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인장관과 사랑가 셋
보름도 채우지 못하고 한해의 탐스러운 계획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모래성처럼 흘러내리다 무더기 무더기 파헤쳐 지면서 꽃향기에 의지해 가면서 찌는 더위에 몸을 던져 여름을 이겨낸다.
가을은 오는데 진척없는 한해 설계는 적당한 구실로 단풍잎과 버무려 가면서 아예 망각 속으로 잊으려 한다.
그렇게 시린 겨울을 맞으며 별 한점 없는 하늘 아래 비로서 살아온 한해를 조감하게 된다.
이리저리 살아오긴 했지만 잘 살고 못살고 ,소중한 추억 하나 만들었는지 미움과 절망의 한해였는지 겨울을 나야 비로서 깨닫게 된다.
30년 세월의 가치는 잘 살고 못살고의 덧셈 뺄샘을 하거나 버리고 얻는 주판알속에 공식처럼 얻어진 결과물은 결코 아니다.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고 마지막 무덤 앞에서 누군가 그 주변 사람에 의해 한 인생은 평가되고 조명되어진다.
내게서 30년 전의 자화상은 직장생활을 지탱하면서 시문학 동인활동을 하고 음악,미술,문인들과 어울려 탁주를 곁들여 가며 토론하고 논쟁하며 울컥 울컥 시작업을 중심 키워드로 살아간 시절이다.
여기에 곁가지로 친우,선배,후배는 물론 홀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여인을 떠나 보내며 기쁨과 아쉬움, 서글픔을 양념처럼 묻혀서 결혼 축시를 쓰고 예식장에서 축시낭송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여진 결혼 축시 모음이 130편을 넘긴다.
내게서 그저 달아나 버리려는 기억과 추억을 담아내고자 87년 한권의 시집으로 탄생했다.
축시집 -둘이며 둘이 아닌 그대- 는 방송, 언론사와 여성잡지사에서 화재의 책으로 등장했고 여성지에 합궁의 사연을 녹녹히 녹여가며 연재를 하기도 했다.
출판 기념으로 축시집에 담긴 부부들을 초청 그들이 낭송하는 축시 낭송회를 인천 월미도 카폐 예전에서 열었다.
아직 총각딱지를 떼지 못한 내가 출판에서부터 낭송회까지 기획과 연출을 한 행사는 방송,언론,잡지사 기자들과 출연진 부부들 그리고 낭송회를 찾은 독자들로 월미도는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30년.책장 구석에 처박혀 있는 시집을 토종 민들레를 발견한냥 들춰 보았다.
환갑을 넘기며 부부의 질긴 끈을 이어오거나 혹은 사별이나 이별로 홀로 되거나 영영 이승을 하직한 축시의 주인공들이 스친다.
몇몇은 기억도 얼굴의 흔적조차 가물가물 지워져가는 인물들도 눈에 띈다.
-사랑가 셋-의 주인인 강호인,송성화부부의 축시를 읽었다.
혼례일이 86년 12월 12일로 기록되어 있다.
내 머릿속에는 축하해줄만한 결혼식 풍경보다 79년 그 겨울의 12.12사태가 더 강하게 각인된다.
몇 해전에는 조달청장으로 비쳐지더니 지난해 11월부터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재임하고 있는 강호인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강장관의 결혼식에는 축시에 서투른 내 그림을 그려놓은 시화를 낭송하지 않고 전달만 했다.
강장관보다 4년 먼저 축시를 선사받고 낭송까지 한 친구 이석우의 해군장교동기와의 인연으로 축시가 전달됐다.
행시 24회는 81년 중앙공무원교육원 입소한 친목모임으로 –맑은 바람을 국민에게 전하자-라는 뜻의 청풍초가 끈끈한 인연을 이어간다.
청풍초 모임에는 강호인 국토교통부장관을 비롯하여 임태희 전 청와대비서실장,임채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정선태 전 법제처장,신제윤 전금융위원장,정두언,최철국 전 국회의원,문정호 환경부 전 차관,이현동 전 국세청장,우기종 전 통계청장,최규연 전 조달청장,김대기 전 청와대 경제수석,김태석 전 여성가족부 차관,김선기 전 평택시장,여인국 전 과천시장,송하진 전 전주시장,김경식 전 쿠웨이트대사,신영철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등 24기 187명중 15% 정도가 차관급 이상을 지낸 우애 높은 기수이다.
강장관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연세대경영학석사,대륜고,함양출신으로 경제기획국 종합기획과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경제기획원경제정책국,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조달청장등을 거쳐 현 국토교통부장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95년경 상하수도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기 전까지 당시 건설부를 출입했지만 30년 인생에서 강장관과의 사회적 연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를 써서인지 경제나 재무등과는 인연이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규제나, 건축물 에너지효율 등급제와 같이 기술과 산업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는 계속해서 유지·강화하되,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과 창의를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자세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장관은 국민앞에 약속했다.
인생을 헤엄쳐가는 모습을 건강한 눈으로 지켜 보면서 젊은날의 강호인을 다시금 스케치 하며 30년전 그 때 그 시절을 떠 올리며 시를 읽는다.
사랑가,셋
-강호인,송성화 86,12,12
별을 따라 걸었지/언제나 혼자였지만/곁에는
까만 밤이 따라왔지/그리고 우리는/꽃을 만났어
루즈도 바르지 않은/그저 웃고만 있는 흰 목련
밤은 떠나고/당신은 내게
저 풀잎을 하나님에게 주고 싶다 했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벌써 그대에게 /나는
당신이라 속삭이고 있어
그리고 물었어
별 밭에 핀 목련꽃일까
흰 목련 꽃밭에 열린 별일까
그대와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