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녹색성장위원장
‘한국사회의 녹색성장’을 말하다-3
1인당 자동차 주행거리 일본의 1.5배
폐기물은 지역사회에서 최대한 처리
전국 평균 30%가 낭비되는 수도관정비 시급
각각의 지역사회는 국토의 전체적인 환경계획의 테두리 안에서 재생 에너지에 기반하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자원을 순환하며, 환경을 깨끗이 지킬 수 있도록 생태학적으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 즉,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지역사회 안에서 최대한으로 공급하고 지역사회에서 나오는 폐기물도 그 안에서 최대한 처리를 하되 최소한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물질순환체계를 구축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으로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캘리포니아를 이상형으로 삼아 용도지역들을 멀찍이 띄어 놓고 각 지역들을 거미줄처럼 도로로 얽어 자동차로 다니게 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무한정 투입하고 쓰레기는 딴 데다 갖다 버리는 그런 도시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비하여 지역사회는 교통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어떤 형태의 국토개발도 그에 따라 발생하는 교통수요를 공급해 주면 된다는 방식, 즉, 공급위주로 교통문제를 해결해 왔으나 지금은 더 이상 맞지 않는 방법이다. 첫째는 가장 교통 수요가 적도록 지역사회를 구축해서 교통을 가장 적게 이용하고도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 다음은 가장 에너지가 적게 들고 오염이 적도록 교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사회 내에서는 자전거, 혹은 소형 자동차를 이용하고 지역사회 간에는 기차(혹은 소형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교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가장 훌륭한 대중교통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를 받으면서도 자동차의 통행량이 뉴욕, 런던, 파리, 도쿄, 홍콩 등 세계 유수의 대도시보다도 훨씬 더 많다. 출퇴근 시간대에 이들 도시들에서는 80% 가량이 전철 같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데 비하여 서울에서는 40% 이상이 자동차로 출퇴근한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대당 주행거리는 1년에 26,000 km 정도인데 비하여 미국인 17,000 km, 일본은 10,000 km 정도이다. 자동차를 타면 전철에 비하여 9배가량 에너지 소모가 많고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은 220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물질순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을 쓰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빗물도 지금처럼 되도록 빨리 배수해서 하천을 범람하도록 하여 홍수를 조장하기보다는, 되도록 많은 양을 지하로 흡수시켜 홍수를 막을 뿐만 아니라 지하수를 채우도록 해야 한다. 외국에 새로이 건설되는 도시 중에는 아예 우수관을 깔지 않고 자연배수가 되도록 시도를 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빗물을 시민들이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하천 옆의 유수지들은 단지 홍수를 막기 위해서 물을 가두어 둘 뿐만 아니라 모은 물을 처리해서 중수도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각 가정이나 빌딩들도 빗물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중수도를 만들어 생활하수를 처리해서 쓸 뿐만 아니라 지하철이나 큰 빌딩에서 나오는 지하수도 이용해야 한다. 지금 30% 이상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 상수관도 잘 정비하여 쓸데없이 많은 물을 멀리서 가져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쓰레기는 그 지역 안에서 처리를 해야지 광역 쓰레기 처리장을 지어 딴 데다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녹지도 그 지역 내에서 그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의 환경문제는 그 지역 안에서 완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역사회가 혐오시설을 기피하고 환경파괴 행위를 반대할 때에 이것을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라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것이 바른 환경정책이 못되기 때문에 그런 마찰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환경문제는 지역 내 소수의 시민들이 불평을 할 때에 이를 해결해 줘야 한다. 만약 환경문제가 다수 시민들의 문제로 번질 때에는 이미 해결하기에는 늦기 때문이다. 지역의 환경을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지역의 주민들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환경운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1992년에 리우에서 UN 환경개발회의(UNCED)라는 정부 간 회의가 개최되었을 때에 시민사회에서도 Global Forum을 동시에 열어 정부 간 회의에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의사를 전달하고 압력을 가하고 하였다. 그 이후로 국제적인 환경회의가 있을 때면 반드시 시민사회의 회의가 병행해서 개최되어 서로 간에 정보를 주고받고 하면서 상생하고 있다.
EU의 환경정책은 바로 유럽 시민단체들의 환경정책이라고 보면 된다. 정부 예산의 일정부분은 시민단체에 배정이 되고 있고 환경단체들의 의사가 곧 바로 정부의 정책에 반영된다. 어느 특정한 나라 정부의 지원과 간섭을 받는 국책연구소가 아니라 거기서 자유로운 민간단체가 설립한 연구소가 제안한 환경정책이 EU의 정책으로 채택된다.
시민단체들은 정부나 기업보다 환경인식에서 앞선다. 그리고 정부의 환경정책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지역사회의 환경문제를 파악하고 캠페인으로 연결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지역의 주민들이 호응하지 않는 녹색전환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이루어낸 성과는 많다. 마을의 도랑 살리기 운동, 친환경 농업 운동, 쓰레기 줄이기 운동, 에너지 자립마을 운동 등은 다 주민단체들이 이끌 때에 성공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녹색전환/Green Korea.환경경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