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의 문화산책 – 세종문화회관의 뮤지컬 ‘벤자민 버튼’
세상은 늙어가는데 세월이 갈수록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나는 점점 젊어지는데 사랑하는 여인은 점점 늙어가고
거꾸로 가는 세상, 시간의 되돌리기, 어린날로 돌아간다면...
가끔은 시간을 들여다보며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그려본다,
어린날에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청년이 되어서는 그럴듯한 사회인으로 어느 여인을 넉넉하게 품에 안고 싶기도 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은 시간이 되돌리기가 아니라 생체적 변화에 반비례하는 시간의 태엽감기이다.
동구 밖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시간이 흐를수록 작은묘목이 되고, 산란기를 맞은 명태가 시간이 갈수록 작은 노가리가 되는 기이한 현상이다.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참으로 기이하기만 한 생체적 변화가 시간이 지날수록 노화기에서 발육기로 역성장하는 한 인간의 삶을 그려가는 진지하고도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뮤지칼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말 미국의 뉴올리언즈. 80세 정도의 외모를 가진 사내 아이 벤자민 버튼이 태어난다, 생김새 때문에 양로원에 버려져 노인들과 함께 지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어느 날, 5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잊지 못하게 된다. 점차 중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 만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비로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벤자민은 날마다 젊어지고 데이지는 점점 늙어간다.
이런 내용의 소설을 영화와 뮤지컬로 재탄생시켰지만 깊은 충격과 감동보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잔잔한 사고를 심어주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 뮤지컬에서는 연령별 배우의 등장보다는 목각인형을 등장시켜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한 인간의 생태적 변화를 대신해주고 있다.
기차여행은 영상자막으로 처리하고 부친이 유산으로 남겨준 술집에서 주로 무대가 펼쳐진다.
조연 배우들이 잠깐씩 등장하여 테마의 변화를 주지만 줄거리의 맥락에서 쉽게 이해가지 않는 면도 상당 수 노출되고 있다.
인생사 팔순의 지고한 경륜이 녹아간 나의 40대는 얼마나 황홀하게 인생을 즐길 수 있을까.
80여년을 지켜보고 함께 한 삶이 녹아간 나의 청춘은 얼마나 찬란하고 신바람나는 삶을 살아갔을까.
그렇게 녹여간 사랑은 얼마나 달디 단 꿈방울을 얼마나 크게 띄웠을까.
무대를 바라보면서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보다는 삶의 지평에 나만의 자막을 펼쳐간 뮤지컬 벤자민 버튼.
이같은 무게가 나가는 뮤지컬은 공연 전 자막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줄거리를 흘려주는것도 공연을 더욱 값지게 소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나이의 변화를 목각인형으로 표현했지만 단순한 목각인형으로 조각될 뿐 나이의 변화를 짐작하게 하는데에는 실패했다.
뮤지컬의 주제가 형이상학적이며 자아를 관조하는 시간을 던져준다는 데에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지만 그렇게 전달하는 유통과정중에 배달사고가 많았던 무대였다.(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