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환생하는 민생그룹 2세 ‘바이오라이프’
기술우위의 정수기 사업으로 사업영역 넓혀가
특수 샤워기는 프랑스 등 유럽에 인기 높아
시대를 앞서간 가수로 30년 만에 재평가 받는 인물 양준일 씨는 1991년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2000년대 초반 별똥별처럼 사라진 후 18년 만에 2019년 슈가맨으로 무대에 섰다. 그는 기적이라고 말한다.
이 기적 같은 일이 물 산업에서도 존재한다.
지금부터 5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 국민과 민생을 위해 태어나면서 교육, 교통, 금융, 주택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삶의 공동체 기업을 꿈꾸던 민생그룹이 유신정권 앞에서 졸지에 무너졌다.
정부로부터 참형에 처해진 민생그룹은 당시 650억 원이란 거대한 자산을 보유하고도 민생그룹의 임직원을 비롯하여 가족까지 졸지 사라져 버렸다. 대우그룹과 비슷한 양상이다.
민생그룹의 창시자들이 모두 떠난 이후 그의 자손에 의해 정수기의 핵심 기술들을 개발해가면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가사에 영어가 많이 섞여 있어 데뷔 후 외국어 남발이라는 명목으로 방송 정지 처분을 당했고, 비자 갱신을 거부당해 결국 한국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양준일 씨가 한국 무대에 선 것과 유사하다.
양준일은 마음을 비우고 홀로가 아닌 대중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시대를 초월한 노래와 의상과 춤의 큐레이티브를 사회가 거절했듯, 민생그룹은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정신이 너무 앞서나가서 민생그룹의 모든 것을 강탈당하고 사라진다.
창립자며 기업정신이 뚜렷한 민생그룹 지종호 회장은 내·외적 고통 속에 64세로 이승을 하직했다.
지종호 회장의 죄목은 '70년대 당시 군부정치에 협조하지 않고 당시 거금 1억 2천만 원을 재향군인회에 기부했다는 죄목이다.
당시 권력의 중심에는 박정희대통령을 비롯하여 김종필, 재무부장관과 경제기획원장관(부총리)을 지낸 서강학파의 대부 남덕우 장관, 그리고 이탈리아대사와 19대 국방부장관을 지낸 유재흥 장관시절이다.
국방부와 정치권에 기부를 안 하고 재향군인회에만 했냐는 괘씸죄로 사라진 민생그룹은 보기 드물게 1970년 사보를 출간했다. 창간사에서 지종호 회장은
‘본사를 비롯하여 18개 지점을 연결하는 방대한 조직과 기구 속에 계약고 40억 원, 2만5천명의 회원을 모시고 국가경제발전의 일익을 담당하는 역군으로 긍지를 가지고 전진하고 있다.(중략)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이 우리가정, 우리들의 생활에도 보다 건전한 앞날의 향상을 위해 검약과 절제로써 저축을 증대하여 민간자본을 하루속히 윤택하게 형성해야 할 일이 우리의 사명이며 염원이다. 사보’민생무진(民生無盡)“의 탄생은 빈곤한 사회의 엄청난 비극을 극복하는 역사의 주인이 되고자 하며 내일의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사명이다.‘라고 적고 있다.
고 지종호 회장의 평소 사회구조적 평가에 대한 소신은 첫째가 종교지도자며 둘째가 문화예술인이며 셋째가 교육자고 넷째가 경제인이고 그 다음이 정치인이라고 했다.
축사에서 현대경제일보 김동립 사장은 ‘은행의 문턱이 높은 현실에서 중소상공인이나 일반시민들에게 각광을 받는 사금융이 바로 무진이며 저축정신과 자립정신을 북돋아주는 의미에서 사회적 공헌이 크다.’라고 격려하고 있다.
당시 청계천 고가도로에도 민생무진에 대한 홍보판이 펼쳐있었고 경북 영천에는 국내 최초로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하였으며 금융, 주택건설, 광산, 도로건설등 사람이 살면서 소유하고 공유해야 할 사업을 확산하던 시절이다.
그러나 민생무진은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그의 자손들은 제각기 살길을 찾아 고행의 시간을 수십 년간 보내게 된다.
그래서 만난 것이 생명의 근본인 물을 모티브로 한 정수기사업이다.
민생그룹 고 지종호 회장의 친동생인 고 지종수(78세로 별세)씨는 정수기사업에 진출하여 한국정수기종합관리(주)를 설립, 국내 중소정수기의 A/S의 모태로 성장했고 현재는 그의 장남인 지병익 씨가 운영하고 있다.
고 지종수 사장의 40대 시절 민생그룹 직원들은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위로는 착하게, 아래로는 어질게 살고 싶다.’고 평소에 말한다. 그는 정감이 넘치는 인자스러움이 배어나온다. 참 신사로 평가된다. 경력과 체험을 통한 그의 박식과 다재다능함은 놀랄만하다. 털을 위로 치켜 쓰다듬으면 가시처럼 꼿꼿하지만 아래로 내려 쓰다듬으면 부드럽고 매끄럽다. 사원들을 대하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일면이 그의 인격을 나타낸다.’라고 사보창간호에 소개하고 있다.
고 지종호 회장의 장남 지병욱(사진)씨는 호텔경영을 전공하여 로얄호텔 지배인생활을 청산하고 정수기의 정수기능을 강화하는 핵심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하는 바이오라이프를 운영하고 있다.
지병욱 사장은 부친의 삶을 명증하게 알고 있었기에 기업인이기보다 소비자들을 위한 생명존중으로 관철된 의지로 정수기기를 개발한다.
즉 이윤창출보다는 정수기다운 정수, 위생과 편리성을 가장 강조한다. 그래서 바이오라이프의 생산제품은 정수기들의 닥터며 처방전을 조제하는 조제형정수기를 제조하여 중소기업 중에는 3위인 특허기술을 21개나 보유하고 있다. 그 외 상표등록, 의장등록 등은 해마다 5-6건씩 등록하여 현재 상표등록 200여건, 디자인등록 100여건을 소유하고 있다.
부친의 평소 소신이 전파되어 평생 모든 정치적 활동은 하지 않았으며 사회공헌사업을 짬짬이 하면서 정수기능의 세계 최고를 향한 무서운 집념을 개발과 연구에 불사르고 있다.
유독 특허 등에 신경을 쓰는 것도 부친이 하루아침에 털려나가고 그 지위와 대가를 아무것도 받지 못했던 아픈 기억에 의한 반전이다.
그래서 그가 개발한 각종 상품은 완성이 되더라도 특허가 출원되기 전에는 절대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다.
바이오라이프는 수돗물의 염소소독으로 인한 건강피해방지와 세균제거, 그리고 미량물질을 제거하는 세계 최고의 샤워용 정수기를 개발하여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 인기 높게 판매되고 있다.
바이오라이프의 생산제품은 OEM방식으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용기를 줄이면서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정수기능이 부착된 텀블러(휴대용물병)를 생산하여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제 민생그룹은 2세에 의해 다시금 건강과 물이란 모티브를 가지고 변곡점을 돌아 새롭게 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수 양준일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노래하듯 바이오라이프(대표 지병욱)도 생명수를 머금고 세기의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것이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김동환/환경경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