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이 만난 시집- 박대문의 <꽃쟁이 여로>
길샘이 만난 시집- 박대문의 <꽃쟁이 여로>
환경 너머 자연을 보다
박대문
내가 서 있고
내 주변에
풀,나무,허공이 있었다.
환경이 그러했다.
사방(四方)이 지평선,
어느새
주변에 갇히고
허공에 갇혔다.
‘나’중심인 환경을 벗어나
환경 너머 자연을 본다.
금새 모두가 자연 속 한 점(點)이 되었다.
나도 들꽃도 벌판의 한 점이었다.
비로서 자연속의 ‘나’를 보았다.
(2018.6.28. 내몽골 네이멍구 벌판에서)
*제1시집<꽃벌판 저 너머로>가 울분이었다면 2시집 <꽃 사진 한 장>은 눈물이 엉겨 있었고 3시집 <꽃 따라 구름 따라>는 눈물을 털어 내고 있었으며,4시집<꽃사랑,혼이 흔들리는 만남>은 눈물이 고여 청량한 호수였다.
그리고 이번 5시집<꽃쟁이 여로>는 –이쁜 들꽃 앞에 마냥 웃을 수 있고 치기 서린 행복, 소소한 작은 기쁨마저 놓칠까 졸이는 마음이다.-<‘나의 작은 기쁨’ 중에서>
-잘게 부서지는 햇살 속에/가녀린 허리는 바람결에 맡긴 채/소록이 피워내는 하얀 몸짓-<‘변산바람꽃(2)’중에서> 봄날 기행의 꿈에 젖고 –애뜻한 설렘과 수줍은 떨림에/잠시를 못 참고 시종일 안절부절/사랑의 괴로움에 봄날은 간다-<‘너도바람꽃’ 중에서>
-양간지풍에 불티날 듯/뚝 뚝 흘려 놓은 꽃 불씨/쥐불처럼 활활 번져간다-<‘진달래능선’중에서>
-무덤가 양지 녘에 등 굽은 할미꽃/보송보송 솜털이 따슴직도 하다만/설움에 멍울진 속가슴 드러난 듯/핏빛으로 벙그는 붉은 꽃이 애달프다.-<‘할미꽃’전문>
-창포물에 머리 감은 꽃나이 처녀의/상큼한 머릿결 냄새보다 더 달콤짝하고/살굿빛 고운 볼에서 뿜어 나온/살 분 냄새같은 분꽃나무 꽃향-<‘분꽃나무 꽃길에서’중에서>
-피워내는 맑은 향이/비에 젖은 산바람 타고/가슴 깊이 파고든다.-<‘석병산 백리향’중에서>
-다북다북 푸른 잎새 겹겹이 쪼개어/순백의 맑은 정기(精氣) 꽃으로 피웠어라-<‘송부 풍란’중에서>
-어둡고 습한 곳에서 유령처럼 솟아나/꽃은 가고 씨를 남기는/생의 소명을 완수하는 죽음의 꽃인가-<‘수정난풀’중에서>
-활활 타듯 내리쏟는 햇살 아래/달구고 부풀린 모진 기다림/맑고 고운 순백의 망울이/툭툭 터진다-<‘흰꽃여뀌꽃’중에서>
-알알이 깃든 붉은 사랑/엄동설한 한겨울에/중생을 보시한다-<‘1100고지 붉은겨우살이’중에서>
시가 있어 꽃이 피고 꽃이 있어 시가 피어나는 시집이다.
박대문시인은 암벽 틈새 헤집은/물길 따라 내려오니/금세 속세에 드네/지나고 보니 어느새/선계를 거쳐왔다.
잘 익어 솜털 단 박주가리 갓털 씨앗/꽃 지고 향 가고 갓털만 남았지만 겨울산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는 시인이다.
돌비 틈새의 춘란 한 송이에도 -어찌하여 가녀린 꽃 한 송이가/이다지도 심란하게 가슴을 휘젖고/아찔아찔 혼쭐나게 넋을 뒤흔드는- 어쩔 수 없는 꽃의 사내가 되어 버렸다.
어느듯 시인은 –봄빛 같은 햇살 사철이지만/오가는 세월 앞에 지지 않는 꽃 있으랴-라며 스스로 어깨와 가슴을 내려 놓는다.
그래서 시인은 –조금만 시간 내면/얻을 수 있는 기쁨/조금만 발품 팔면/이토록 고운 꽃이 있는데/이쁜 들꽃 앞에/마냥 웃는다/치기 서린 행복에 겨워-
소소한 그 작은 기쁨마저 놓칠까 졸이는 마음이다.
시인은 봄의 기척에 또다시 배낭을 메고 –해마다 오른다/꽃길,단풍산/해가 갈수록 산이 높아만 간다/산도 나이 들수록/키가 크는가 보다-자신이 작아지는것도 모르고 산을 오른다
켜켜히 쌓였던 세월의 무게를 털어내니 박대문 시인의 어릴적 들판에서 나뒹굴던 개구쟁이의 초롱한 눈망울이 시나브로 겹쳐진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환경경영학박사,시인,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