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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 길샘 김동환 칼럼/ 집현전과 상수도본부

집현전과 상수도본부

세종 재위 32, 상수도본부 31년의 평가

날 선 칼날인지, 무딘 칼날인지, 금 간 칼날인지 모르지만 환경부가 최근 수도역사상 처음으로 수도시설관리자의 임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른 과태료처분 등 행정처분을 위한 전국적인 조사가 시행되고 있다.

너무도 늦은 감은 있지만 이렇게라도 망가질 데로 망가진 수도 조직의 부유물질을 걸러보자는 발버둥이 애처롭기도 하고 가련하기도 하다.

수도법 시행령 제332항과 시행규칙 12조에 있는 수도에 관한 기술상 실무에 종사한자, 수도 공학이나, 위생 공학, 토목, 전기, 전자, 기계, 건축, 환경 학과를 졸업한 자, 졸업 후 5년 이상 수도에 종사한 자, 기사 1급 이상의 자격을 가진 자로 1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자, 정수시설운영관리사 1,2등급 자격을 가진 자가 수도운영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면 모두가 과태료 대상이 된다.

상수도본부 조직이 전문조직으로 탄생한 1989년 이후 환경부가 단행한 첫인사개선을 위한 행정조치이다. 왜 진작 이런 행정을 펼치지 못했을까.

얼핏 둘러보아도 전국 상수도 조직에서 과태료를 면할 지역은 서울시(상수도 부본부장 구아미), 인천시(박영길 본부장) 그리고 부산시(이근희 본부장)와 대구시 이승대 본부장이 행정조치를 간신히 면할 정도이다.

서울시는 2급 본부장, 부본부장, 물 연구원장이 있으나 물 연구원장 경력과 환경분야를 전공한 구아미 부본부장이, 인천시는 상수도에서 화공을 전공하고 부평정수장 소장과 수질과장을 역임한 박영길 본부장, 부산시는 상수도에서는 근무경력이 짧으나 기후환경국장, 낙동강 관리본부장, 하천관리과장을 거쳐 기술고시 27회로 부산대 환경공학(, 석사)을 전공하고 도쿄대에서 도시공학 박사과정을 거친 이근희 본부장이 그나마 구제될 가능성이 있다.

대구시 이승대 본부장의 경우에는 상수도와는 인연이 없었으나 부이사관 승진 후 상하수도협회 사무총장을 3년간 역임한 경력을 인정받아 위기를 면할지도 관심사항이다.

 

역사는 세종을 성군으로 평가하고 대왕이란 호칭으로 숭배하고 있다.

성군으로 숭배하는 것은 진정으로 백성의 어려움을 살피며 단순히 마음만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실행했다는 점이다.

그런 세종의 재위 기간이 32년이고 상수도본부가 발족된지는 31년이다.

세종은 즉위하자마자 닥친 7년 가뭄을 궁궐 한쪽에 초가를 짓고 기거하면서 배고픔을 몸소 체험했고, 학문 강화를 위해 집현전을 확대 개편하고 인재를 양성하면서 과학 기술자들의 이상적인 조화와 소통을 하는 공방을 만들었다.

그 결실은 농사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농사직설(農事直說), 천문과학기술의 기초인 칠정산 내편(七政算內篇)과 칠정산 외편을 편찬하고 천문 관측대인 간의대 조성, 관측기계 혼천의, 장영실의 야심작 물시계인 자격루, 해시계인 양부일구, 조선시대 최고 명품 측우기, 그리고 백성을 깨우치기 위한 대한민국 최대의 역작 훈민정음을 창제한다. 32년간에 이룩한 조정과 백성이 서로 뜻을 통하게 하는 왕도정치의 꽃이다.

 

그렇다면 상수도본부 31년의 여정은 어떤 결실을 맺었을까.

가장 큰 변화는 유수율 향상과 상수도 관련 전문 연구기관의 설립이다.

유수율이 평균 30%(전국)에서 50%(서울시) 미만이던 것을 70%에서 96%까지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인 업적이다.

유수율 사업은 노후 배급수관을 교체하고 누수지점을 찾아내는 원초적 사업이 주류를 이룬다. 유수율 사업을 통해 기술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구역유량계, 계측장비의 진화, 적정 계량기 설치 등과 위생 관로의 탄생이다.

하지만 관로 교체를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갱생, 세척, 점검에 대한 사업은 이런저런 이유로 행해지지 않았으며 결국 지난해 서울시, 인천시 수질사고가 터져 나오면서 정부의 사업전략으로 마련되었다. 옥내 배급수관을 비롯한 관로의 현상을 목격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수돗물은 먹지 못하는 물로 정착되었다.(김동환 경영학 박사 논문제품 시장의 사회인지적 다이내믹스 이론을 적용한 제품 의미의 형성과 변화’)

유량계나 수도미터기 등은 정밀성이 떨어지고 수도자재는 가장 저렴하고 하급품으로 양산되었으며 국내 수도 시장 대비 업체 수만 증가하여 과열된 시장 경쟁을 형성했다.

물을 분석하는 연구기관이 특·광역시에 설립되어 관련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분석방식의 혁신, 분석을 통한 사전예방 차원의 물관리 방식 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올여름 코로나 사태와 수돗물 유충 발생 사건에서도 유충에 대한 염소 소독에 따른 완전 제거율이나 후··전 염소처리, 오존처리에 따른 유충 제거 효과와 같은 분석이나 시험을 국내 물 분석기관에서 실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은 연구소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분석기관들이 민간이 가질 수 없는 현장(정수장)을 토대로 분석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수많은 기술들이 탄생되었을 것이고, 발전된 기술들은 민간에 분양하여 수도자재의 기술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었다.

시간적 소모에 비해 발전을 이루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집현전과 같은 토대는 마련했지만(상수도본부) 이곳에 배치된 인력들이 사기를 잃고 노력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으며 상호 협력과 융합의 사고로 조화로운 경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기 사업은 본부장이 바뀔 때마다 중단되고 파기되고 추진하던 사업도 돌연 중단되는 등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상실했다.

상수도 본부(집현전)에 진입하는 인사는 병약자, 퇴직임박한자, 진급자, 시장의 선심성 인사나 배척된 인사들로 가득하다.

상수도에 애착을 갖았던 인사들은 하나, 둘 떠나고 현장성을 외면하고 상부지시에 순응하는 어진 양(영혼 없는)으로 변질되었고 소신발언이나 필요한 연구나 기술개발, 사업 추진보다는 위 사람의 눈요기에 맞는 맞춤식 운영을 반복해왔다.

세종대왕 시절의 집현전 운영방식과 상수도본부의 운영방식은 근본적으로 집현전은 국가와 국민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면, 상수도본부는 국민은 외면하고 일부 관료의 눈요기와 입맛에 따라 움직였으며 결국은 손, 발도 잃고 효율성 높은 기술력도 지니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긴 환경부도 상하수도의 명칭마저 사라져 지자체 공무원들은 수도 관련 부서를 찾는 곳조차 어렵게 됐다. 국립환경과학원에만 마지막 낙엽처럼 상하수도연구과가 남아있지만 물속의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미생물과는 사라졌다.

이번 지자체 수도 관리자 임명 여부에 대한 행정처분은 물통합 정책국 물이용계획과에서 실행하고 있는데 과연 환경부에 상하수도 관련 전문 공무원이 얼마나 있는지도 이차에 자성적인 반성과 개혁적 변화가 요구된다.

[출처] 환경경영신문 - http://www.ionestop.kr/bbs/board.php?bo_table=B06&wr_id=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