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의 만남-노두식과 정송화의 새 시집
노두식과 정송화의 새 시집
조여 오는 삶, 위축되고 못내 외면하는 눈길.
소리조차 주위를 헤아리며 생전 가지 않았던 깜깜한 밤길을 조심스레 내딛는다.
코로나19는 집 밖을 나선 사람을 근심스러워 하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가족은 잠시 거리를 두고 일거수일투족을 검증하듯 공간을 재배치하느라 부산한 시간을 반복한다.
이미 휴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남쪽으로 침범한 아프리카 열병에 감염된 멧돼지들은 파주, 양주근처까지 내달았다.
남쪽하늘에는 AI에 감염된 조류들이 또 어떤 양계장을 도살장으로 변모시킬지 근심이다.
이러저런 생태적 파괴는 거침없이 살아온 나날들에 대해 참회의 시간을 갖게 한다.
긴긴 장마 속에 빨갛게 익지도 못하고 풀이 죽은 고추밭을 보면서 노두식의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 정송화의 ‘삶은 죽음보다 엄숙하다’ 두 권의 시집을 빗줄기에 적셔본다.
노두식 시집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
한의학 박사인 노두식은 1991년 문학세계로 문단에 나오며 첫 시집‘크레파스로 그린 사랑’(1984년)을 상재한 이후 ‘바리떼의 노래’(1986), ‘우리의 빈 가지 위에’(1996), ‘꿈의 잠’(2013), ‘마침내 그 노래’(2016), ‘분홍문신’(2018), ‘기억이 선택한 시간들’(2019)을 거침없이 세상에 내 놓았다. 이번까지 모두 8권의 시집이다.
시인 김병호는 시인에 대해 ‘정신적, 정서적 대응을 하면서 시적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작품들은 애잔하면서도 맑은 운율과 함께 현실적 삶의 응전보다는 지고한 세계로 나아가려는 존재의 무게감도 묵직하게 느끼게 되며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공명(共鳴)이다’라고 평한다.
어떤 대화의 장에서 ‘노시인은 갇혀지고 정형화 된 일상을 살아오면서 정신세계에서는 동화 속 어린왕자에서 솔로몬의 지혜가 녹여 있지만 시적 욕망을 태우고 윌리엄 워즈워드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알렉산드로 푸시킨이 21세기 풍토에서 새롭게 조각되어 조형화된 시적 탐색을 무한질주하고 있다’라고 길샘은 평하고 있다.
학습효과
남을 의식하면서부터
자신을 의식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진정으로 의식하게 되자
남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정송화 시집 『삶은 죽음보다 엄숙하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다는 경북 경주의 끝단 감포항.
바닷길 따라 작은 포구 감포에서 정송화 시인은 태어나 북성동 자유공원 동화마을에 산다.
‘시와 동화’로 등단하여 ‘행복한 농삿군’(1984), ‘이야기속의 이야기’(1988), ‘어머니를 위한 성가’(1989), ‘달개비꽃’(1992)등 시집을 내고 동시집 ‘청개구리의 일기장’(2008), 동화집 ‘이루다네 꽃나무’(1999)등 5권의 시집과 동시, 동화집 각 1권을 상재한 정시인은 아동문학가 김구연시인의 부인이다.
-내일 나는 좋은 시 한편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40년을 놀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중략)/인생의 질문을 끝내고 나니 나이가 78세가 되었다. -(시집 서문에서)
좋은 시 한편 쓰려고 좋은 시를 어떻게 쓰냐고 좋았던 삶은 어떤 것이며 좋은 시 한편 쓰면 좋은 세월인가를 자문자답하며 보낸 세월이 80을 바라본다.
많은 시인들이 정송화 시인의 안방을 박차고 취하고 토하며 밤을 쫒아냈다. 나도 그런 부류의 한 놈이다.
적당히 미치지 않은 취한 세인들을 넉넉하게 받아들이며 시를 잉태하고 동화를 썼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 눈물이라도 남아 있을까. 남편 김구연과 정송화는 남은 인생을 시와 동화로 대화하고 있는 중이다.
밥값도 못하는 놈
밥값도 못하는 놈!
가끔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있더라
밥값도 못하는 놈이 더 잘 먹고
그런 놈이 더 잘 산다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는
누군 뭐 밥값만 하는 놈만 산다며
살기에 멀쩡한 사람만 산다면
아. 밥값은 하고 싶은데
왜?
물어볼 말이 없다.
길샘 김동환/시인,수필가,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