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길샘 김동환이 만난 책 한권- 박응렬의 <그래서,산티아고>/문화탐방기며 여행참고서며 순례기

길샘 김동환이 만난 책 한권- 박응렬의 <그래서,산티아고>

 

인생의 새 여정을 꿈꾼다면 이 책을 읽어라

순례기며 문화탐방기고 자전적 회상기인 책

여행가들을 위한 기초 참고서며 자연 탐색서

 

34일간 915km를 걸어가며 구워낸 <그래서,산티아고>는 단순한 신앙인들의 성지를 찾아 순례길(까미노/Camino))을 떠나는 순례기가 아니다.

스페인의 역사를 보편적 시각에서 더듬어 볼 수 있고 헤밍웨이가 왜 팜플로나 지역을 사랑했는지,‘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오르비고다리를 연상하게 하는 문화사적 문화탐방기이다.

어머니의 젖이 말라 큰누나 젖을 먹고 자랐고 세상 물정을 모르며 살았지만 자식을 위한 욕심만은 누구도 따를 수 없었던 전형적인 농사꾼인 아버지, 1984LA올림픽에서 레슬링 금메달을 땄지만 치악산을 등산하다 고인이 된 처남인 김원기선수등 가족과 어린날의 자전적 생활사가 옥수수빵 향기로 채색된 자전적 회상기이기도 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반드시 지켜야 할 몸관리등 초보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여행 기초참고서가 되기도 한다.

-여행은 갈까 말까 할 때는 무조건 가고, 여행 가방에 넣을까 말까 하는 것은 무조건 뺀다-라는 여행 고수의 명언이 담겨 있지만 이미 저자는 여행 첫날 저녁 기장 떡 몇 조각을 가방에 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이 책을 다듬어가며 " 어머니가 힘들게 걸으셨던 그 길을 밟으며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이제 육십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의 나는 어머니처럼 순박하고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는가? 이 길이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저자는 고백하고 있다.

4장으로 단락진 이 책은 1몸의 길에서는 부산하게 설레는 출발 선상의 고백을 비행기에 담아 풀어 놓은 까미노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나누는 헤밍웨이와의 대화, 용서의 언덕, 순례자의 마을 에스테야, 이라체 수도원의 와인, 멋진 길 산토 도밍고,부르고스 산타 마리아 대성당을 그려가고 있다.

- 지금 구름 속을 걷고 있다, 첫날부터 이런 환상적인 장관을 만나다니, 지리산이나 설악산처럼 높은 산에 오를 때 가끔 만끽했던 아름다운 풍광을 이곳 피레네에서 맞이했다.-

 

2장에서는 메세타 평원,카스티야 운하, 메세타 평원 17 km,,레온에서의 휴식,돈키호테와의 결투등이 담겼다.

-나는 걸으면서도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특히 작물이나 과일나무,풀이나 나무등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다.(중략) 보통은 어느 정도 먼 거리에서부터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온타나스는 갑자기 불쑥 튀어 나온다, 언덕 아래 숨어있는 아담하고 예쁜 마을이다, 마을을 보고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작고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나온 것이다, 20가구도 안 되는 것 같다.-

3장에서는 비야프랑카, 빗속의 순례자, 사리아, 곤사르에서의 위기, 멜리데에서의 쁠뽀(문어요리)먹기로 구성되었다

-오 세브레이로 마을에 들어서니 기분이 묘하다. 전혀 보지 못했던 파요사라는 고개 켈트족의 전통가옥 마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동화속에 나오는 숲속의 요정이 사는 마을 같아서 약간은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먼 옛날 로마 시대전부터 있던 마을 형태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장날인지 우리의 오일장 같은 장이 열린다. 파는 옷들이 겨울옷인 걸 보니 소문대로 여기가 춥긴 추운 모양이다, 구경삼아 시장에 갔다가 문어를 한 접시 시켰더니 16유로란다. 갈리시아에서 유명하다는 쁠뽀를 이곳에서 맛보게 된다.-

 

4장에서는 피스테라에서의 묵상, 일출이 아름다운 갈리시아, 땅끝 마을 피스테라의 전경이 펼쳐지면서 자신의 역정이 깨소금처럼 합류되어 어느 한 인생의 여로와 순례자의 여로가 시나브로 겹쳐진다,

-34일 동안 915km! 참 많이도 걸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일상생활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경험을 해 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이 조금은 성숙해진 느낌이다, 자신을 찾아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꼭 한번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저자 박응렬(57년생,기술고시 22회, 영광 출신, 영광중앙초(3회), 영광중(45회), 영광종합고(25회), 전남대(농학과), 서울시립대(환경공학) 석사, 전북대(환경공학) 박사, 부인 김혜숙과 1남2녀)은 전남도청, 국무조정실, 환경부 한강청 유역관리국, 호주 남호주대 유학, 생활하수과, 국립생태원 건립추진기획단, 국립환경인력개발원장, 영산강유역환경청장,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장, 전남환경산업진흥원장을 지냈다.

 

이 책을 엮으면서 방대한 자료 수집과 꼼꼼하게 살피면서도 독자들과의 눈높이도 맞춰가며 순례기를 완결했다.

인내력과 집념이 누구보다 강한면을 이 책에서도 여실히 보여 준다.

자연을 관조할 줄 알고 모든 사물을 격의 없이 받아 주는 마음이 있으며 꼼꼼하게 살필 줄 아는 촘촘함이 살아 있는데 환경부에서의 활약상은 왜 그리 변변함이 없었을까 의구심마저 든다,

차라리 고시합격 후 915km의 까미노를 강행했다면 좀 더 멋진 환경인으로 거듭났을텐데 아쉬움이 밀려온다.

자연이 던져주는 화두를 읽으며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며 순응하면서도 도전적인 정책을 통해 자연의 물음에 경쾌한 발자욱을 남겼을 텐데 말이다.

무엇이 저자를 두려움에 가둬놨을까. 그 의문이 이 책에서 저녁노을 속에 풀리는 듯 하다.

-스페인에서 만난 법면은 대부분 흙 반 자갈 반인 곳이 많았다. 어떤 지질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지반으로 만들어진 도로나 농경지에는 자갈이 많을 수밖에 없다.흙길을 기대하고 왔는데 자갈길뿐이라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다. 흙길을 만나 맨발로도 걸을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렇다. 기술고위공무원으로 자갈길을 흙길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