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멀리건과 구의정수장 - 구의정수장의 운명

멀리건과 구의정수장 - 구의정수장의 운명

 

 

구의정수장이 풍전등화다.

지금으로부터 71년 전 1936년,

이 땅에 태어난 정수장이 야구장으로 덮여져 영원히 사라질 위기다.

내년이면 수도역사 100년인데 서울시 한쪽에서는 산업유산을 야구장으로 묻어 버리겠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설계도 끝나고 오는 8월부터는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일촉즉발의 시점에 한국상하수도학회(회장 최승일), 물환경학회(회장 윤주환), 서울환경운동연합(구희숙공동대표), 양금숙(서울시수돗물평가위원), 김동환(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등과 문화연대(황평우소장)가 시청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구의정수장은 다시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게 된다.

이덕수균형발전추진본부장은 수차례 구의정수장을 방문하고 현장을 돌아보면서 보전가치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토록 소중한 수도의 산업역사물인데 폐쇄 신청한 2002년 이후 수도인들은 그간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질책성 발언이다.

글을 쓰는 본인은 물론 학회와 수도공무원 모두가 첫 샷에서부터 오비를 내고 만 형국이다.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 뜬금없이 역량부족으로 멀리건을 달라고 떼를 쓰는 격이니 균형발전본부도 매너 없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멀리건은 1030년대 미국에서 유래됐다. 당시 두 명의 신문기자가 라운드를 하려고 골프장에 갔다가 동반자가 없어 그 골프장 라커룸에서 일하는 사람과 함께 필드에 나가게 됐다. 그런데 그 라커맨은 미스샷을 낼 때마다 "당신들은 연습을 많이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니 다시 한번 치겠다" 며 또 샷을 했다. 그 라커맨의 이름이 바로 멀리건 이었다. 그에게는 "미스터 멀리건" 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골프에서 벌타 없이 다시 한번 공을 치는 행위를 "멀리건" 이라고 한다.

최창식 기술부시장도 수도관련 위원들을 만나 진솔한 대화를 했다.

늦은 현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상호 반보씩 양보하여 실용적인 구의정수장의 재탄생을 강구해보자고 긍적적인 숙제를 던졌다.

이에 수도인들은 앞으로 시정책에 있어 수도와 관련된 문제는 야구계나 타 단체와 협상만 할 것이 아니라 수도계도 참여하여 함께 논의하여 절충점을 찾는 시책이 되었으면 한다는 주문을 하였다.

그리고 멀리건으로 애써 얻은 드라이브 샷은 페어웨이로 날아가긴 했다.

그것이 야구장위치를 상향조정하고 일제시대의 건물과 여과지등의 일부 중 보전가치가 높은 분야를 생태공원 위치에 옮겨 보전하면서 이곳을 자연녹지공원이 아닌 수생생태공원으로 전환하여 정수장의 역사성과 변천사를 함께 보면서 시민들이 물 문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게끔 하자는 조정안이 받아들여졌다.

개발이란 삽자루 속에도 칭찬받았던 선유정수장의 유물인 선유도공원처럼 하자는 의견이다.

약품투입실 등 구 건물은 서대문형무소처럼 일부를 보전하고 나머지는 모형과 사진 등으로 남겨보자는 의견이다.

균본이 의뢰하여 조사한 (재)한강문화제연구원에서도 구의정수장은 20세기 초 근대산업시설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고. 건축물 및 설비가 양호하여 추가조사가 필요하며 기록화와 복원보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수도인들은 정수장이나 관련된 자료에 대해 폐기 및 철거로 일관해 왔다.

그 결과 역사성과 물산업의 발달과정에 대한 자료의 희소성과 자료수집의 어려움이란 이중고를 남겼다. 일본의 물역사 박물관에 가면 식민통치시대 때의 한국자료까지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과거의 자료들을 우리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수도의 발전은 신기술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과거 기록의 보전과 관리를 통해 물산업의 기술적 발달과 현안과제를 조명해보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이번 계기로 수도인 모두가 과거를 돌아보고 보전가치의 중요성을 더듬어 봐야한다.

멀리건만 외치다 보면 매너 안 좋은 수도인이 되고 만다.

미리미리 연습 좀하고 거리조정과 바람의 강도도 살펴볼 줄 아는 진정한 프로수도인의 탄생이 절실하다.

 

 

 

ⓒ 환경수도신문 & enw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