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호 전환경부차관의 자전적 –공직심서-연재 12
3.3. 피상적인 실적에 연연하지 마라
output은 일반적으로 원자재, 노동력 따위의 생산요소를 투입(input)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을 의미하는 반면 outcome은 정확한 인과관계는 덜 분명하지만 어떤 과정의 끝에 일어나는 결과에 대해 말할 때 주로 쓴다. output과 outcome의 사전적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는 다소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성과평가를 할 때 output은 어떤 일의 결과로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실적을 의미하는 말로 쓰고 있고, outcome은 그러한 output들이 모여 나타나는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성과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정부업무평가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인데, 많은 공무원들이 업무 추진결과에 따른 성과평가에 무척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그것은 성과평가가 부처에 대한 평가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실적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성과급과 연계가 되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공무원들이 내세우는 성과라는 것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잣대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를 나타내는데 불과한 지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특정 정책이나 사업이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분명히 output과 outcome은 구분되어야 한다. 전자가 최종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절차적이고 피상적인 실적이라면, 후자는 질적 향상과 양적 성장을 포함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대기 질 향상을 위해 추진했던 CNG 버스 교체사업을 보자. 이 사업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시내버스를 C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버스로 대체한 사업이다. 이 사업에 대한 성과평가에 있어서 경유 버스를 CNG 버스로 몇 대를 교체하고 CNG 충전소를 몇 대를 설치했는지는 실적은 될 수 있지만, 성과로 볼 수는 없다. 더군다나 CNG 버스 교체와 충전소 설치를 위해 법령을 개정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관계부처 협조를 위한 회의를 몇 회 실시하는 등은 실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실적을 내기 위한 당연한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국민들은 몇 번의 회의와 법령 개정, 예산 확보 등으로 대기 질이 개선되었다고 고마워하지 않는다. 실제 CNG 버스 교체사업의 성과는 그로 인해 수도권의 대기오염물질이 얼마나 줄었고, 그 결과 대기 질이 얼마나 향상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대기 질의 향상이 이루어졌는지, 또는 국민들의 건강 증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이 될 것이다. 물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성과지표들이 CNG 버스교체 사업에 따른 성과인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수도권 대기오염물질의 감소나 대기 질의 향상은 수치로 나타날 수 있지만 그것이 온전히 CNG 버스교체에 따른 것인지 다른 정책들로 인한 것인지를 구분해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국민들의 대기 질에 대한 체감도는 주관적인 것일 수 있고, 국민건강 증진 효과는 CNG 버스교체로 인한 것 외의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부분이 더욱 클 것이기 때문에 그 성과를 낱낱이 구분해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목표 내지 지향점은 실질적인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나타낼 수 있는 국민 행복지수 또는 정책 만족지수를 높이는 데에 두어야 하며, 정책 또는 사업에 대한 성과평가 역시 그러한 것을 대표할 수 있는 지표를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설혹 그것이 완벽하다고 할 수 없더라도 업무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피상적인 실적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 보다는 공무원들의 업무추진태도와 의식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정책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올바른 평가지표를 스스로 개발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공무원이 되고자 했던 이유를 올곧게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