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환
무리져 금방 다녀 갔노라
그 고고하게도 잔잔한 호반위에서도
떼거지로 흔적을 낸다
꿈길 밖에 길이 없노라지만
흠씬 한 동이의 땀만 쏟아 붓다
꿈속조차 잃어버린 나날들
깨어나 몽상가가 되어 지난 길들을 헤집어 본다
이 세상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지만
전신을 떨면서라도 그래,
요동쳐 물결을 만들어야 할 때가 있구나
고독, 가슴 전편에 참쌀가루처럼 묻히고 살아가봐야
갈 길은 꿈속처럼 감감한 절벽
사랑이든 미움이든
물방울이라도 튀기며
꿈조차 헤매서라도 가야 할 길
물결로라도 흔적을 내야겠구나
그토록 고고한 그대 곁에서라도, 다시 용기를 내어