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를 풀며 치유의 노래를 -김현주 시집 “유채꽃 광장의 증언‘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
김현주
그리운 외할머니를 본 듯이 반가워
위험 무릅쓰고 절벽 기어오르는
청보랏빛 스란치마 몰래 잡아끄니
놔라,이 손모가지!
봄꽃 깨우는 천둥소리에 놀란 곤충들
꾸물꾸물 기어나가고
아지랑이 우물거리듯
죄송합니다,고개 숙여 절하고
저 아슬아슬한 곡예를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슬며시 잡아끄니
어떤 역경에도 허리 한 번 굽히지 않는
동강의 희귀 꽃, 자연을 훼손하려는 무례한 손들을
강바람으로 후려치고 있네.
세계 학계에도 떳떳이 등재된
이 땅의 할머니,
*미국에 거주하는 막내 여동생 이름과 한자도 같다.
숲속의 시인상을 받은 시인인 만큼 별 잡음을 남기지 않고 시집에서 바람이 가지고 놀다 버린 것들을 소중하게 담아 보았다.
-푸른 피와 단단한 뼈를 가진 그 잠깐의 힘으로/동파된 달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온다-<멍키스패너> 부분
-실뿌리 하나 다치지 않게 책갈피마다 곱게 끼워 넣던/어떤 꽃을 지금 소환하고 계십니까/추억의 당신은 들꽃입니까,원예식물입니까-<식물도감>부분
-알을 금방 깨고 나온 아기거위들이 고물고물/눈을 뜨자마자 뒤뚱뒤뚱 일어선다/어디로 급히 가야 한다는 듯/허겁지겁,뒤뚱뒤뚱-<풍찬노숙>부분
-구만 평의 유채꽃 광장에/지구의 트랙터 한 대 고개 숙이고 있네/바람의 소요를 경청하는 자세로/꽃피는 죄를 물어야 하는 번뇌로-<유채꽃 광장의 증언>부분(밀레의 만종을 감상하는 듯 하다)
-이불이 날개를 펼치고 새끼를 품는다/제 새끼는 제가 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어미의 주권은 이불 아래에 있다-<이불공화국>부분
-꿈속에서 물을 마셨는데 아직 갈증이 나네/누가 둥근 접시저울로 투명한 숨을 달아보나-<인디언처럼>부분
-풍선은,공중의 색다른 장난감이야/코에 생기를 불어넣으니 생령이 된 신의 판타지/풍선의 감정을 눈치챘니?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울긋불긋해지는 감정/들숨과 날숨이 교차하는 풍선은 공중의 질량과 반대야-<날마다 풍선> 부분
-사랑을 산란하기에 더없이 은밀한 곳,시시각각 변하는 황혼이 아니었으며 그대로 주저앉아 남은 생을 탕진하고 싶었죠-<노란잔산잠자리의 혼인식>부분
-무엇을 채웠던 뱃속일까/목숨 건 하루가 간당간당하다-<입김보다 가벼운>부분
그렇게 김현주시인은 아이들 눈으로 청춘의 시각으로 할머니의 눈대중으로 신의 눈길로 시를 수놓고 있다.
#기후변화,온실가스,탄소발생 자연이 제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풍란,한란,털복주머니란,죽백란등 란종과 암매,섬개야광나무,만년콩,나도풍란,광릉요강꽃등은 이미 멸종위기 1급이다.
미국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가 도봉산에서 자라고 있던 털개회나무의 종자를 채취,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해서 ‘미스김 라일락(Miss Kim Lilac, Syringa patula "Miss Kim")’이라는 품종을 만들었고 당시 식물자료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타이피스트 미스김의 성을 따서 붙여 1970년대 우리나라가 역 수입하여 가정용 관상식물로 활용하는 ‘미스김라일락’이 있다.
(길샘 김동환의 시집을 펼쳐보며,시인,수필가,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