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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샘김동환이 찾아가는 시세계-박주이 시집 태엽풀린 여자

길샘 2018. 5. 12. 10:33

박주이 시집- 태엽 풀린 여자

    


 

휴대폰

 

박주이

 

주머니속에 있던 널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세제를 넣고

유연제를 넣고

 

한 번

두 번

세 번

 

아마

잊고 싶고

지우고 싶고

버리고 싶은 기억이

유난히 많은 날인가 보다

 

*박주이의 시집-태엽 풀린 여자-가 도착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본 적은 없지만 본적이 독도란다. 그래서 읽었다?

 

오천원짜리 생각이 냉장고 속에서 걸어 나온다/내가 생각을 하다 넣었을까 기억이 없다/차가운 냉기로 둘러싸인 기억을 캐낸다.- 꼬막과 기억 사이에서 일어난 일(부분) 푸석하게 아침에 일어나 컵 속에서 식어가는 생각들을/천천히 마신다-

이사를 가던 날에는 내 아이들 유년에 벽지가득 그려 논/꿈꾸는 추상화들을 두고 왔다

그렇게 이사를 했지만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지/나만 몰랐던 거야/바람에 몰려온 쓰레기들이 부랑아처럼 쉼표를 찍고-벽은 있었다. (부분)

스스로 시간은 시계 안에 살고 있어/ 시간은 시계의 노예야/ 시간 안에는 석고처럼 굳어진 빙하기의 기억과-시간 안에 갇혀 버리고 (부분) 얼굴에는 얼굴가득 적힌 명세를 읽어내려 간다/기미/주름/검버섯/우울 불만 허전함 갈망- 얼굴에는 또렷이 삶의 징표처럼 영수증이 찍혀있다.

그렇게 박주이 시인은 어제는 생선 지느러미를 자르고/오늘은 삼겹살을 자르고/ 25층에서 떨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가위에 눌려 불면의 밤을 지내고 역마살 가득한 태엽풀린 여자가 되어 순간순간 아주 작은 종말을 맞고 있다.

-자판기에 꽃들이 진열되는 시간/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씩 재활용되는 꽃들로 자판주변은 늘 어수선하다- (길샘 김동환의 시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