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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편- 권경업의 자벌레의 꿈-결로현상

시한편- 권경업의 자벌레의 꿈-결로현상

 

 

결로현상

 

권경업

 

꽃잎에 맺힌 이슬은

꽃의 체온 때문입니다

 

물관을 타고 오르는 내면의 서늘함과

소용돌이치는 삶의 뜨거움이 만나는,

쑥갓꽃의 하얀 꽃잎에 맺힌 이슬은

꽃의 눈물이 아니라

본래 세상이 품고 있던 눈물입니다

 

체온이 없어 이슬 머금지 않는 꽃

피지도 시들지도 않는 그 꽃들은 조화(造花)입니다


 

*국립공원공단 권경업이사장의 시선집 자벌레의 꿈을 받았다.

자벌레나방의 애벌레며 자나방과의 곤충을 통칭하는 자벌레.

2cm내외의 작은 자벌레는 검은 갈색의 얼룩이 있으며 주변 환경과 색상이 비슷하여 쉽게 찾기 어려우며 자를 재듯 움직인다.

몸을 구부리는 자벌레는 장차 곧게 펴려는 것이란 속담처럼 미래의 성공을 위한 나래짓을 품고 있어 자벌레라는 문구는 곧잘 시어로 자주 등장한다.

백두대간을 국내 최초로 종주한 70년대의 전설적 산악인으로 82년에는 히말라야 원정대 등반대장을 맡기도 했다. ‘산악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기도 한 그는 김대중 정부시절 삼지연을 거쳐 백두산에 오르기도 했다.

전국 산자락에 산삼을 심는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으며 히말라야의 골짜기에 자선병원을 지어 기부하기도 했다.

잃어버린 산’ ‘달빛무개’‘뜨거운 것은 다 바람이 되었다등 시집을 18권이나 상재한 인물이다.

그저 산에서 바람결에 떨궈진 도토리에도 놀란 가슴이 시로 잘 구어져 세상에 던져지는 듯 하다.

-쑥밭재 구상나무는,열이레/달빛이 무거워 가지가 쳐졌습니다/누구신가요,가만히/낙엽 진 내 가슴의 빈 가지에 걸터앉은 이-(달빛무게 전문)

 

-그리움엔 길이 없어/천길 벼랑 몸을 던집니다/나지막이 나지막이/그대라는 바다가 닿고 싶어-(무제치기 폭포 전문)

 

-누군들 없으랴/지친 삶의 쓸쓸한 모퉁이/떨군 고개 조용히/되뇌어 부를 이름 하나쯤/너는 나의 그런 그리움이다/하늘아래 가장 따뜻한-(취밭목 2 전문)

 

시마다 그리움이 묻어나고 꽃에 난 상처를 드려다 보며 애잔한 미소를 머금는 시인이다. 호흡도 매우 짧고 담백하지만 던져지는 것은 아랫것(통속적인 세상)들에 대한 메시지가 강하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을 총괄 관리하는 CEO로 산과 함께 인생의 고랑을 팠던 시인이 등장한 것은 공원공단 역사상 초유의 사태이기도 하지만 왠지 달작지근한 믿음과 맛을 풍기며 아래 세상은 귀가 막혔으니 귀를 뚫어 가고자 하는 자벌레의 몸짓으로 가는 듯 하다.

이 모든 것이 꽃향기는 당신을 위한 것이며 하얗게 흔들리는 바람의 길목을 잘 읽어나가리라는 믿음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온 시인이 백두대간의 아침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그는 밤마다 번데기가 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봄을 멀리 둔 내 마음의 /흔들리지 않는/별을 보고 싶어서입니다-(겨울야영 부문)

 

눈발이 휘날리는 오늘도 그 자유로운 영혼은 바람과 함께 동행하고 있을 뿐이다.

 

-환경경영신문/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길샘 김동환(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