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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응렬의 그래서 산티아고 –3 구름을 타고 넘는 피레네 산맥

 

박응렬의 그래서 산티아고 3 구름을 타고 넘는 피레네 산맥

 

론세스바예스 ~ 수비리 (Roncesvalles ~ Zubiri), 23km

수비리 ~ 팜플로나 (Zubiri ~ Pamplona), 20.5km

피레네산맥

오늘의 목적지인 수비리(Zubiri)는 스페인의 유명한 철학자 하비에르 수비리가 태어난 곳으로, ‘다리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인구 4백여 명의 아담한 마을에 있는 중세 시대의 석조 다리, ‘라 라비아 다리(광견병 교)’의 사연이 특이하다. 다리를 건설할 때 강가에서 흙을 파내다 광견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수호여신인 카테리아 성녀의 유해가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수호성인도 있었나?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피레네산맥을 걸으며 먼 하늘의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어디선지 출발했을 저 구름은 흐르고 흘러 여기까지 왔겠지. 그리고 또 어디론가 흘러가겠지. 변화무쌍한 자연과 함께 네 모양도 한없이 변하는구나. 내 인생도 그렇게 흘러왔고, 저 구름처럼 또 어딘가로 향해 가겠지. 지나온 60여 년 내 인생도 저 구름처럼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잘도 흘러왔구나!

 

팜플로나는 역사적인 유물도 많은 도시로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팜플로나 대성당은 14세기 말에 건설에 들어가 무려 150여 년이 걸려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위용이 정말 대단하다. 문을 열지 않아 밖에서 구경할 수밖에 없어 무척 아쉬웠다. 팜플로나 성벽도 의미 있는 명소다. 800년에 가까운 기나긴 이슬람 세력과의 전쟁 속에서 그들의 침략을 끊임없이 받아 왔지만, 성벽을 건설하고 나서 단 한 번도 적의 수중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성벽은 튼튼하고 두툼했다.

 

저녁 식사 후 이곳에서 제일 크다는 카스티요 광장으로 갔다. 여기 와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곳, 헤밍웨이의 카페로 유명한 이루나(Iruna) 카페에 가기 위해서다. 헤밍웨이가 노년에 자주 이용했던 곳으로 누구나 한 번씩 들르는 곳이다.

 

순례길 팁 : 걷기 연습, 어떻게 할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사람들로부터 걷기 연습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집이 생기지 않게 준비하고, 걸으면서 물집을 예방하는 방법을 알면 걷는 준비는 모두 대비할 수 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체력 소모로 인한 낙오자, 근육통을 호소하는 사람, 발목을 삔 사람, 물집이 생겨 고생하는 사람 등 다양한 유형의 환자가 속출한다. 그중에서 물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물집 때문에 완주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먼저 출발 전 준비 단계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첫째, 출발 1년 전부터 하루에 만 보 이상 걸어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으로 실천해야 할 사항이다. 나는 아침에 통근버스 타러 갈 때 20여 분을 걸었고, 퇴근은 지하철로 하는데 만 보가 안 되는 날은 미리 내려서 집까지 걸었다.

둘째, 신발과 양말 선택이다. 다이얼식 신발을 구입해 최소한 3개월 이상 신으면서 내 발에 맞는 신발로 적응시켰다. 기능성 양말도 다섯 종류 이상 구입해서 신어보고 가장 적당한 세 켤레를 가지고 갔다. 발가락 양말은 발볼이 넓은 사람에게는 적당하지 않으니 자기 발 특성을 잘 알고 선택해야 한다.

셋째,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발바닥을 단련한 것도 도움이 된다. 누군가가 동남아 여행을 가서 해변에서 며칠간 놀다 온 뒤에 무좀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순례길을 걸을 때는 다음 세 가지를 실천했다.

첫째, 아침 출발 전에 발바닥 전체에 안티푸라민이나 바세린을 발라주었다. 발가락 사이사이에도 골고루 발라주고, 발이 건조해진 느낌이 들면 휴식을 취할 때도 가끔 발라주었다.

 

둘째, 휴식을 취할 때 하루에 한 번, 가능하면 두 번 이상 양말까지 벗고 발을 말려주었다. 다이얼식 신발을 신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끈으로 묶는 등산화는 신고 벗기가 귀찮아서 양말까지 벗기는 쉽지 않다.

 

셋째, 물집이 생길 기미가 보이면 바로 양말을 벗고 종이테이프를 붙여주었다. 종이테이프는 얇지만, 그 효과가 크다.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뛸 때 35지점에서 물집이 생겨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때 의료팀이 종이테이프를 붙여주어 완주한 적이 있다. 그만큼 효과가 크다는 걸 경험해 봤기에 34일 동안 테이프를 한 통 반이나 사용했다.

 

(환경경영신문, www.ionestop.kr ,박응렬의 <그래서,산티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