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 칼럼
자연의 역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메시지
지구가 몸부림치고 있다.
복통에 괴로워하다 토약질(홍수, 대설, 가뭄)을 하고 지구, 아니 인간에 대해 역습을 하고 있다. 인간들은 설사와 기침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유달리 따스해져가는 겨울이 고맙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2020, 경자년 새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전 세계가 공포로 시작됐다.
‘너, 지금 떨고 있니.....’
가뭄으로 식량이 고갈되고 숲이 사라진다 해도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다.
태풍, 허리케인, 북극의 해빙, 폭염 등을 겪으면서도 이처럼 전 세계가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의학이나 미생물학자의 특수집단을 떠나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다가온 것은 지금부터 17년 전이다.
1993년 6월 서울대 미생물학과 박사학위 논문에서 염소소독을 하는 수돗물에서 세균이 검출되고 있다고 밝혀지면서 미생물, 바이러스라는 단어는 일반 국민들에게 널리 파급되기 시작한다.
1991년 9월부터 1992년 9월까지 잠실 수중보와 구의정수장 등 서울시 상수도 계통 5개 지점에 대한 수질검사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균이 다량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능동과 미아동 가정의 수돗물에서 이질균(시겔라), 대장균 등 병원성 세균이 23번 조사 가운데 5번, 일반 세균은 1mL당 최고 5410마리, 평균 713마리가 검출돼 음용수 수질 기준인 100마리를 크게 초과한다는 연구결과이다.
1997년 10월, 서울대 미생물학과 김상종 교수는 서울, 인천 지역 11곳의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장내 바이러스인 엔테로바이러스가 1,000L당 2~10마리가 검출됐다고 생물과학협회 학술대회에 보고했다.
김 교수는 상수원인 금강과 낙동강 하구에서도 10L당 각각 10마리와 20마리의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북한강, 팔당호, 잠실수중보 등 수도권 지역 상수원에서도 1-5마리의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밝혔다.
보사부(음용수관리과)와 건설부(상하수국)에서 환경부로 이관된 지 2년차인 환경부(1995년 업무이관)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시작으로 상하수도업무를 개시한 셈이다.
바이러스 공방은 결국 4년 후인 2001년 5월 전국 수돗물 7곳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함으로서 긴긴 논쟁은 막을 내렸다.
정부는 먹는 샘물 수질기준에 기존 일반세균과 대장균 외에 저온일반세균과 중온일반세균, 분원성연쇄상구균, 녹농균, 살모넬라 및 쉬겔라 등의 미생물 기준을 대폭 추가했다.
서울시도 1996년 분원성연쇄상구균, 녹농균, 살모넬라, 시겔라 등 미생물 항목을 수돗물 감시항목에 포함했다. 이를 기점으로 전국 특·광역시에는 원생동물, 미생물관련 실험분석실이 갖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7년 후인 2002년 11월에 중화인민공화국 광둥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을 거쳐 세계적으로 확산된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는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향한 대대적인 공습이다.
약 9개월 동안 사스로 인해 774명의 목숨을 잃었다.
다시 13년 후인 2015년 중동에서 발원된 바이러스가 한국의 병원들을 강타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는 2012년 9월 24일 이집트의 바이러스 학자인, 알리 모하메드 자키 박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한 신종전염병이다. 발생원인은 베타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인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에 의해 일어났다.
그렇게 전 세계를 휘돌던 바이러스는 지구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고 5년 후인 2020년, 중국 우한을 거쳐 한국 등 전 세계 30여 개 국에 걸쳐 강하게 전파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지인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의 2월 초 확진자수는 2만 3000명, 사망자는 490명, 중태 1809명, 711명 위중으로 어디까지 그 수가 늘어날지 미지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1명이 병을 옮길 수 있는 사람 수를 1.4~2.5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0.4~0.9명인 메르스 보다 높지만 2~5명인 사스보다는 낮은 수치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전파력이 사스를 넘어선다는 분석결과도 나오고 있다.
사스, 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바이러스의 진원지는 대부분 박쥐나 원숭이 등 동물들로 추정한다는 공통점이다.
하지만 사스나 메르스 등의 치료제나 백신은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금 곰씹어볼 의문이 든다.
이들 동물들은 인간과 함께 자연 속에 공존한 생명체인데 과거에도 이 같은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었는데 하필 왜 최근 20여년 사이에 지구를 강타하는 것일까.
기후변화나 인간의 잔혹한 자연파괴와 공해나 환경오염으로 생명을 지탱하기 위한 바이러스의 변신으로 인한 결과인가.
소설 장발장의 시대에 휩쓸고 간 흑사병은 쥐, 붉은 모기로 인한 일본뇌염, 멕시코 돼지와 신종플루, 과일박쥐와 에볼라, 야생조류와 조류인플루엔자, 사향고양이와 사스 등 위험인자들이 다양하게 번져가고 있다.
그러나 침팬지와 평생 온몸으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제인구달 여사는 건강하다.
집박쥐며 황금박쥐, 흡혈박쥐를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에 전염되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무엇이 인간을 허약하게 하고 보이지도 않는 작은 미생물 바이러스에 이렇게 떨어야만 할까. 하긴 물소나 호랑이와 사자도 가장 두려운 것이 파리 모기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는 동물들이 보내는 바이러스 메시지에 대하여 지구환경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한 새로운 각오와 결기를 다져야 할 절대 절명의 시기이다.
오늘날 인간과 공동체인 지구는 여러 곳에서 인간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기후변화, 에너지정책, 온실가스 감축, 쓰레기의 대란등 위기의 시대 정치권은 과연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환경국제전략연구소/김동환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