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의 문화산책-성영희의 시집<물의 끝에 매달린 시간>
염원
성영희
성북동 길상사에 가면
성모마리아인 듯 부처인 듯
두 염원 하나로 모은
관세음보살상 있다
모든 조화와 융합이란
이렇게 맑고 온화한 것이라고
고요한 미소로 화답한다
불교계 조계종 해봉당 자승스님이 불로 세상을 하직할 즈음 ‘물’을 만났다.
물길을 따라 시를 읽어 가지만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겨울이면 제 몸의 물기를 모두 빼서/어린 생명들을 덮어주는 것도/나무들의 득도일 것입니다-「못 박는 나무들」부분
-무게가 없는 습성들은 쉽게 가라앉지 못한다/물과 바람결이 섞여 만들어진/새파란 바다 한 장- 「각주」부분
-기다림도 오래되면/저렇게 기우는가/지붕도 담장도 기우뚱 저무는데-「폐가의 봄」 부분
-뽀족한 짐승의 울음소리가/동그란 파장으로 번지는 동굴 안/ 한 줄기 빛이 물방울에 걸렸다/물의 끝에서 시간이 다 빠져 버리면/세상은 잔물결 하나 없는 대양이 될까-「물의 끝」부분
-나를 따라온 뒤가 있다 앞을 보며 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지나온 길을 가늠해 보라는 백미러의 조언,-「뒷모습을 접다」부분
-수국무늬 브라를 아끼던 그녀는/지금쯤 보랏빛/물의 나라에 도착했겠지/슬픔에 물을 섞으면 저런 색깔이 될까-「수국」부분
-물소리는 귀가 밝아/청력으로 범란한다/어떤 소리가 저렇게 무성해져서/저희들끼리 입을 만드는가-「물소리는 귀가 밝아」부분
-슬픔이란 범란과 혼탁을 거쳐/강물 속같이 투명에 이르는 일-「장마」부분
성영희 시인은 글자가 박힌 마지막 장에 –긴 침잠의 시간을/ 한방울 물의 소리로 깨워 본다/구름과 별과 바람을 다 담을 수는 없어도/한모금,사발에 담긴 냉수이기를-속삭이듯 시를 활자화 했다고 말하고 있다.
*충남 태안산으로 <경인일보>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섬,생을 물질하다」 「귀로 산다」가 있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