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경 시집 -눈 속에서 눈이 되는 집
만 남
윤인경
가까이 있고픈 마음 비길 데 없어도
우리 사이
건너지 못하는 강물이 흐릅니다
하늘까지도 알 수 없는 그런 아픔입니다
날마다 가슴에 큰 구멍을 파는
혼자 앓는 비밀한 슬픔입니다
*시집안에 빼곡하게 숨겨진 122개의 알 속에서 ‘거울 1’,오해,만남,고요,너에게 2,그리움 3,을 골라냈다. 이들 6편에서 부화의 조짐이 들렸기 때문이다.
참 아주 오래만에 사랑은 나이에 따라 언제든지 승화되어 발화된다는 것을 시인은 입증하려고 한다. 마치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ㆍ수라(修羅)ㆍ인(人)ㆍ천(天)의 미혹의 세계와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菩薩), 불(佛)의 깨달음의 세계인 법화경의 십법계, 육도윤회에서 시인의 세계는 인의 세계에 머문 듯 하다.
나이만 한참 어른이지 시어 속에 숨겨진 사랑은 여전히 소녀적 그 시절 그때가 베여 있다.
-있는 그대로만 보라/보태지도 빼지도 말고/선입견은 오판을 가져와/일을 그르치기 십상...(생략,시‘오해’중에서)은 분명 어린 날 그 사랑은 아니다.
-내 속에 오롯이 살아 있는/그를 죽인다/ 그 사람 속에서 허우적대는/나를 죽인다/빈 하늘이다/나를 탁 놓아버린다-(시 ‘고요’전문) 스스로 무게를 내려 놓는 인생의 현명함도 보인다, 아니 체념이라 할까.
-암수가 한 몸에 있어/사랑을 모르는 꽃보다/마주 보며 사랑을 키워가는 은행나무/밀착보다는 거리/그리움이 넘나드는 그 거리는/얼마나 더 아름다운 것이냐...(생략“너에게 2‘중에서) 강렬한 사랑은 습슬함으로 비어버린 마음은 가눌 수 없다는 과거에 대한 부정의 반전을 향한 긍정적 사고라나 할까.
그래서 시인은 인의 세계에서 -보고 싶다는 말/차마 입술에 올리지 못하고/화돌 가슴에 몽돌로 찧고 찧어/쑥돌이 되는 알싸한 아픔-(시 ‘그림움 3’ 전문)이라고 매듭짖는다.
사랑의 시가 참으로 맹랑하면서 오히려 더 녹여가는 사랑의 잔액이 짙은 향수를 풍기며 시집 전편에 흐르고 있다.
(환경경영신문, 길샘 김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