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 김동환 칼럼 / 신문고(申聞鼓)-국민신문고
-분별과 효율성 있는 새로운 제도 필요-
신문고(申聞鼓)는 중국 송나라에서 처음 시행했던 제도로, 이미 법제화되어 있던 상소, 고발제도의 보완책으로써 항고, 직접 고발하는 시설중 하나이다.
이 제도를 모방해 1401년(태종 1년) 대궐 밖 문루에 청원과 상소를 위해 매달았던 북으로 초기에는 등문고(登聞鼓)라고 했다. 오늘날의 공영방송이라 할까?
신문고(申聞鼓) 제도를 만든 역사속의 태종은 형제의 피를 묻히고 등극한 임금으로 선과 악의 양면이 극명하다.
무인의 집안에서 태어나 조선 건국의 아버지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문무를 겸비한 태종 이방원은 자신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정몽주등 고려 충신들을 제거하고 결국 ‘왕자의 난’을 일으켜 왕이 된 인물로 역사속의 태종은 그리 마뜩치 않은 인물로 여겨진다. 태조 이성계도 아들 태종을 원수 대하듯 미워했다. 그리고 함흥으로 떠났고 후에 ‘함흥차사’라는 속담을 남기게 했다.
태상왕인 태조(74세)의 죽음 이후 정치적 이상인 유교적 통치기반을 통한 왕권강화를 위한 통치를 시작했다.
의정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육조직을 마련하여 의정부를 거치지 않고 왕이 직접 관장하게 했다.
그리고 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준 아내 원경왕후의 집안인 외척들도 배척했고 결국 민무구, 민무질 형제 모두를 참형시키고 왕권강화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피의 임금인 태종은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인 세종을 탄생시켰고 신문고를 울리게 했다. 피를 흘린 인물이 백성의 마음을 다스리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태종의 신문고는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이 국왕에게 호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함도 있지만 백성들이 신문고로 국왕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다는 점을 수령들이 두려워하여 백성들의 호소를 살피도록 하기 위한 복선도 깔고 있다.
재상 하륜(1347~1416)은 신문고를 운영하는 원칙으로 백성들의 호소가 ‘사실이면 들어주고, 거짓이면 벌을 내린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신문고를 치려면 일정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어도 벌을 주어야한다는 규정을 설정했다.
신문고를 치기 위해서는 한성부 거주자는 한성부(서울시) 주무관청에 호소하고, 지방 거주자는 수령(지자체장)에게 호소한 이후 그래도 억울함이 있으면, 사헌부에 고소하고 그래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으면 비로소 신문고를 칠 수 있다.
다만 역모를 꾀하여 종묘사직을 위태롭게 하거나 종친 등을 모해하여 화란을 일으키려는 자를 고발하는 것은 곧바로 신문고를 칠 수 있게 했다.
신문고를 친 사람이 호소한 내용은 의금부(중앙정보부/경찰청)의 당직관리가 정리하여 국왕에게 보고했다.
세종실록에는 "지난번에 신문고를 함부로 치는 자에게는 죄를 주라 했었는데, 이제 다시 생각하니, 이렇게 하면 품은 생각이 있어 아뢰고 싶은 사람도 법을 두려워하여 말하지 못할 것이요, 또 어리석은 사람은 이것을 모르고 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에게 죄를 주지 않을 터이니, 경들은 그리 알라."는 세종대왕의 기록도 있다.
그렇게 출범한 신문고는 연산군 대에 이르러 없어졌다가 1771년(영조 47년) 11월에 부활되어 병조에서 주관했지만 전시행정이란 비판을 받게 된다. 궁궐 안에 설치를 하여 백성들은 궁궐에 출입조차 불가능하니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고 이미 당대에 격쟁(임금 행차 시 징, 꽹과리로 억울한 사연 호소/촛불시위)이 합법이었기 때문에 신문고는 별 쓰임새가 없어 순조 이후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가 대한민국정부수립이후 국민신문고로 재탄생되어 오늘에 이른다.
국민신문고는 정부의 모든 민원·제안·신고와 정책토론 등을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신청하고 처리하는 범정부 대표 온라인 소통창구로, 모든 행정기관, 사법부, 주요 공공기관과 연결되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대표 채널이다
국민의 자발적인 신고와 고발을 통해 우리나라가 보다 청렴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희망 속에 청렴신문고도 운영되고 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건수는 기관별로는 경찰청, 행안부, 국토부, 고용노동부 순으로 많고 환경부도 상위 10위를 차지하며 가장 낮은 곳은 특허청, 해양경찰청, 문화재청등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서울, 인천, 부산 순이고 세종시가 가장 낮다.
민원분야에서는 경찰, 주택, 교통과 함께 환경 분야도 상위 6위를 차지한다.
문제는 과거 조선시대 신문고의 문제점으로 거론된 하륜의 지적처럼 백성들의 호소가 ‘사실이면 들어주고, 거짓이면 벌을 내린다’는 점을 국민신문고도 인지해야 한다. 신문고를 치려면 검증단계도 거쳐야하는데 허위제보나 자신의 잘못을 위장한 민원도 상당수 있으나 제대로 된 검증이 없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대체적으로 신문고에 올리는 민원은 관련기관 등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으나 원론적인 답변이 대부분이고, 내실 있는 결과보다는 형식적인 답변에 그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신문고를 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최초 민원을 제기한 기관이나 부서로 되돌아가 같은 답변으로 허망하게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많은 민원인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따라서 허위제보에 대한 검증절차가 필요하고 정당한 민원에 대해서는 당초 제기했던(문제를 발생시킨 기관)기관의 상급기관이나 그에 준하는 기관을 통해 교차조사를 통한 진정성 있는 답변과 대책마련으로 국민의 마음을 추스르고 건강한 믿음을 주는 국가의 새로운 변모가 필요하다.
국정감사가 시원치 않은 여의도 풍경을 돌아보며 한마디 건네 본다.
(환경경영신문/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