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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호 전환경부차관의 자전적 –공직심서-연재 9

길샘 2017. 2. 24. 23:41

문정호 전환경부차관의 자전적 공직심서-연재 9

 

2.10.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라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어떤 행동을 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의 속성을 예측가능성이라고 한다. 사회 시스템이 예측가능성의 범주에 있을 때에는 사전의 대비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나 그러한 범주를 벗어날 경우에는 상황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일을 하다보면 어느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원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업무의 경우에는 대부분 다음 단계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견할 수 있다.

 

법률안 제·개정이나 예산편성과 같이 정해진 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행정입법 절차에 따른 법률 개정의 경우 공무원이 관련 업무 추진과정에서 스스로 파악했건 외부의 요구를 수용했건 법률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 개정 방향과 내용 등에 대하여 우선 관련 전문가나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초안을 작성한다. 그 후 개정안 초안에 대한 부처 내부의 의견수렴과 관련부처와의 협의, 입법예고를 통한 일반국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다. 다음으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와 법제처의 심의과정을 거쳐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으로 확정되어 국회로 보내진다. 국회에서는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어 대체토론을 하고 법안심사소위에서 축조심의를 거친 후 상임위에서 의결하게 된다. 그 후 법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최종적으로 법안이 확정된다.

 

이 절차는 다소 길고 지루하지만 공무원은 그러한 과정의 각 단계마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고 있어야 하며,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를 예견하고 대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절차가 이미 정해져 있는 업무에 대해서조차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해야 할 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단계별로 어떠한 문제가 제기되거나 발생할지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해 놓지 않는다면 그 공직자는 무능하거나 태만하다고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행정이란 것은 법률 제·개정이나 예산편성과 같이 절차가 정해져 있는 업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업무들이 정해진 절차 없이 상황에 따라 진행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공직자는 일을 하면서도 항상 다음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 가능성에 대처하여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획한 대로 일이 진행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하여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미리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는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예견하고 준비한 사람은 여유가 있게 되고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매우 다양하지만, 적어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례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고 그럴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마음속에 정리해 두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군가 미리 대비하고 있다가 순발력 있게 대처한다면 조직의 입장에서 볼 때 그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영웅은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출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평소에 늘 준비해온 사람만이 영웅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