 증가했지만 19세에서 59세의 변화는 최하 8.9%에서 13.5%로 급증했다.

우울장애 유병률도 5.2%(19세 이상), 3.4%(30세 이상), 4.3%(40세 이상), 4.0%(50세 이상), 3.6%(60세이상), 1.1%(70세 이상) 등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위험의 경고는 음주와 흡연 등도 있겠지만 미세플라스틱도 한몫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진다.

미세플라스틱의 무서운 임상실험은 모두 해외에서 얻어낸 결과물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이렇다 할 기초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끊임없이 광학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관찰하고 조사하는 연구에 시간적 경제적으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난의 맛을 견뎌낸 60대 이상의 사람들은(1965년 이전) 고구마, 호박, 오이, 보리밥, 감자, 수수, 현미, , 누룽지, 고들빼기, 쑥 등 산나물을 캐어 먹으며 최고의 건강식품만 먹고 살았다. 그래서 요즘의 젊은이들보다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가난도 건강함을 선사한다는 고마움이 미세플라스틱의 침략을 통해 절절히 절감하는 하루며 편리성과 실용성에 대한 반전이다.

사랑을 받아왔던 플라스틱도 이제 헤어질 날이 가까워지고 나무 그릇, 사기그릇, 놋그릇,유리병으로 되돌아가야 할 시기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환경 경영학박사시인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