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의 백령도(白翎島) 탐색기-1/생태적 위기에 놓인 백령도
길샘 김동환의 백령도(白翎島) 탐색기-1
생태적 위기에 놓인 백령도
-떠나는 물범, 사라지는 콩돌, 그리고 천연비행장
문우들과의 짧은 여행지는 백령도였다.
40년 전,20년 전,10년 전,5년 전 그리고 2018년 6월.
이렇게 다녀간 백령도지만 이번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느껴지고 흥분마저 돈다.
5년 전까지도 어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미지의 땅으로 숨어들어가는 듯 했는데....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등 상상조차 어려웠던 남,북 평화통일의 희망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면서 백령도는 위계지역, 천안함 폭격사건의 전쟁터가 아니라 고향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이산가족 상봉처럼 자연에서도 울렁임을 감돌게 한다.
10여년 전만 해도 백령도로 가는 뱃길은 12시간 이상 걸렸고 가고 오는 길이 오로지 하늘의 뜻에 따라 계시처럼 따라야 했다.
인간의 한계점을 벗어나 하늘이 오가는 길목을 안내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4시간. 자동차로 땅 끝 마을 해남으로 가는 길보다 짧다.
국내 최초 백령도 식수댐
5년 전에는 인천시와 환경전문가들과 함께 백령도를 찾았다.
완공된 백령도 식수댐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어 현장 확인과 원인규명을 하기 위한 실증조사였다.
백령도는 중국과도 가깝고 지리적, 해양환경 특성상 해무와 구름이 하늘을 덮어도 비가 잘 오지 않는 곳이다. 물 부족으로 갈급증을 느끼는 주민들의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1백억원을 지원한 국내 최초의 식수댐이다.
대청,소양,충주댐등은 수자원과 생활,공업,전력등에 사용되는 다목적댐이지만 순전히 식수만을 목적으로 세워진 식수댐은 백령도가 최초이다.
이후 완도의 작은 섬이며 윤선도의 유배지며 동백꽃이 피를 토하듯 지천을 붉게 물들여 놓는 보길도에도 식수댐이 만들어졌다.
백령도 식수댐은 주변에 공장등 오염 위험도가 전혀 없지만 적은 강수량과 댐 주변에 고구마 밭에서 나오는 불순물의 유입과 당초 현장 기상관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설계한 설계사의 잘못으로 판명되었다.
당시 백령도에는 기상관측소가 없어 중국을 통해 간접 정보를 얻어 기상예보를 하던 시절이다.
결국 국내 최대 엔지니어링사인 도화는 우리조사단의 지적에 따라 설계 잘못을 인정하고 20억원을 투자하여 식수댐을 재시공 한 후 가동하게 되었다.
설계사가 배상책임을 물어 엔지니어링 사상 최대의 금액을 재 투자한 곳도 이곳 백령도 식수댐이다.
두무진 물범바위에는 물범이 떠나가고
과거의 백령도 여행은 업무와 관련되었지만 순수하게 문학인들과 함께 마음을 비운 상태로 떠난 여행이라서인지 세상으로부터 온전하게 해방된 기분이다.
하모니플라워호를 타고 아침 7시 50분 출발하여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너울성파도조차 없는 잔잔한 서해바다. 참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평온한 뱃길여행은 대리석등 천연석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소청도와 대청도를 지나 용기포선착장에 도착했다.
1박 2일의 여행은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며 장군의 머리라는 뜻의 두무진에서 유람선을 타고 선태암,형제바위,코끼리바위,장군바위등을 렌즈에 담아가는 것으로 시작했다.
두무진(頭武鎭:명승8호)은 마치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고 있다는 형상이라지만 내 관점에서는 코끼리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홀로 생각해 본다. 광해군이 늙은 신의 마지막작품이라고 극찬했다는 선대암, 코끼리가 하염없이 물을 마시고 있는 형상의 코끼리바위, 석양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형제바위등을 관조한다.
빌딩 10층 높이의 암벽에는 해국과 염색식물인 도깨비고비,갯방풍,땅채송화,갯질경이들이 괭이갈매기들과 함께 터를 잡고 있다.
물범바위가 있는 곳을 지나면 해안선을 따라 지름 5-10cm의 노란 감람암 덩어리가 들어있는 용암층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서 용암이 분출한 흔적을 찾을 수 있어 화산지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감람암 포획 현무암 분포지(천연기념물 393호)도 만나게 되지만 유람선은 이곳까지 가지 않고 물범바위근처서 머물다 되돌아 왔다.
이렇게 고생대말에서 중생대 초의 한반도의 지각발달사를 규명하는 중요지대인 남포리 습곡구조(천연기년물 507호)등이 섬 전체에 조각되어 역사적 가치와 지리적,생태적 중요 거점지역인 백령도가 남,북 대치의 현장으로만 조각되어 있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지리적으로는 진촌리 뒤편에 위치하고 있는 물범바위에는 물범 한 마리가 잠시 물속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 뿐이다.
천연기념물 33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물범의 서식처지만 지금은 10여마리 남짓 남아 있을 뿐이다.
여행 안내책자에는 300여 마리가 무리지어 있다고 하지만 과거 5년 전만해도 바위위에 누워있는 물범 30여 마리 정도는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물범도 점차 이곳을 떠나고 있나보다.
물범의 환경조건과 변화되는 모습을 제대로 관찰하고 보존하는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이런 생태학적 접근이 아직은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용트림바위, 사자바위 그리고 이곳을 무대삼아 우리를 반기고 있는 괭이갈매기들의 광무를 지켜보며 씁슬함을 안고 유람선에서 내렸다.
재례형 점포들을 철수 시키고 규격화된 새로운 점포를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막바지라 매우 어수선한 두무진 항구이다.
-시인,수필가,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