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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의 시 한편-이효윤의 ‘빈집’-경서동 겨울들판에서

이 계절의 시 한편-이효윤의 빈집




 

경서동 겨울 들판에서

 

이 효 윤

 

주물공단 굴뚝에서 뿜어내는

쇳가루 냄새 속을 걷던 걸음을 멈추고

앞산을 바라본다

 

두루미 나래 접던 솔밭에

철이 되어도 두루미는 날아오지 않고

보호구역 푯말도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겨울비 내려 흐르는 개울물은

내가 아이가 되어 동시를 쓴다면

화물열차로 표현해도 되겠고

 

전설이 깃들어 있는 오동나무엔

가지만 앙상히 남았는데, 솔아 너는

이 찬바람 속에 지금은 누구를 기다려 아직도 푸르르냐

 

봉황도 두루미도

규수의 바늘 끝에서 날아올라

오동나무와 솔밭에서 노는 모습 이어지겠지만

 

이렇게 하나 둘 다 죽여버리면

사람만이 남아서 살 수 있을까

물 빠진 양어장을 상상해보며 몸서리친다.

 

*이효윤시인(1949-1997,전남 강진산,현대문학에 빈집으로 등단-1980)

,취기, 취기속의 시낭송,그리고 세상을 향한 비아냥, 고향 강진 월출산애서 케 온 춘난과 맞 바꾼 술자리....

이효윤시인과 많이도 술을 마셨다. 다음날도 마시고, 아침부터 마시고....

우리는 술을 마시며 영혼과의 대화를 하면 했지 말을 섞지는 않았다.

얼마전 이효윤시인의 배다리 시 낭송회가 있었다.

허문태시인의 모순과 저항 그리고 미완의 좌절이란 글을 읽으며 1980년대,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갔다.

 

-이효윤 시인 주변에는 술친구들이 많았다. 그의 술친구들은 대부분 술고래들이었다. 숫한 전설을 만들며 넘치도록 술을 마셨다. 서부공단이 보이는 야트막한 산자락에서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신다. 분노하기도 하고 껄껄껄 웃기도 하며 해가 서해로 기울 때까지 술은 달기만 했다.

선비정신으로 무장 된 그가 도시 빈민들의 삶 속 깊이 들어가 아픔과 상처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순과 저항을 몸으로 체득하며 살았다.

산업화를 빙자한 도시 근로자들의 노동착취,정통성 없는 독재자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공포, 철권통치를 하던 시절.

직관적으로 자신이 제일 먼저 할 일은 현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것을 감지한 것 같다.

진보문학단체에 자주 참여하고 술좌석에서도 거침없이 사회적 모순에 대해 독설을 날렸다.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 일어나고는 삶에 의욕을 많이 상실했다.

해도 해도 너무 한 무자비한 만행에 인간으로써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강탈당한 것처럼 허전했다고 했다.

솟구쳐 오른 분노를 다시 내려 놓을 수 없어 실성한 사람처럼 히죽거리고 헛것에 흘린 듯 밤거리를 헤맸다. 그 이후로 저항보다는 술에 더 많이 심취했다.-(허문태 시인의 해설 중에서)

 

천상병시인이 막걸리로 한을 달랬다면 이효윤 시인은 맑은 소주로 허기를 달래며 귀천행을 탔다.(귀천행에 오르기 전 포도 한 알에 소주를 마셨던 것이 이시인과의 마지막 인사였다.)

이효윤 시인은 생전에 유일하게 시집 빈집을 세상에 내 놓았다.

그 시집 중에서 찾아낸 경서동 겨울 들판에서는 당시 환경론자가 빈약하던 시절 환경론적 접근을 하기 시작하면서 남긴 시이다.

그래서 우리는 환경과 생태,자연과 인간, 인간다움을 향한 한없이 느린걸음으로 동행하던 술친구며 시우였다.(길샘 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