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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응렬의 그래서 산티아고 4-가장 멋진 길 산토 도밍고 21.5km-통닭의 전설 살아 숨쉬는 칼사다 대성당

박응렬의 그래서 산티아고 4-가장 멋진 길 산토 도밍고 21.5km

 

순례자를 상대로 도둑이 많았던 순례자의 길

순례자를 위해 존재하는 마을 칼사다(Calzada)

통닭의 전설이 아직도 살아있는 칼사다 대성당

알람브라궁전

 

중세에는 순례자를 상대로 한 도둑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들에게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 칼을 거꾸로 꽂아 놓았다는 것이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 어울릴 듯하다. 순례자들을 상대로 뭘 빼앗겠다는 것이었을까?

산토 도밍고는 엄청나게 넓은 평야 가운데 자리 잡은 도시다. 한눈에 봐도 농산물 집산지 역할을 하는 도시로 짐작된다. 입구에 들어서자 대규모 창고들이 보이고, 감자를 싣고 있는 대형트럭도 보인다.

세계 각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합리적인 숙박시설과 함께 저렴한 물가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이들과 같이 다니니 이런 좋은 점도 있어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산토 도밍고 데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는 설립자 성 도밍고 데라 칼사다에서 유래한다. 산티아고 순례길로 인해 생겨났고, 까미노를 위해 존재하는 마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마을이라고 한다. 신부였던 산토 도밍고가 오하 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순례자들이 편리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돌다리를 놓았다. 교회와 구호소도 짓고, 환자들을 위해 병원도 세웠다고 한다.

 

 

산토 도밍고 데라 칼사다 대성당 역시 깊은 전설을 갖고 있어 많은 순례자가 들르는 곳이다. 성당 안에 그의 무덤이 있고, 정면에 암탉과 수탉이 있다. 황금 전설(The Golden Legend)에 따르면 젊은 순례자가 어느 여관에 머무는데 그를 짝사랑한 주인의 딸이 사랑을 고백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앙심을 품고 순례자 짐에 은잔을 숨겨놓고 도둑으로 신고했다.

고을 책임자는 아들과 아버지 중 한 명이 범인일 것이고, 둘 중 한 명만 교수형에 처한다고 판결한다.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사형당하겠다고 우기지만 결국 아들이 교수형을 받게 된다. 아버지는 성인 야고보에게 아들의 구원을 기원하며 순례를 마친다. 순례를 끝낸 아버지가 아들의 처형장소에 찾아갔을 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아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야고보께서 지켜주셨다고 믿었다.

아버지는 고을 책임자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그는 닭요리를 먹다 그 젊은이가 살아있다는 얘기를 듣고 죽은 이 닭이 다시 살아난다면 그 말을 믿겠다.”라고 하자 갑자기 그릇 속의 닭이 살아났다는 전설이다. 그 이후 통닭의 전설이 깃든 이곳 대성당에서는 한 쌍의 흰색 닭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까미노에는 이런 믿기 어려운 전설이 깃든 곳이 많다.

까미노를 걸으면서 비포장도로에 왜 이렇게 자갈이 많은지 궁금했다. 흙길이면 좋을 텐데 자갈이 너무 많다. 흙길을 만나면 맨발로도 걷고 싶었다. 잘 아는 원장님이 허리에는 맨발 걷기가 좋으니 이왕 걷는 김에 가능한 구간에서 한번 시도해보라고 하셨기에 그런 구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길은 온통 자갈뿐이까미노를 걸으면서 비포장도로에 왜 이렇게 자갈이 많은지 궁금했다. 흙길이면 좋을 텐데 자갈이 너무 많다. 흙길을 만나면 맨발로도 걷고 싶었다. 잘 아는 원장님이 허리에는 맨발 걷기가 좋으니 이왕 걷는 김에 가능한 구간에서 한번 시도해보라고 하셨기에 그런 구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길은 온통 자갈뿐이다.

스페인에서 만난 법면은 대부분 흙 반 자갈 반인 곳이 많았다. 어떤 지질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지반으로 만들어진 도로나 농경지에는 자갈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흙길을 기대하고 왔는데 자갈길뿐이라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다. 흙길을 만나 맨발로도 걸을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리오하주를 지나 카스테야 이 레온주로 넘어온다. 리오하 지방의 마지막 마을은 그라뇽이고, 레온의 첫 마을은 레데시야 델 까미노(Redecilla del Camino). 간판 하나만 서 있을 뿐 경계라고 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어 보인다. 이제 스페인에서 가장 넓은 카스테야 이 레온 주가 시작된다.

도대체 이 길이 무슨 길이기에 그 많은 사람이 몰려오고, 왜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 걸까? 다녀온 사람마다 가보라는데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일까? 파울루 코엘류의 인생을 바꿔놓았다는데,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알고 싶은 게 너무도 많다. 내 체력으로 완주할 수 있을지도 궁금했고, 내 체력의 한계도 알고 싶었다. ‘가보자. 걷다 보면 알게 되겠지.’라면서 걷고 있다.

 

(환경경영신문, www.ionestop.kr ,박응렬의 <그래서,산티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