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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전시회-한국 최초 모녀지간(母女之間) 미술전-토퍼하우스

길샘 2019. 9. 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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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딸, 작품 속에서도 피는 흘렀다
모티브, 색상, 주제, 풍만함 등 닮은 꼴 선명
안국동 토포하우스 모녀전 위해 무료대관



최소 22년에서 최대 37년 세월의 간극 속에서도 작품세계에서는 질기게도 닮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여권통문’(여학교 설시 통문) 발표 121년 기념 한국여성미술인 모녀지간 전이 열리는 안국동 토포하우스(대표 오현금)에서이다.

열여섯 쌍, 32명의 여성 작품이 한자리에 모아졌는데 이들은 모두 20여년 이상의 세월을 두고 작품세계를 펼친 여류화가들이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국제여성비엔날레를 매년 한국에서 개최하여 세계적인 조명을 받아왔던 권경애 운영위원장의 전적인 노력에 이뤄진 결실이다,

약력을 들춰보지 않더라도 작품만 보아도 두 개의 작품 속에서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진한 교감이 흐르고 있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배반할 수 없는 심리적 동질감은 모녀지간이라는 부언설명을 애써 들을 필요가 없다.

강태화(60년생/이대 서양화)-박혜영(84/인천카톨릭 성신대 서양화) 작품에서는 비록 주제는 다르지만 채색과 침묵, 고요가 함께 흐른다. 24년의 시간적 격차 속에서도 말이다.

김경복(46/홍대 서양화)-백인정(73/이대 조소)은 유화(엄마)와 복합기법()이지만 추진, 비약, 미래, 확산이라는 공통분모가 돌출된다.

김차인(61/베를린국립예술대, 회화, 섬유조형)-이지원(87/베를린국립예술대, 회화)은 모녀 모두 독일의 유명 대학을 졸업한 동문이면서 두 사람 모두 소재를 자기만의 소유물로 환생시켜 이지원 씨는 2011년에 독일 젊은 작가상을 수상받기도 했다.

류민자(42년생/홍대동양화)-하태임 73년생/파리국립미대, 홍익대대학원)에서는 화려한 색상과 율동미를, 우경출(41/홍대서양화)-이서미(72/홍대판화) 작품에서는 흐름과 너울성의 꽃을 주제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경순(28/이대서양화 2회 졸업)-조기주(55/이대서양화)는 세월 속 나뭇결을 표출했으나 기법은 과거와 현대를 명증하게 연출해 주고 있다.

이영은(31/서울대서양화)-장은경(60/경희대서양화)은 왈츠풍의 춤을 추는 것 같은 인상을 가감 없이 보여줘 이들 모녀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이인실(34/서울대동양화)-장현재(63/이대동양화)에서는 산을 주제로 구름과 빙설의 아름다움을 재탄생시켜 주고 있다.

이정혜(41/홍대서양화)-서희선(69/홍대판화)은 소재는 다르지만 정물화면에서도 모두 귀엽고 애교스럽게, 흔들거림 속에서도 감춰진 속삭임이나 던져주는 의미가 비슷한 연출을 하고 있다.

이화자(43/홍익대한국화)-황연주(72/서울대 서양화)는 어둠과 밝음을 직각의 선과 너울성 색체 속에서 숨겨진 그 무엇을 표현해주는 것이 묘한 동질적 교감을 던져준다.

장혜용(50/서울대한국화)-최예빈(79/서울대동양화)은 찬란하고 현란한 색상 속에서 피어내는 고요한 침잠을, 한진수(27/이대서양화)-천동옥(64/이대서양화)은 어둡고 두터운 색상 속에서 동심의 영혼을 불러와 주는 것이 맥을 같이 한다.

허계(44/세종대서양화)-박소연(68/이대동양화)은 강력한 힘, 에너지를 느끼게 하고, 홍기자(47/성신여대서양화)-이보라(73/성신여대서양화)는 색체의 번짐과 추상적 이미지가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황용익(47/홍익대서양화)-최선주(75/홍익대판화)는 기법은 다르지만 꽃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이 닮은꼴이다.

필자가 맹인의 점자를 개발한 송암 박두성선생의 일생인칠판과 백묵이 없는 교단을 집필하면서 자주 만났던 딸인 박정희여사(작고/23년생/경성여자사범)와 그 딸인 유명애(45/세종대서양화)의 작품에서는 꽃과 나무와 자연을 아우르고 있어 세상을 향한 배품의 연속적인 삶의 일상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한다.

박정희 여사가 자녀를 키우면서 집필한 육아일기는 지금도 많은 신혼부부들에게 인기 높은 책이기도 하다.

유명애 씨의 아들도 미국 MIT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암 투병 중에 기꺼이 자신의 육신을 생체실험에 동의한 끝에 결국 암을 퇴치하고 지금은 다시 대학에 복귀하고 그 결과에 대한 논문은 노벨의학상 대상으로 현재 미국 전체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작품전을 둘러보면서 새삼 핏줄은 속일 수 없다.’라는 옛말이 다시금 되살아난다. 선정된 이들 16가정 32명은 모두 국내외적으로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구한말 여성들이 자아독립을 위해 사회에게 외친 여권통문’ 121.

국내 최초로 개최된 모녀작품전은 향후 시리즈로 개최된다면 미술학적 가치와 예술적 승화는 물론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적으로도 좋은 연구대상이 되리라 본다.

참고로 여권통문은 북촌일대에 여학교를 설립하여 사회에서 남·여 차등 없이 힘을 겨루어보자는 취지의 선언이다.

이 같은 소식에 황성신문은 광무298일자(1898) 신문 사설란에 기존 사설을 빼고 별보(別報)로 논설을 담았다. 이 사설에는 여성이 지닌 신식교육을 받아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하여 구습에서 빠져나오자는 통문에 하도 기가 막히고 신기하여 기재한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글을 갈무리 하면서 발견한 또 다른 공통점은 한 주택에서 함께 기거하는 모녀가 많으며 멀리 떨어져 있는 삶보다는 가까운 이웃에서 정착하는 경향이 높은 점도 특이하다.

강태화, 우경출, 이화자 모녀들은 함께 기거하고 김경복, 류민자, 이경순, 이인실, 이정혜, 한진수, 허계, 황용익 모녀 등은 이웃마을에 기거하고 있는 점은 작품과 일상적 생활의 패턴이 공간적으로나 시각적으로도 끈끈하게 이어져 옮을 발견하게 된다.


                   (시인 길샘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환경경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