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 칼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의 대응 전략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도 40여 년 가까이 지났다.
원전이 있던 프리파야티는 유령도시가 되었고 나치 수용소와 같은 제한된 장소의 견학 장이 있을 뿐이다.
우크라이나 산림의 4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방사성 세슘 동위원소가 검출되었다.
낙진으로 인해 벨라루스의 국토의 22%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주변 지역을 정화‧복원을 한 후에도 새로이 돋아난 오염된 식물들로 생태계 교란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산업발전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시기다.
인접한 일본은 전 국민에게 비옷을 입고 다니고 외출을 삼가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우리는 그저 먼 나라의 대형 사고로만 여겼다.
90년대 초 유럽의 해양수산업 단체와 전문가팀이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여러 지역을 돌며 해양 환경오염조사를 하면서 청정 지역을 물색했다.
한국을 방문한 유럽 해양과학자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강원도와 남해 일부 지역은 청정하지만, 연안 해안이 많이 오염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건강한 양식업이 지속되려면 내륙으로 양식장을 조성하여 해수를 다단계로 정화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서해안 주변에 밀집된 대하[大蝦] 양식장에서는 바이러스로 인해 해류 물결에 따라 1주일 간격으로 양식장들을 초토화하기도 했다).
유럽 전문가들의 아시아 지역의 시찰은 체르노빌 후유증에 의한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전략 수립을 위한 탐색이었다.
체르노빌원전사고 25년 후인 2011년 3월 체르노빌과 같은 위험도 최고의 7등급 레벨인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마치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사고 12년 동안 납득할 만한 충분한 사후 처리가 없이 2023년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세계에 선언했다.
결국 일본이 자랑하는 생선요리 초밥(스시)도 맛볼 수 없게 되었고 국내에서는 벌써 바닷물이 원료인 천일염 사재기가 요동치고 있다. 내륙에서는 물고기를 먹을 수 없어서 소금으로 절인 생선을 먹어야 하는데 안동 간고등어의 운명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듯하다.
국민의 원자력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사업에서도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부산 기장에서는 총사업비 1,954억 원을 투자하여 1일 급수량 4만 5천 톤 규모의 역삼투 방식의 해수담수화시설이 준공되었어도 환경단체와 기장군 주민의 반대로 가동이 중단되고 결국 폐쇄 위기에 처해있다.
해수담수화시설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원자력발전소가 있고 결국 해수 담수화로 고도정수를 하지만 정수된 물에서 세슘, 요오드·스트론튬, 삼중수소 등과 같은 방사성물질의 검출이 염려되어 2천억 원을 투자한 시설을 결국 고물로 만들어 버렸다.
기장 해수담수화사업은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발생 후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이후를 염려하는 주민들의 사전 검열에서 차단된 사례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온토리오 호수 주변에는 피커링과 달링톤 원전이 있는데 이곳에는 6개의 취‧정수장이 있다.
또 극심한 가뭄을 경험한 싱가포르에서는 수자원을 말레이시아에서 전량 수입에서 물의 재이용을 국가전략으로 수립했다. 2002년부터 시민들이 버린 하수를 지하저류댐을 거쳐 기장 해수담수화, 경산정수장과 같은 역삼투 형 정수처리로 정수한 물을 지역 주민에게 식수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물론 관로를 통한 식수 공급이 아니라 페트 용기에 담아 각종 행사 등에 공급하고 있다.
필자도 직접 마셔보았지만, 싱가포르 당시 리콴유 총리가 정수된 하수를 시음하는 공개 방송을 국민에게 홍보하면서 신뢰성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하수 재이용은 울트라여과(UF), 역삼투압, 자외선(UV)소독 등을 통해 정수처리하고 있는데 당시 생산원가는 톤당 550원 정도였다.
부산의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은 일일 45,000톤 용량이며, 직경 16인치 역삼투압(RO)의 대형 막을 사용하는 단일 트레인으로는 세계 최대시설이다.
2008년부터 4개(국토부, 부산시, 광주과기원, 두산중공업) 민관합동의 국가 연구개발 사업(R&D)으로 건설하였다.
일본 도쿄전력은 사고 당시 핵연료 노심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을 인지했으면서도 2달 뒤에야 인정하고 5년 만에 사죄한 바 있다.
2013년에는 ALPS 시험 운전을 통해 오염수를 정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2018년 지역 언론의 폭로로 오염수 배출 농도가 해양 방출 허용기준보다 높다는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스트론튬 90이 기준치보다 최대 2만 배 높게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나 일본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사실상 신뢰하기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도 정치권보다는 전문가그룹의 차분한 분석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핵폐기물에 관한 연구는 미국보다 유럽이 강하지만 국내에서는 미국 유학파가 주류로 형성되어 유럽과는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핵폐기물 전문가도 상당수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국제기구의 활동에서 정부나 학계, 연구기관들도 일본이나 선진국과 같은 주류로 활동하지 못하고 연속적인 관리도 되지 않아 국가적인 마찰이 있을 때 언제나 외면당하기 일쑤이다.
정치권은 단타성 문제점만 나열시키지 말고 소리 없이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향후를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외교력 강화와 과학적 접근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부터 진단하고 개선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핵폐기물 전문가들과 사후 대응을 위한 단계적 전략 수립과 실행이 그물망 식으로 펼쳐져야 한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환경 경영학박사,시인,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