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로움에 도전할 때 가장 즐거웠다-6
-나는 새로움에 도전할 때 가장 즐거웠다-
펴낸곳-나녹/511면/3만원/문의-02-395-1598
-나는 새로움에 도전할 때 가장 즐거웠다-6
이때 또 하나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날더러 초등학교 6학년 과정에
입학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완강히 반대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아이들보다 중학 입학이 3년이나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생
결단 애원했다. 그 동안 시골에서 중학 강의록을 받아보아 중1의 실
력은 너끈히 갖추었으니 중1 과정에 편입시켜 달라고 했다. 이 불타
는 향학 의욕과 간절한 애원이 마침내 그들을 움직여 간단한 실력
테스트를 받기로 했다. 중학 강의록으로 닦은 실력을 발휘할 좋은
기회라 여기고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수학 문제는 방정식이
라 무난히 풀었고, 영어도 독해는 별반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독학
이라 회화에 자신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어의 리딩이 좀 걸린
다고는 했지만, 중1 과정 편입을 허가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자 소
리 내어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다. 1차 관문이 뜻대로 성취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영광과 감격이 없었다. 비록 야학이기는 해도 일구월
심으로 바라고 바라던 중학 진학이 이루어진 데 대해 다만 감사할
따름이었다.
밤이 되었다. 서울에서의 첫날밤이었다. 숙소는 땅을 파서 그 둘레
에다 판자를 세우고, 그 위에는 천막이 덮였다. 바닥에도 판자를 깔
고 그 위에 천막을 깐 움집이었다. 벽 쪽으로 붙어 담요 한 장을 덮
고 누웠으니 만감이 교차되었다. 따뜻한 시골 방을 두고 이 천리 타
향 천막집에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다니! 동시에 고향에 계시는 부모
님과 조부님, 피를 나눈 동기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한량없이 그
립고 더없이 처량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를 꽉 악물었다. 그
러자 언젠가 읽은 어느 소설책의 글귀가 머리에 떠올랐다.
“대[竹]는 눈 속에서 마디가 늘고, 찬란한 진주는 병든 조개 속에서 그
부피가 는다.”
토머스 칼라일의 말도 떠올랐다.
“기나긴 밤을 울어 새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
이런 말을 되뇌다가 어느덧 잠이 들었다.
● 제1부 뼈를 깎는 배움의 뒤안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