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호 전환경부차관의 자전적 –공직심서-연재 15
문정호 전환경부차관의 자전적 –공직심서-연재 15
국민복리 증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발표한 브룬트란트 보고서(The Brundtland Report)의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됐다. 이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은 현세대의 개발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세대의 개발능력을 저해하지 않는 '환경친화적 개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 전 분야에서 각종 개발에 앞서 환경친화성을 먼저 평가해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미래세대가 제대로 보존된 환경 속에서 적절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앞의 두 장은 정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할 것인가 하는 행정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 현직에 있을 때 필자 나름대로 생각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강조하건대, 행정기술적인 것들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관한 것이다.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책이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 서있지 않고 특정집단이나 계층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정책은 아예 수립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여기에서는 국가의 정책이 지향해야 할 기본적인 방향의 설정에 대하여 필자 나름대로 생각한 것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물론 오늘날과 같이 복잡·다양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시대적 여건 속에서, 또한 국민의 욕구가 다양하게 분출되는 상황 속에서 국정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몇 가지로 압축하여 제시한다는 것이 애당초 과도한 욕심일 수도 있겠으나 필자의 공직경험을 토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니 편히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첫 번째는 헌법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국가의 정책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하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토록 함으로써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권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라는 점에서 환경정책은 국민들이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대기, 수질 등의 환경기준을 인간과 생태계의 건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오염물질 배출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환경기술의 개발과 환경산업의 육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의 목소리가 크지만, 환경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는 환경권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규제완화가 아닌 규제의 합리화를 통해 환경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환경시장을 확대하면서 환경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적어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환경, 보건, 식품, 의약품, 소방 분야 등에 관한 정책은 완화가 아닌 합리화 내지는 강화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에 관한 생각이 과거에는 양자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대립과 갈등의 관점에서 파악되어 온데 반해 최근에는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해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에서는 여전히 무엇이 지속가능한 발전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개발과 보전의 조화인지를 둘러싸고 갈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두고는 댐을 건설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에 부합한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서로 충돌해왔다. 관련된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서 있는 위치가 개발을 중시하는 쪽인지, 보전을 중시하는 쪽인지에 따라 동일한 용어를 두고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여전히 주관적인 판단의 여지가 너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석과 판단은 자기가 어느 쪽의 이익을 대변하느냐가 아니라 온전히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포함하는 국민의 복리증진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일까라는 관점에서 재단되어야 할 것이다.(환경경영신문/환경국제전략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